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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18) 경북고 배지환 “롤모델은 이종범”
세상에서 가장 합법적인 절도인 ‘도루’. 도루왕을 대도(大盜)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올 시즌 KBO리그 도루왕 경쟁은 박빙이다. 지난해 도루왕을 차지한 박해민(27 삼성)이 22개의 도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그 뒤를 버나디나(33 KIA)와 이대형(34 kt)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고교야구로 무대를 옮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교 무대에서 현재 도루 1위는 경북고 유격수 배지환(1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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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고교야구 도루 1위(24개)를 달리고 있는 경북고 배지환. [사진=정아름 기자]


독보적 리드오프, 청소년 대표팀 승선하다

16경기 타율 0.438(64타수 28안타), 출루율 0.500, 장타율 0.547, 12타점 19득점 10사사구 6삼진 24도루. 주말리그 전·후반기와 황금사자기, 청룡기 1차전까지 배지환의 올 시즌 성적이다. 주목받는 유망주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고3병도 없다.

특히 돋보이는 기록은 단연 도루다. 경기당 평균 1.5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1,2학년 때와 비교해도 올해 도루 페이스는 상당히 좋다(1학년 경기당 0.44개, 2학년 경기당 0.63개). 청룡기 대회가 열리고 있는 목동야구장에서 만난 배지환은 “생각보다 장타가 많이 나오지 않아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아무래도 3학년이니까 기록 면에서 신경을 좀 더 많이 쓰다 보니 도루가 늘어난 것 같다”며 도루 개수 증가의 비결을 밝혔다.

경북고의 리드오프 배지환은 누상에서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끊임없이 흔든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스피드만큼은 타고났다. 포수의 견제를 뚫고 도루에 성공하는 짜릿함을 느낀 이후 그 매력에 푹 빠졌다. 늘어난 도루 수만큼 체력 소모도 많을 터. 배지환은 도루를 위해 평소 꾸준한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4할대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배지환은 무난히 청소년 대표팀에 승선했다. 2008년 애드먼턴 대회 우승 이후 9년 만에 정상 탈환에 나서는 만큼 대표팀 합류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보였다. 배지환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할 만큼 투수가 중요하잖아요. 이번 대표팀 투수들이 워낙 좋다보니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라며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청소년 대표팀의 내야자원은 총 5명. 배지환을 포함해 유격수만 4명이다. 배지환은 “수비 폭이 넓다보니 좌우로 빠지는 타구 수비는 자신 있다. 그리고 강한 어깨 역시 장점이다”라며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되는 점을 차분히 설명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배지환은 최근 마운드 위에서 새로운 매력을 뽐냈다. 지난 6월 10일 대구고와의 주말리그 경기에서 팀의 마무리 투수로 구원등판한 배지환은 2이닝 동안 1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고교 첫 피칭을 마쳤다.

경북고 박상길 감독은 “황금사자기 이후 기존 마무리 투수였던 원태인(17)이 가벼운 부상을 당하며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필요하게 됐다. 야수들 중 최고 144km를 던진 (배)지환이가 낙점됐다. 워낙 볼이 빠르고 원하는 곳에 던지는 센스가 있어서 직구와 슬라이더만 가지고도 타자와의 승부를 잘 펼쳤다. 최대 2이닝 정도는 소화 가능하다. 익숙한 포지션이 아니라 부상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배지환의 투수 기용에 대해 ‘임시방편’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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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타석에서 타격을 준비하고 있는 배지환. [사진=문화뉴스 김현희 기자]


‘대어급 유망주’ 평가, 독 보다는 득

대구 토박이인 배지환은 연고지 프로 팀인 삼성 라이온즈 팬들에게 ‘삼지환’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아 온 유망주다. 삼성의 1차 지명 후보로도 항상 거론됐다. 그러나 정작 배지환 본인은 1차 지명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은 눈치다. 배지환은 “1차 지명에 대해선 3학년 올라올 때부터 관심이 없었어요. 최채흥(2018 삼성라이온즈 1차 지명자) 형이 워낙 잘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목표 자체를 2차 1순위로 두고 있었죠”라고 말했다.

1차 지명은 끝났지만 삼성은 계속해서 배지환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 스카우트진은 “올해 제일 좋은 내야 자원 중 하나다. 성격도 밝고 재능 역시 좋은 선수다. 좌투좌타에서 우투좌타로 변환한 특이사항도 있다. 올해 1차 지명 대상자였기도 하고 투수 가운데 좋은 자원들이 있어 고심 중이지만 2차 상위 지명 선수로도 지켜보고 있다”고 배지환을 평가했다.

올해 드래프트 시장에 나오는 야수들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투수 자원에 비해 쓸 만한 야수 자원이 적다는 것이 10개 구단 스카우트진의 공통된 평가다. 그 가운데서도 꾸준히 대어급 야수 유망주로 평가받아온 배지환은 “(평가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기대를 많이 해주시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고 있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지환은 “한 가지만 잘하는 선수로 남기보다는 이종범 선수처럼 고루고루 다 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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