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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디 오픈 이야기 (2) ‘토미의 영광과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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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톰 모리스(왼쪽)와 아들 톰 모리스가 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


아버지 톰 모리스와 아들 톰 모리스

1860년 제 1회 디 오픈 대회에서 윌리 팍에게 우승을 빼앗겼던 톰 모리스는 제 2회 대회에서 윌리 팍을 2위로 밀어내며 우승하여 세인트 앤드루스 골퍼들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그 이후 라이벌이 된 두 가문은 2대에 걸친 우승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그 싸움은 세인트 앤드루스와 머셀버러 골퍼들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톰 모리스 가문은 아버지인 올드 톰 모리스와 아들 영 톰 모리스가 각각 4승을 올려 총 8승으로 6승에 그친 윌리 팍 가문을 제압했다.

1867년 46세의 올드 톰 모리스가 네 번째 우승을 하고, 1868년에는 17세의 영 톰 모리스가 우승, 아버지가 준우승을 하면서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 이때 부자가 기록했던 최고령 우승과 최연소 우승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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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디 오픈 우승자에게 주어진 '챌린지 벨트(Challenge B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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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렛 저그(Claret Jug).


챌린지 벨트와 클라레 저그


제1회 대회가 열리면서 우승자가 1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챔피언 벨트를 제작했고 그 이름을 ‘챌린지 벨트’라고 불렀다. 만일 3년 연속 우승이 나올 경우에는 우승자가 그 벨트를 영구히 보관하기로 했었는데 영 톰 모리스가 1868~1870년 연속으로 우승하면서 벨트의 주인이 되었다. 세인트 앤드루스의 시민들은 아들 영 톰 모리스를 '토미'라고 불렀다. 우승 벨트가 없어지자 1871년에는 디 오픈이 열리지 않았고, 현재의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를 제작하여 1872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우승컵에 첫 번째로 이름을 새긴 선수는 다름 아닌 영 톰 모리스였다. 그는 역사상 단 한 번뿐인 4회 연속 디 우픈 우승의 대기록을 남겼다. 클라레 저그의 공식 명칭은 ‘골프 챔피언 트로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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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벨트를 찬 영 톰 모리스의 모습.


토미의 영광

신분의 계급차별이 뚜렷했던 당시 귀족들은 하층민이었던 톰 모리스를 골프 잘치는 캐디 정도로 인식했고, 그는 클럽하우스 출입이 금지된 신분이었다. 아버지 톰 모리스는 토미가 절대로 캐디를 못하게 했고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며 아들의 신분 상승을 기대했다. 귀족들이 티샷을 할 때 무릎을 꿇고 모래를 물로 반죽하여 티를 만들어 공을 놓아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들이 따라 하지 않기를 희망한 것이다.

그러나 신분의 벽은 너무나 높았고 19세기 최고의 골퍼였던 토미는 절망하게 됐다. 1874년 최하위층이었던 연상의 미혼모와 사랑에 빠진 토미는 부모가 참석을 거부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리고 잠시 행복했지만, 1875년 9월 부인이 아이를 낳다가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나자 식음을 전폐하고 자기의 인생을 비관했다. 건강이 점점 나빠지던 24살의 토미는 187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토미의 이야기는 미국의 작가 케빈 쿡이 ‘토미의 영광(Tommy’s Honor)’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소설로 썼고, 2017년 4월에 동명의 영화가 개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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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미의 영광> 중 한 장면.


토미의 비극


톰 모리스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33년을 더 살다가 87세가 되던 1908년 세상을 떠났고 그의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챌린지 벨트를 R&A에 되돌려 주었다.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의 클럽하우스이며 R&A의 본부인 건물 현관에는 챌린지 벨트와 클라레 저그가 전시되어 있다. 소설 ‘토미의 영광’ 마지막 줄에 작가는 이렇게 썼다. “톰 모리스는 33년 동안 토미의 영광 속에서 살았다.” 토미의 영광이 아니라 토미의 비극 속에서 살았다고 쓰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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