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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다이제스트 “속임수 쓰는 PGA투어 선수 2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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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선수들의 볼 마크 옮기기의 실태를 비꼰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 지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세계 최고의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그린에서 볼마크를 살짝 옮기는 등 속임수를 쓰는 선수들이 20여명 정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골프월간지 <골프다이제스트>는 지난 9일(한국시간) '얼마나 많은 속임수가 PGA투어에서 일어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투어에서 종종 나오는 속임수의 현황과 유형을 다루었다.

이 잡지가 가상의 투어 선수를 내세워 묘사한 이 기사에 따르면 투어 현장은 암암리에 공의 위치를 조금씩 홀에 가깝게 옮기거나 디보트 자국을 피하는 꼼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던 주에 필 미켈슨은 언론 인터뷰에서 놀라운 사실을 부지불식간에 내뱉었다. “나는 볼 마크를 설렁설렁하거나 정확한 자리에 내려놓지 않는 많은 친구들을 알고 있다. 마크한 곳보다 3~5cm 정도 앞에 놓는다는 뜻이다. 그건 의도적일 수밖에 없는 행동인데, 이런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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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 톰슨은 지난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볼 마크와 다른 지점에 공을 놓아 4벌타를 부과받았다. [사진=골프채널 화면]


미켈슨이 투어 내부 사정을 폭로한 계기는 지난 4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선두로 달리던 렉시 톰슨(미국) 때문에 나왔다. 톰슨은 대회 3라운드 17번 홀 그린에서 했던 볼 위치를 옮긴 행동이 카메라에 잡혔고, 이를 시청자가 제보하면서 결국 4벌타를 받아 대회 우승을 놓친 바 있다. 이를 놓고 큰 논란이 일었고 결국 룰 개정이 있었다.

새 골프규칙 34-3/10에 따르면 육안으로 파악할 수 없는 증거를 영상이 밝힐 경우, 또 선수가 (그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규칙 위반 사실이 드러나도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선수들 사이에 신망이 높은 미켈슨의 말이라 파장이 컸다. <골프다이제스트>도 그린에서 공을 5~7cm 정도는 앞에 놓는 걸로 알려진 골퍼는 한 명 정도는 확실히 있다고 언급했다. 선수들은 대체로 누구 한 사람의 이름을 바로 댈 것이다. 목격자들이 전하는 그의 기법은 신속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손을 이용해서 볼 뒤의 거리가 눈에 띄지 않게 감추고 재빨리 티마크를 집어들곤 한다는 것이다.

미켈슨이 언급한 정도 거리는 아니지만 공 위치를 1cm 내외에서 속이는 선수들이 투어에서 약 20명 가량 있다. 이런 짓을 하는 선수들은 아주 능숙하게 속이기 때문에 정확히 집어내기 어렵다. 거기다 각 선수들은 자신들의 퍼팅 라인을 읽기 바쁘다. 비록 신경 써서 살피고 있다고 해도 누군가를 호출하기 어려운 것은 논쟁의 초점이 될 내용이 겨우 가장 작은 동전 한 개의 폭 정도에 불과하다. 경기위원에게 면밀하게 살피라고 건의할 수 있지만 모든 조에 경기위원이 따라붙는 것은 메이저 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린이 아닌 곳에서도 그처럼 볼을 옮기는 일은 일어난다. 경기 중에 날씨가 궂어지면서 악천후 경적이 울렸고 선수 몇 명이 그 홀의 플레이를 마치자는 의견을 냈다. 그때 페어웨이의 디보트 자국 안에 볼이 들어가 있던 마지막 세 번째 선수는 경기를 중단하고 싶어했고 실제 그대로 중단됐다.

다음 날 아침 이들이 라운드는 재개됐는데, 세 번째 선수가 친 공은 그린에 잘 올라왔고 큰 백스핀까지 걸렸다. 디보트 자국에서 샷을 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그 선수는 잔여 경기를 잘 치러냈고 많은 상금을 탔으며, 페덱스컵 포인트까지 두둑하게 챙겼다. 하지만 그때 뭐라고 지적했어도 별 차이는 없었을 거다. 아직까지 골프룰상 디보트에 들어간 볼은 옮길 수 없다고 되어 있지만 말이다.

골퍼들 사이에서는 이같이 볼 마크를 한 뒤에 실제 놓을 때는 그보다 앞에 놓아서 교묘하게 조금씩 홀에 가깝게 다가가는 골퍼를 ‘인치 웜(inch worm)’이라 부른다. 일인치씩 다가가는 벌레에 비유한 표현이다.

1cm 정도의 거리에서 홀에 다가간다고 해서 그것이 카메라 영상에 뚜렷이 구분되게 찍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가고 싶은 욕망은 프로 선수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일지 모르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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