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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25) ‘승리요정 나가신다’ 안산공고 정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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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공고 투수 정철원. [사진=정아름 기자]


‘10승 투수.’ 선발로 나서는 투수라면 누구든 갖고픈 수식어 중 하나다. 매 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KBO리그에서 올 시즌 10승 투수는 8명에 불과하다. 프로도 이러한데 고교야구라고 다를까. 전, 후반기 주말리그 경기(팀당 최소 10~14경기, 권역에 따라 차이 있음)를 제외하고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지는 전국대회를 치르는 고교야구에서 10승 투수는 쉽사리 보기 힘든 존재다.

안산공고 우완투수 정철원(18)은 경남고 우완투수 최민준(18)과 함께 올해 가장 많은 승리(23일 현재 9승)를 거뒀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봉황대기는 승수를 추가해 10승이라는 퍼즐을 완성할 기회였다. 지난 22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안산공고와 동산고의 봉황대기 32강전. 정철원은 이날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⅓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역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의 득점지원 불발로 승리투수 요건은 채우지 못했다. 팀 역시 7회 선취점을 뽑았으나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패했다. 그렇게 투수 정철원의 고교 마지막 시즌은 9승으로 마무리됐다.

승리요정으로 거듭난 2017년

아쉽게 10승은 불발됐지만 정철원에게 2017년은 더 할 나위 없는 시즌이었다. 시즌 성적은 23경기 출장해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06(59피안타 37사사구 82탈삼진 17실점 10자책).

제대로 물이 오른 정철원에게 올 시즌 두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하나는 늘어난 이닝소화다. 지난해 7경기 출장에 그쳤던 그는 중국 광저우에서 진행된 동계훈련을 통해 한 뼘 더 자랐다. 정철원은 광저우의 따뜻한 날씨라는 환경과 유진호 투수코치의 체계적인 지도와 관리 아래서 패배를 모르는 승리요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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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원은 190cm, 90kg의 건장한 체격조건과 경기 운영 능력을 두루 겸비한 투수 유망주다. [사진=정아름 기자]


본격 성장세를 탄 정철원의 올 시즌 소화이닝은 85이닝. 지난해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 공식적인 투구 수만 1,230개다. 전국 고교 투수들 가운데 소화이닝은 전체 2위, 투구 수는 전체 3위에 해당한다. 체력적인 부담이 없는지에 대한 정철원의 대답에서는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저희 팀(안산공고)이 저랑 (김)도규형, 용주 이렇게 셋이서 로테이션이 잘 돌아가는 편이에요. 에이스가 한 명인 팀처럼 한 투수에게 129개씩 던지게 하는 일이 없죠. 충분히 쉬고, 던지는 것도 충분히 던져서 몸 상태를 최고로 잘 유지시켜주는 팀이 아마 안산공고일 겁니다.”

두 번째는 낮아진 피안타율이다. 지난 시즌 주로 불펜에서 뛰었던 정철원의 피안타율은 0.209였다. 올해 피안타율은 0.203이다. 미미한 차이이긴 하나 타자와 최소 2번은 맞붙어야 하는 선발투수로 나서서 얻은 결과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결과다. 정철원은 “제가 투볼이나 원스트라이크 스리볼 이런 상황에서 타자가 노림수를 가질 때 변화구 던지는 걸 재밌어하고 또 좋아해요”라며 불리할 법한 상황에서 오히려 승부를 즐겼던 것이 피안타율을 낮추는 데 주효한 것 같다고 밝혔다.

수비 잘하는 다섯 번째 내야수, 롤모델은 이대은

투수는 손에서 공이 벗어남과 동시에 내야수가 되어 수비에 동참한다.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갖춘 투수들은 내야진의 또 다른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정철원 역시 수비에 대한 자신감만큼은 다른 투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포수부터 유격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던 그의 1루 견제 능력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수도권 A 구단 스카우트는 “정철원의 1루 견제는 전국에서 가장 빠르다. 지난해 제물포고 시절 박치국(19 두산)을 보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번트를 비롯한 다양한 타구 수비, 송구 등 감각이 좋은 선수다. 향후 2~3년 시간을 들여 선발로 키울 만한 장래성이 큰 선수다”라며 정철원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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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원은 지난 22일 동산고전에서도 견제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2루 견제를 시도하는 장면. [사진=정아름 기자]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정철원은 “올 시즌 황금사자기를 비롯해 청룡기 대회까지 수비가 흔들릴 때 저도 같이 흔들리는 편이었어요. 청룡기 이후로 변화를 줬죠. 내야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고자 했어요. 그러다보니 팀 분위기도 좋아지고 제가 던질 때 내야수들도 더 열심히 해준 것 같구요”라며 직접 부딪히고 배우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원의 롤 모델은 경찰청에서 군 복무 중인 이대은(28)이다. 정철원은 “일단 얼굴도 잘생겼고, 야구 실력까지 좋다. 저도 그런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마운드 아래에선 18세라는 나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니폼이 너무 멋있어서 야구를 시작한 소년은 ‘필요한 선수가 되자’라는 본인의 좌우명을 되새기며 오늘도 훈련장에 들어선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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