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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김형성 프로의 기브 백(give back)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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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활동중인 김형성 프로(사진)가 지난 주 경기도골프협회와 함께 용인의 한화 프라자CC에서 주니어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31회 째를 맞은 경기도종합선수권골프대회로 340여명의 초중고생 골퍼가 출전해 우승을 다퉜다. 단체전과 개인전으로 나뉘어 이틀간 열린 이번 대회는 여중부의 경우 5번의 연장전 끝에 우승자가 가려지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올해부터 대회명에 ‘김형성배’라는 타이틀이 붙게 됐다. 호스트인 김 프로는 수천만원의 개최 비용을 자비(自費)로 부담했으며 대회기간 내내 현장에 머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 프로는 또한 ‘나는 된다(I CAN DO IT!)라는 슬로건도 함께 제공했다. 뒤늦게 골퍼의 길로 접어든 김 프로의 골프 인생을 축약한 좌우명으로 스무살이 넘은 늦은 나이에 출발했지만 국내(3승)와 일본(4승)에서 정상급 골퍼로 성장한 원동력이 됐다. 대회장에서 만난 김 프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스스로를 믿고 꿈을 향해 노력하면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신념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프로는 부산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돌 잔치 때 서울에서 잘나가는 탤런트들이 내려와 축하해 줬을 정도로 건설업을 하던 부친의 사업이 잘됐다. 하지만 IMF 한파를 겪으며 가세가 기울어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고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뛰던 김 프로는 군대를 다녀온 후 빈 손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클럽 하나를 바꿀 때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바른 그의 주변엔 성실성에 매료된 독지가들이 있었다.

김 프로가 올해부터 주니어 골프대회를 후원하기로 한 것은 자신이 어려울 때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 프로는 “제가 즐거워하고 사랑하는 골프를, 제가 어렸을 적 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보다 많은 청소년 선수들이 골프를 즐기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잘 크기 위한 여건을 만드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염원이 대회 개최로 이어진 것이다. 김 프로는 지난 주 시상식을 마친 뒤 서둘러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 JGTO 던롭 스릭슨 후쿠시마오픈이 열리는 대회장에 새벽 1시에 도착해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김형성의 매력은 진정성과 겸손에 있다. 경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이런 인간적인 매력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김형성배 대회엔 파리게이츠와 스릭슨, 후쿠즈미, ER, 레브, ECC 등 여러 개의 일본 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파리게이츠와 스릭슨, 레브는 골프관련 기업이지만 나머지 회사들은 골프와 무관한 IT나 운송, 부동산, 어학원, 폐기물사업을 하는 기업들이다. 파리게이츠 일본 회장은 국내 라이센스 계약사인 크리스에프엔씨 측에 연락해 대회를 각별히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김형성의 서브 스폰서이기도 한 이들 기업은 김 프로가 2012년 일본무대로 진출한 후 인연을 맺은 회사들이다. 인간적인 신뢰를 구축한 기업 오너들과의 끈끈한 인간 관계가 단단한 연결고리다. 이들 일본기업이 홍보효과가 전무한 한국의 주니어 골프대회에 딱히 협찬을 할 이유는 김형성 외엔 없어 보인다. 스포츠계에선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이 있는데 김형성 프로에겐 비껴갔으면 한다. 참고로 김 프로는 지난 주 1타 차로 예선탈락했다. 이강래(칼럼니스트)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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