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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26) ‘급할수록 돌아가라’ 야구 레슨을 받는 이유(시즌1 최종회)

귀하디귀한 주말. 꿀 같은 시간들 중 하루를 온전히 야구에만 쏟아 붓는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늘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아니 그마저도 리그 경기가 있으면 못할 수도 있는 팀 훈련만으로 실력을 쌓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사야인(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의 시선은 개인레슨장으로 향한다.

필자 역시 같은 마음으로 회사 근처 개인레슨장을 찾았다. 회사에서 20분 거리라 가까운 편에 속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꼴로 겨우 가게 되는 게 현실이다. 혹시 개인레슨을 고민하고 있다면 집 혹은 직장 근처에 위치한 레슨장으로 갈 것을 추천한다.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한들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참여 빈도 역시 줄어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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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엔 역시 야구가 제 맛이다. 스윙 메커니즘이랄 것도 없었지만 싹 다 뜯어고치고 있다.


레슨은 가장 기본적인 공을 받고, 던지고, 치는 자세 테스트로 시작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코치님은 “거의 기본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달간은 기본기를 다지는 방향으로 레슨을 진행하겠다”라며 센터의 훈련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니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올 것을 당부했다.

당장 포수로 나서기 위해서는 캐칭, 블로킹, 프레이밍 등 포수 훈련에 집중해야겠지만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우선 기본기를 재정립하고 차근차근 포지션 소화 능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을 선택했다. 지난해 이맘때 한 달이라도 바짝 레슨을 받았더라면 ‘그동안 당했던 부상 중의 일부는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고대로 레슨장의 훈련량은 무시무시했다. 코치님의 전담마크로 포구 자세 교정에 들어갔다. 최대한 낮은 자세를 만드는 것부터 글러브의 위치와 각도, (우투의 경우)오른손의 위치, 포구 후 글러브 이동 등의 과정을 하나의 완성된 동작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스펀지처럼 흡수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체력이라도 받쳐주면 좋으련만 공 10개만 받아도 후들거리는 다리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타격은 스윙 메커니즘 자체를 아예 통째로 바꾸고 있다. 참 일관성 있게도 타격에서도 높은 자세가 문제다. 타격 자세는 최대한 중심을 낮게 잡고 상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그리고 타격 시 오른팔을 이용하기보다 왼팔로 스윙하며 타구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게 교정했다. 팔꿈치 상태가 완전치 않아 던지는 것에 대한 훈련은 미뤄둔 상태다. 튜빙 밴드를 이용해 보강 운동을 하며 전완근을 키우고 있다.

얼마간의 레슨으로 나의 실력에 기적과 같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버린 지 오래다. 그저 넘치는 의욕만 가지고 좌충우돌하던 예전의 나에서 야구 자체를 즐기는 나로 가는 과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 시즌1을 마치며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의 세계에 무작정 뛰어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칼럼 연재가 어느덧 1년이 지났네요. 2016년 7월 5일 첫 칼럼을 내보내고 1년간 격주로 1편씩 업데이트 됐습니다.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분에 넘칠 정도로 격려와 응원을 매번 해주셨고, 글이 지나치게 사변적이라고 충고해주시는 분 역시 계셨습니다. 부족한 글에 대한 모든 관심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자야구 및 사회인야구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주저 없이 댓글 혹은 메일(sports@heraldcorp.com)로 질문해주시면 시즌2에서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난 지금 역시 초보 딱지를 미처 떼지 못했습니다. 1년의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적지 않은 병원비를 썼고, 야구를 한 날보다 쉬어야만 했던 날들이 더 길었습니다. 올 시즌 성적도 6타수 1안타 2타점 5도루로 크게 내세울 것이 없죠. 롤 모델인 제이크 아리에타(시카고 컵스)를 따라 등번호를 49번으로 달았는데 제게 마운드는 여전히 에베레스트처럼 높아만 보입니다. 야구는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고들 하죠. 그 말의 의미를 이젠 좀 알 것 같습니다. 더 깨지고, 더 부딪히고, 더 배워서 조금 더 발전된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시즌2>로 찾아뵙겠습니다. 여자야구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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