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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14) 늦깎이 야구 4년차, 4번 타자가 되다
엘리트 체육에선 운동을 늦게 시작할수록 빛을 보기가 힘들다. 야구의 경우 중학교 때 시작해도 늦었다고들 한다. 나중에 성인이 되면 모르겠지만 중고시절에는 늦은 스타트는 기본기와 경험에서 차이가 벌어져 어지간한 재능과 노력이 아니고서야 격차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강릉고 외야수 이인한(18)의 야구 인생은 조금 특별하다. 보통의 선수들보다 시작이 한참 늦었다. 때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4년. 초, 중학교 야구부는커녕 리틀야구조차 접해보지 않았던 생초보가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엘리트 야구 판에 뛰어들었다.

체육교사 지망생, 뒤늦게 야구 배트를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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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4년차' 강릉고 이인한은 야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절실함으로 똘똘 뭉쳤다. [사진=정아름 기자]


고교 진학 후 체육교사를 목표로 체대 진학을 준비했던 이인한. 고민 끝에 ‘야구선수’라는 꿈을 위한 도전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부모님께 야구를 해보겠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온 대답은 ‘NO’였다. 특히, 실업야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결사반대를 외쳤다. 본인이 겪었던 고생을 아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배트를 껴안고 자는 등 아들의 야구 열정을 무시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결국 이인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운이 따랐다. 때마침 강원고 야구부 창단 소식이 들렸다. 창단 팀이라 인원수가 부족한 상황이 맞물려 테스트를 거치고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하게 됐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뒤 철저히 기본기를 다지는 데에만 집중했다. ‘오래해도 안 되는 게 야구인데 그렇게 늦게 시작해서 되겠어?’라는 주위의 우려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아무래도 제가 늦게 시작해서 남들을 따라가려면 못해도 10배는 더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할 수 있는 거라곤 조금 덜 자고 밤늦게까지 훈련하는 것밖에 없어서 자정까지 미친 듯이 배트를 돌렸어요.”

다른 선수들과의 실력 차를 좁히기 위해 1학년 막판 유급 선택은 불가피했다. 2학년으로 올라가던 2016년 아버지의 모교인 강릉고로 전학했다. 부족한 점 역시 있었지만 힘만큼은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이인한의 파워와 열정을 높이 산 강릉고 최재호 감독은 올해 그에게 ‘4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겼다. 성적은 2할 6리(34타수 7안타 5타점)로 신통치 않지만 큰 경기에서 하나씩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이인한은 “막중한 자리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맡겨주신 것 같다”며 코칭스태프의 선택에 보답하는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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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타자 이인한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변화구 대처 능력 기르기'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정아름 기자]


이인한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강릉고 신성필 코치는 “힘도 있고, 열정도 있는 선수다. 단지 흠이라면 야구를 늦게 시작한 것뿐이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아무래도 구력을 무시할 수 없지 않나. 체격이 받쳐주기 때문에 ‘야구를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본인이 느끼기만 하면 좀 더 좋은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 기본기가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더 오래 야구를 하느냐 아니면 중간에 낙오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이인한의 미래를 내다봤다.

경험 부족은 누구보다 본인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이인한은 “아무래도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상황들에 대한 대처 능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본인이 원해서 시작한 야구였지만 도전이 쉽지만은 않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 힘듦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냈을 때의 뿌듯함 때문에 야구를 포기할 수 없단다.

“주위에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열정만 있으면 나이와 늦게 시작한건 문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기에 늦은 나이는 없잖아요.”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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