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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면 파는 프로골퍼’ 송민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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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사장으로 변신한 송민지 프로가 자신이 개업한 식당 분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수입요? 당연히 레슨 하는 거보다 (장사가) 더 낫죠.”

단박에 궁금증이 풀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여자골프의 1 부투어 선수였는데, 갑자기 냉면집 사장이라니. 그리고 30살, 젊은 여사장의 진지한 눈빛에서 제2의 인생에 대한 이 이채로운 결정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양재역 인근에 위치한 대중음식점 분틀의 사장, 송민지 프로(30)는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5월 9일 개업했다. 지난해말부터 사업구상에 들어갔고, 메뉴 등을 선택한 후 4월 한달 내내 인테리어를 한 끝에 음식점 사장이 된 것이다.

송민지는 세화여중-세화여고-중앙대를 나와 고3때 세미프로가 됐고, 대학교 1학년인 2006부터 KLPGA 1부투어에서 활약한, 정통 엘리트 프로골퍼다. 투어 초창기 상금랭킹 30~40위 권을 유지했고, 2009년 9월 KB국민은행스타투어 2차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두 차례 2부투어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2011년 무안CC컵 드림투어 14차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다시 1부투어로 올라오곤 했다.

지난 시즌 상금 92위로 투어카드를 잃은 송민지가 아직 젊은 나이에 왜 투어생활을 접었을까? 그리고 은퇴를 해도 이 정도 캐리어면 레슨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데 왜 음식점 사장이 된 것일까? 1부 투어 출신, 그리고 30살의 젊은 프로골퍼의 선택은 나름 골프계에서 궁금증의 대상이 됐다.

“평생 골프를 해왔지만, 인생은 골프가 전부가 아니잖아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특히 레슨은 제 성격이랑 맞지 않았어요. 2014년 부상으로 투어를 쉴 때 레슨을 해봤는데, 이건 제 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음식점요? 사실 부모님이 강남에서 고깃집을 했어요. 어려서부터 그걸 봐와서 그런지 저도 장사를 하고 싶더라고요. 물론 이번 개업 때도 부모님이 전폭적으로 도와주셨죠.”

소신이 넘쳤다. 개업 후 하루도 쉰 적이 없고, 아침 10시에 나와 저녁 11시까지 가게에 붙어있는 고된 직업이지만, 자신이 선택했고 만족한다고 했다. 인테리어를 할 때 주변에서는 프로골퍼인 만큼 이를 홍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권했지만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사장의 이력보다는 음식맛으로 승부는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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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KLPGA 1부투어에서 활약한 송민지 프로의 선수시절 모습.


그래서일까, 장사는 “지금처럼만 되면 좋겠어요”라는 답이 나올 정도로 제법 잘된다고 한다. 향후 프렌차이즈로 가맹점을 늘려나가 좋은 음식 체인점의 대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송민지 프로는 “골프는 거의 치지 않았어요. 7월 들어 몇몇 지인들의 청으로 필드에 나갔지만 라운드 후 바로 가게로 와 장사를 했어요. 장사를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골프를 해서 그런지 전혀 연습을 않았는데도 볼은 잘 맞은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분틀’은 점심에는 주로 냉면과 수육이 많이 팔리고, 저녁에는 각종 전 종류의 음식이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송 프로의 모교인 언주초등학교 근처로, 교통이 좋아 손님이 많은 편이고, 입소문이 나면서 골프계 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친분이 두터운 임지나 박희영 홍란 이정은5 남민지 프로 등은 이미 수 차례 ‘송프로네 음식점’을 다녀갔다.

혹시 요식업으로 크게 성공하면 다시 골프 관련 일을 하지 않을까? 우문에 현답이 나왔다.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어요. 골프만 하면서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어요. 프로투어도 사회생활이지만, 그것보다 엄청 넓은 사회가 그 밖에 있는 것이지요. 일단 제2의 인생인 음식점으로 성공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성공한 후 여유가 생기면 골프는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겠죠.” 맞다. 인생에 외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밝고 당찬 표정의 송민지 프로의 모습에서 어쩐지 수년 후 ‘분틀’이라는 음식점이 제법 유명해지지 않을까, 기대감이 높아졌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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