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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여자골프의 코리안슬램...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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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US여자오픈 챔피언 박성현과 리더보드를 장식한 한국선수들. [사진=USGA]


‘남달라’ 박성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72회 US여자오픈은 여자골프의 막강한 코리안 파워를 전 세계에 과시한 대회였다. 중계를 열심히 시청한 분들은 아마도 “어떻게 US여자오픈 중계에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많이 나오지?”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아마추어 최혜진과 이정은6 등 나흘 내내 선두 경쟁을 한 한국선수들에게 마이크를 채워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한국선수들의 기량이 월등하게 좋기 때문에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US여자오픈에선 ‘톱10’에 무려 8명의 한국선수가 포함됐다. 미국선수는 단 한명도 ‘톱10’에 들지 못했으며 펑샨샨(중국)과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만이 한국선수들 틈바구니에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아마도 미국골프협회(USGA)는 영어와 한국어를 US여자오픈 공식 언어로 지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국 골프장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고 장거리 이동과 시차 등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경기한 KLPGA투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을 보면 한국선수들의 기량이 좋다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십여 년 전만 해도 KLPGA투어 선수들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에 그쳤으나 이젠 과감하게 우승을 노릴 정도로 입장이 바뀌었다.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을 비롯해 허미정과 유소연, 이정은6, 김세영, 이미림 등 ‘톱10’에 든 선수들은 모두 KLPGA투어를 거쳤거나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젠 ‘코리안슬램’을 논할 때가 된 것 같다. ‘코리안슬램’이란 코리안 여성 골퍼가 세계여자골프의 5대 메이저 대회를 한 해에 싹쓸이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당장 시즌 첫 메이저타이틀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유소연이 우승했으며 두 번째 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선 재미동포 다니엘 강이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US여자오픈에선 박성현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제 남은 메이저 대회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은 한국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메이저로 승격된 2001년 박세리가 첫 우승을 거둔 이래 장정(2005년)과 신지애(2008년, 2012년), 박인비(2015년)가 우승했다. 에비앙 챔피언십 역시 한국선수들의 단골 우승대회다. 2013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이 대회에선 최근 3년간 김효주(2014년)와 리디아 고(2015년), 전인지(2016년) 등 코리안이 3년 연속 우승컵을 가져갔다.

코리안 여자골프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나? 일단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실이 바탕에 깔려 있다. 잘나가는 여자 선수들은 그런 가치관을 가진 부모들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훨씬 열심히 훈련한다. 물심앙면 이를 뒷받침하는 헌신적인 부모도 있다. 신지애와 유소연, 김효주, 전인지는 모두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으며 세계무대에서도 쉽게 재능을 드러냈다.

아마추어부터 좋은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기량을 끌어 올리는 점도 골프강국을 만든 배경이다. 한국에선 10~16세 사이의 주니어 선수들이 연간 20개 대회를 치러왔다. 이런 경쟁관계는 프로무대인 KLPGA투어로도 이어져 마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물건이 생산되듯 국제 경쟁력을 갖춘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배출됐다. 전 세계에서 3부 투어까지 있는 여자골프는 한국 밖에 없다. 리디아 고나 미셸 위 해외에서 성장한 코리안 여성 골퍼들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자라온 골프 환경은 모국인 한국과 다르지만 한민족 특유의 DNA는 다를 수 없다.

‘코리안슬램’의 가능성은 2015년에 있었다.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박인비), US여자오픈(전인지), 에비앙 챔피언십(리디아 고)이 모두 코리안 골퍼들의 차지였다. 아쉽게도 ANA 인스퍼레이션(브리태니 린시컴)만 빠졌다. 이제 두 번째 도전이다. 자연과의 싸움이 될 브리티시여자오픈은 8월 첫 주 골프의 본 고장인 스코틀랜드의 킹스반스 골프링크스에서 열린다.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도 코리안 골퍼들의 차지가 될지 흥미진진하다. 이강래(칼럼니스트)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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