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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세 콤비' 김지현-안성현 코치의 유쾌한 인터뷰 "밥 좀 먹이면서 훈련시켰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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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김지현.[사진=김두호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인천)=유병철 기자] 프로골퍼 김지현(26 한화) 때문에 난리다. 2010년 투어에 데뷔했지만 지난해까지 1승도 없었고, 우승경쟁을 펼치다가도 제풀에 무너지곤 했던 평범한 선수였다. 그런데 4월말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서 125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승을 거뒀고, 지난 18일 한국여자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시즌 3승). 세계적으로도 강하기로 소문난 KLPGA의 ‘대세’란다.

원래 인터뷰는 지난 3월 진행하려고 했다. 특이한 별명이 달린 외모 때문이었다. ‘실젤예’.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쁘다)’에서 세상 대신 실물을 넣은 말이다. ‘실물이 그렇게 예뻐? 사진으로는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를 요청한 것. 그런데 일정이 맞지 않아 연기를 거듭하다가, 2승으로 확 뜨고 난 후인 지난주 한국여자오픈 개막을 앞두고 마침내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실젤예’ 검증을 위해, 유명 연예인과의 결혼으로 포털사이트 실검순위에 오른 그의 코치, 안성현 프로(36)까지 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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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프로(오른쪽)와 안성현 코치가 한국여자오픈의 대회장소인 베어즈베스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인천)=채승훈 기자]


실젤예의 진실

합의한 결론부터 말하면 김지현의 실젤예는 ‘절대 미모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사진이나 화면에 비치는 것보다 실물이 낫다’였다. 굳이 표현하자면 ‘실보예(실물이 보다 예쁘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김지현은 엄격한 안 코치의 눈치를 봐 가며 “(실젤예라는 말은) 들어는 봤다”고 말했다. 이에 안 코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참 좋으신 분들”이라며 ‘디스’를 놓았다. 대신 김지현이 외모에 신경 쓰는 수준은 여자프로들의 평균이하이고,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라며 다른 장점을 소개했다.

시력이 좋지 않다는 소문에 대해 김지현은 “눈이 정말 좋지 않아요. 하지만 골프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은 없어요. 오히려 도움이 되죠”라고 답했다. 도움? “보고 싶어도 리더보드가 안 보여요. 다른 선수의 스윙도 좀 떨어져 있으면 정확히 못 보죠. 그러니 오히려 딴 생각하지 않고 제 플레이에 더 집중할 수 있죠.” 실젤예는 아니지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모습은 제법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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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의 코치이자, 골프계에서 품절남으로 통하는 안성현 코치. [사진(인천)=채승훈 기자]


품절남 코치의 우승 예언

흥미로운 것은 훈련에 관한 한 엄격하기로 소문난 안성현 코치가 지난 2월 “이제는 (김지현이) 우승할 때가 됐다”고 예언한 것. 안 코치는 “지난해 (김)지현이가 몇 번 아쉽게 우승을 놓쳤죠. 다른 사람들이 위로해도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아요.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죠. 실력이 부족하니까 무너지는 날이 나오고, 그게 마지막 라운드에서 나오니 역전패를 당한 것일 뿐입니다. 그냥 더 열심히 하자고 했고, 지현이가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확신이 생겨 이제 우승할 거라고 얘기한 겁니다. 제가 무슨 도사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지현은 첫 우승 후 안 코치에게 안겨 펑펑 울었고, 그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너무 펑펑 울었죠. 그래서 지금은 창피해서 그 장면 잘 안 봅니다.” 김지현은 우승 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놓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안 코치는 “그때도 우승했을 때만큼 펑펑 울었다”고 유머를 발랐다.

“다 좋은데 밥 좀 먹이면서 훈련했으면 좋겠어요.” 안 코치가 좀 짓궂은 것 같아 스승의 단점 한 가지만 지적해달라고 주문하자 김지현은 이렇게 답했다. 한방에 품절남 안성현을 ‘밥 굶기는 남자’로 만든 것이다. 안성현 코치는 “맞아요. 제가 연습에 몰두하다 보면 식사시간을 자주 넘겨요”라고 쿨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원래 까칠한데, 우승한 이후에는 다정다감해졌습니다”라고 눙쳤다.

국가대표 출신에 훤칠한 외모, 골프방송의 인기 프로, 얼마전 연예인 성유리와의 화제의 결혼까지. 여기에 김지현을 비롯해 박결, 조윤지 등의 스윙코치를 맡고 있는 안성현은 요즘 골프계에서 ‘대세남’으로 통한다. 가르쳐달라는 프로들이 줄을 서도 다 받지 못한다. 안 코치가 “더 받고 싶어도 (김)지현이 등 선수들이 반대해요”라고 말하자, 김지현은 “저희 때문이 아니고, 코치님이 힘들까봐 그러는 겁니다”라고 응수했다. 지도 철학을 묻자 안 코치는 “그런 거창한 건 없고요, 선수가 열심히 하면, 지도는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선수가 서서 연습하면 저도 서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되새겨본 그게 더 무섭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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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오픈 우승 부상으로 받은 기아자동차 카니발 하이리무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지현.[사진=김두호 기자]


즐거운 골프가 강하다


KLPGA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김지현은 올시즌 남은 목표에 대해 “최대한 톱10에 많이 드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수치로 꼭 짚어 표현해달라고 하니 ‘15회 이상’이라는 답이 나왔다. 안성현 코치도 “톱10 목표는 저도 마차가집니다. 상위권에 있으면 그만큼 우승기회도 많아지죠”라고 동의했다. 다른 걸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골프 얘기만큼은 둘의 의견이 꼭 일치했다.

우승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이쯤이면 분위기가 상상 이상으로 좋다. 30분의 인터뷰 시간이 유쾌하게 흘렀다. 잘 알려진 공자님의 말씀에 기대자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확실한 것은 김지현 프로와 안성현 코치는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니 18일 최고의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역전우승을 달성하지 않았을까?

# 안성현 프로의 아내 성유리 씨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다. ‘김지현 프로 3승! 메이저 우승 축하해요. 정연주 프로도 멋졌어요. 김지현 프로, 정연주 프로, 울서방 최고’"라고 적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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