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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태원의 KBO 핫클립] ‘타고투저’의 씁쓸한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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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공격 야구를 표방하는 KIA와 SK. 이날(5일) 마운드에 오른 투수 중 KIA 한승혁을 제외한 총 10명이 모두 실점했다. [사진=OSEN]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지난 주중에 보기 드문 역대급 경기가 펼쳐졌다.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홈)와 KIA타이거즈(원정)의 팀 간 시즌 7차전. SK가 KIA에 18-17,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KIA는 이 경기에서 ‘11타자 연속안타’, ‘12타자 연속득점’으로 2개의 KBO리그 신기록을 썼고, ‘12타자 연속출루’, ‘한 이닝 11안타’의 타이기록을 만들어냈다. 4회까지 1-12로 끌려가던 KIA는 5회에만 대거 12점을 기록하며 역전했다. 그럼에도 SK는 18-15로 경기를 뒤집었고, 최종 스코어는 18-17로 양 팀 도합 35점을 뽑아냈다. 양 팀 타자들은 방망이를 마구 휘둘렀고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KIA 21안타 SK 17안타).

비단 이 경기뿐 아니라 7월에 펼쳐진 31경기에서 한 팀이 10점 이상 뽑아낸 게 10차례나 된다. 4월(125경기 중 28번), 5월(124경기 중 26번)과 비교해 확실히 높아진 수치이며, 6월(125경기 중 45번)의 페이스에 뒤처지지 않는다. 또 이달 치른 경기에서 리그 평균 타율은 0.312이다. KIA와 넥센, 두산, 한화, NC, 삼성, SK 등 7팀이 3할대 팀 타율을 기록 중이다. LG는 0.296, 롯데는 0.261, 그리고 kt가 가장 낮은 0.233다.

다득점 경기가 많아지면서 관중에게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안타와 홈런이 난무하는 현재 흐름이 과연 야구다운 야구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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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역대 최고의 마무리 '돌부처' 오승환의 삼성 시절. [사진=삼성라이온즈 언론사진자료실, 스포츠코리아]


# 투수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

한국프로야구는 그간 타고투저 현상이 오래 지속돼왔다. 지난해에는 3할 타자가 무려 40명에 달했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월등히 향상된 것으로 보였지만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참패를 면치 못하면서 투수들의 질적 수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따랐다. 정상급 타자의 상징인 3할의 가치는 이미 무너져 내린 모양새다.

2009년부터 타고투저의 흐름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고, KBO는 부랴부랴 2010년 ‘스트라이크존 확대’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이는 단기적으로 타고투저의 흐름을 막고 투타 균형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투수들의 질적 저하를 유발한다. 좋은 투수를 구별해내는 변별력을 줄여버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넓은 스트라이크존의 특혜를 받고도 고전하는 투수가 좁은 스트라이크존 하에서 과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이처럼 투수의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4년부터 외국인타자의 숫자를 늘리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한국 땅을 밟으면서 리그 전체의 흐름이 타고투저로 아예 굳어진 것이다. 여기에 반발력이 높은 공인구를 사용하는 것 역시 이런 흐름을 부추겼다.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 신인 투수 최초로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을 달성했던 선발투수 류현진(30 LA 다저스)이나 KBO리그 통산 444경기에서 277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한 마무리투수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같은 정상급 투수의 계보를 이을 만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극심한 투수 기근 현상을 선수들의 기량 탓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 리그의 흥행만을 바라보고 있는 KBO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더불어 일관성이 결여된 주심의 스트라이크존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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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뿔난 오재원(왼쪽)이 문승훈 심판과 언쟁을 벌였다. 이로 인해 오재원은 2경기 출장정지와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0시간, 문승훈 주심도 벌금 1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미지=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 역대 최고 팀 타율 나오나?

10일 현재까지 KBO리그 전체 720경기 중 410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전체 타율이 0.286이다. 역대 최고 타율이었던 지난해 0.290, 2014년 0.289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이다. 이제 겨우 전반기를 마쳤다는 점, 시간이 흐를수록 타율이 점점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역대 최고 타율을 경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투수들의 체력이 방전됐다.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은 4.99로 지난해 5.17에 근접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던 투수들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롯데 박세웅(2.44)과 kt 피어밴드(2.95)는 지난 달 초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지만 무더운 여름이 오자 지친 기색이 엿보인다. KIA 임기영(1.82)은 폐렴 증상으로 한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해 규정이닝에 7⅔이닝이 모자란다(규정이닝은 소속팀이 치른 경기수와 같은 이닝 수).

지친 투수들과는 달리 타자들은 연일 맹타를 휘두른다. 이들은 시즌이 진행되면서 변화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고 변화구 대처에도 강점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리그 전체 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KIA는 6월 27일 경기부터 8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려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 기간에 KIA는 0.420의 경이로운 팀 타율을 기록했지만 팀 평균자책점도 5.96으로 상당히 높았다.

82경기를 치른 KIA의 현재 팀 타율은 0.309로 역대 KBO리그 팀 최고 타율인 2015년 삼성라이온즈의 0.302를 넘어선다. 타고투저를 완화하고자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실시한 이번 시즌에 역대급 타격기록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역설이 진행 중인 것이다.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는 올스타 브레이크(14일~17일) 이후 18일(화)부터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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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현재까지 10개 구단 타격 성적. [이미지=kbreport]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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