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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29) 태전 유소년 야구단 이정구 감독 "경기도 광주도 야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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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태전 유소년 야구단 이정구 감독. [사진=태전 유소년 야구단]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광주시. 야구팬들에게 있어 ‘광주’라 하면 흔히들 KIA 타이거즈의 연고지인 광주광역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익숙함만큼이나 야구에 대한 온도 차도 극명하다. 같은 ‘광주’지만 경기도 광주시는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다. 지역 아동들이 야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적을뿐더러 초·중·고 엘리트 야구부 역시 전무하다. 태전 유소년 야구단 이정구 감독(32)은 ‘축구의 고장’ 경기도 광주시에 야구 붐을 일으키는 꿈을 품고 있다.

'맨땅에 헤딩' 선수에서 지도자까지

이 감독은 서울 중대초-이수중-충암고에서 엘리트 야구선수로 활약했다. 선수 시절부터 그의 인생은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정신이 넘쳤다. 2003년 고3 졸업반이던 그는 그해 11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LACC 독립리그에서 투수로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어깨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투수가 아닌 타자로 전향하며 도전을 이어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귀국 후 지도자 생활을 병행하며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까지 프로 팀 테스트를 받으러 다녔다. 이후 군 문제로 프로선수에 대한 꿈을 접은 그는 야구 인생 제2막은 지도자로 전념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산 백마초, 강릉 경포중, 원주고. 엘리트 야구부 코치로 8년간 선수들을 지도했던 그에게 경기도 광주의 유소년 팀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40년째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계신 작은 아버지가 많은 영감을 주셨어요. 작은 아버지를 보면서 학원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죠. 지난해 작은 아버지가 계신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제게 ‘내가 정직하지 않으면 선수들이 오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주셨어요. 제가 추구하는 야구 역시 ‘정직한 야구’입니다.”

오합지졸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감독직을 수락했지만 현실은 막막했다. 야구장은커녕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팀 장비라고는 방망이 1자루와 연식구 3개가 전부였다. 야구교실을 다니던 학생들이 야구단에 합류했지만 야구 규칙도 모르는 것은 기본이요, 경식구조차 쥐어보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시합 출전 경험도 없다보니 선수들 간 협동은커녕 ‘나만 잘하면 된다’는 이기심만 팽배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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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선수로 우승을 차지한 태전 유소년 야구단. 선수반 전하준과 문영훈은 중학교 엘리트 야구부로 진학해 야구 선수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예정이다. [사진=대한유소년야구연맹]


이정구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팀을 꾸리자마자 1달 만에 ‘정식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선수들에게 야구는 팀 스포츠라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감독의 결단은 곧 선수들의 변화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시합을 통해 규칙을 체득하며 서서히 팀워크를 다져갔다.

지난 5월에 열렸던 양구대회는 선수들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이 감독은 “그 때(양구대회)를 기점으로 선수들 마인드가 확 바뀌었어요. 당시 8강전에서 5-6점차를 뒤집고 난 후로는 지고 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선수들에게 생겼더라구요”라며 선수들의 달라진 마인드에 흡족함을 보였다.

경기도 태전 유소년 야구단의 또 다른 이름은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지난해 하늘내린 인제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에 출전한 8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참가 선수가 9명이었다. 이 감독은 올해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초기 멤버였던 9명을 중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1년 간 부쩍 성장한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공포의 외인구단 시즌2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회 출전을 확정지은 9명 가운데 1명이 갑작스러운 조모상으로 경기 2시간 전에 불참을 알렸다. 급히 주말반(취미반) 선수 학부모들에게 수소문해 선수를 충원했다. 갑작스럽게 대회 출전을 하게 됐지만 취미반과 선수반의 차별 없이 경기 경험을 쌓게 해온 터라 다행히 공백은 크지 않았다. 대회 결과는 6전 전승. 이중 4경기는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태전 유소년 야구단은 단 9명의 선수로 창단 1년 2개월 만에 백호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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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하늘내린 인제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 백호리그 우승 후 선수단과 가족들이 한 데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태전 유소년 야구단]


대회에서 백미는 ‘광주 더비’였던 결승전이었다. 전남 광주 YMCA 유소년 야구단과의 결승전에서 6-4로 승리하며 또 다른 광주의 저력을 보여줬다. 결승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던 순간 경기를 지켜보던 어머니들의 눈물로 관중석은 울음바다를 이뤘다. 1년 전 첫 정식 경기 때 텅 비어있었던 관중석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첫 우승 후 주위에서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 ‘이제 다 됐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답했다는 그는 우승이라는 성적에 급급하기보다 사람들에게 경기도 광주시 태전 유소년 야구단을 떠올리면 선수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자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목표라 밝혔다.

“고비도 있었어요. 선수들은 늘어나는데 갖춰진 환경이 부족하다보니 선수들에게 미안함이 많았죠. 선수수급도 쉽지 않아서 구단 운영이 힘들었던 적도 있었구요. 그럴 때 마다 주위에서 많이들 도와주셔서 힘든 때를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인걸요, 전용구장이 생기는 날까지 더 열심히 뛰어야죠.”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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