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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소리 없는 올림픽’ 데플림픽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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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대강당에서 열린 '2017 삼순 데플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결단식'의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지난 7월 3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종합훈련원 대강당에서 ‘2017 삼순데플림픽대회 결단식’이 열렸다. 4년마다 열리는 청각장애인들의 올림픽인 데플림픽은 오는 7월 18일부터 30일까지 터키 삼순에서 열린다. 23회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109개국에서 18개 종목 5,000여 명이 참가한다. 한국은 사상 최대 규모인 9개 종목에 141명의 선수단(선수 79, 임원 46, 수화통역 16)이 출전한다. 우리 선수단은 배드민턴, 볼링, 태권도 등에서 금메달 17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3개를 획득해 종합 3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 21회 타이베이대회(금14, 은13, 동7) 및 2013년 22회 소피아대회(금19, 은11, 동12)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3위를 연속 2회 달성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올림픽은 패럴림픽(신체 및 감각장애)을 떠올린다. 하지만 장애유형에 따라 지적장애인이 참가하는 스페셜올림픽과 청각장애인이 참가하는 데플림픽이 따로 있다. 이번 <장체야 놀자>는 데플림픽을 공부하는 시간이다.

소리 없는 올림픽

데플림픽(Deaflympics)은 1924년 8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벨기에, 체코슬로바키아,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헝가리,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9개국 133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하계데플림픽을 시작했다. 패럴림픽(1960년)보다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제15회 하계데플림픽(1985년)에 처음 선수단을 파견했다.
데플림픽은 패럴림픽과 다른 운영방식을 보인다. 데플림픽에서는 육상 출발용 화약총, 호루라기, 마이크 등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깃발을 흔들거나 빛을 쏘아 경기 시작을 알린다. 관중도 함성 대신 파도타기를 한다. 이는 소리에 대한 순간반응 속도 및 경기 중 감독과의 소통으로 인한 전술 차이 등 청력의 차이로 인해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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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순 데플림픽의 포스터.


동ㆍ하계 데플림픽 모두 참가 기준은 두 귀의 청력손실이 55데시벨(dB) 이상인 청각장애인이다. 경기 시작 전에 착용한 인공와우와 보청기 등을 모두 제거해야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멜버른 데플림픽(2005년)에서 한국선수가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로 경기에 참가해 경기 도중 실격을 당하기도 했다.

장애인스포츠대회를 참가하기 위해서는 장애유형에 맞는 등급분류가 이루어진다. 데플림픽은 다른 국제종합대회인 올림픽, 장애인올림픽 등과 비교할 때 오디오그램(audiogram) 검사를 진행한다. 오디오그램은 오디오미터(audiometer)라는 청력 검사 장비를 통해 검사자의 가청 영역이 정상 범위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청력손실정도)를 파악하는 검사다.

데플림픽에 참가하려는 선수는 대회 참가 전 각 나라의 지정 병원에서 오디오그램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는 대회 시작 3개월 전까지 ICSD(국제농아인스포츠위원회ㆍInternational Committee of Sports for the Deaf)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데플림픽에 처음 참가하는 선수는 대회 개막 1~2일 전에 ICSD가 실시하는 오디오그램 검사를 한 번 더 실시해야 한다. 그 외에도 도핑 검사와 함께 대회 기간 중에 무작위로 오디오그램 검사가 진행된다.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는 공통 언어이다. 그리고 나라별 수화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수화와 영어 수화가 달라서 나라별 수화를 공부하며 소통을 하기 위해 선수들은 노력한다. 그래서 청각장애인 대회에는 많은 수화 자원봉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삼순 데플림픽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선수단에 16명의 수화통역사가 포함되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 경기 긴장하며 수화하는 통역사야 말로 숨은 공로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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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순 데플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결단식에서 선수들이 밝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알고보면 놀라운 데플림픽 대표들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종목별로 집중 훈련을 실시했다. 조용해야 하는 경기장과는 달리 훈련장 분위기는 항상 웃음과 격려가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 열린 삼순 데플림픽 결단식도 화기애애했다. 선수들은 데플림픽에 대한 긴장보다는 즐기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듯싶었다.

대표선수 중 실업팀 선수들은 모두 비장애인 실업팀 소속이다. 사격, 배드민턴, 축구, 유도 팀에 소속되어 있다. 그만큼 실력이 뛰어난 것이다. 강세를 보이는 배드민턴에서는 데플림픽 4회 출전에 금메달 7개를 획득한 정선화(33 여)가 간판스타다. 신현우(36 남)도 데플림픽 최다 출전기록(6회)을 보유하고 있다. 최연소 참가자는 탁구 김서영(14 여), 최고령 선수는 볼링의 김태순(51 여)이다. 데플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패럴림픽과 같이 선수에게 연금이 지급된다.

사격에서는 최근 대형스타가 탄생했다. 지난 6월 초 대구사격장에서 열린 ‘제33회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김기현(24 창원시청)은 월드스타 진종오를 누르고 남자일반부 50m 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기현은 창원 봉림중학교에서 사격을 시작했고, 경남관공고를 졸업하고 2013년 창원시청에 입단했다. 청각 장애가 있지만 상대의 입 모양과 수화 등으로 원활하게 소통하며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결선 집중력이 뛰어나 비장애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당연히 이번 삼순 데플림픽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앞서 2009년 타이베이 데플림픽에서는 은메달 2개, 2013년 소피아 데플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이미 획득한 바 있다.

노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처럼 알고 보면 흥미로운 스토리가 가득한 데플림픽은 너무 조용하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미미한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열리는 국제종합대회에서 한국이 종합 3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리 없는 올림픽에 큰 소리로 화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는 7월 13일 오후 8시 인천공항에서는 삼순 데플림픽에 참가하는 한국선수단의 환송식이 열린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장애인스포츠와 관련된 제보를 기다립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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