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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한국 남자골프의 장미빛 미래를 제시한 김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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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골프의 장미빛 미래를 제시한 김시우.[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김시우가 만 21세의 어린 나이로 ‘제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세계랭킹 50걸 등 톱랭커들이 모두 출전한 특급대회였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만 빠졌을 뿐 더스틴 존슨과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스, 제이슨 데이, 리키 파울러 등 당대 최고의 골퍼들이 총출동했다. 이런 대회에서 김시우가 우승했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다.

김시우는 우승자가 가려진 최종라운드에서 말 그대로 완벽한 경기를 했다. 우승에 대한 무거운 중압감 속에서도 단 한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벙커에 볼이 들어갔으나 샌드 세이브율 100%라는 믿기지 않는 실력으로 파를 지켰다. 벙커 속의 볼과 핀 사이에 공간이 별로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척척 ‘기브’ 거리에 볼을 올려 놓았다. 김시우의 최종라운드 그린적중률은 44%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노보기 플레이를 했다.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J B 홈즈는 전반에 40타를 쳤고 결국 84타를 쳐 공동 41위로 경기를 마쳤다. 대회사상 54홀 선두가 기록한 최악의 추락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제이슨 데이가 80타를, 2015년 우승자인 리키 파울러가 79타를 쳤다. 또 작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저스틴 로즈와 첫날 홀인원을 잡은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각각 78타를 치며 무너졌다. 최고의 골퍼들이 무너질 때 어린 김시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단 한순간도 어려움을 피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정면 돌파로 일관했다.

김시우는 우승 인터뷰에서 “작년 윈덤챔피언십 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우승했다. 그 게 좋은 경험이 됐다"며 "선두에 나서면서 우승에 대한 압박감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캐디인 마크 카렌스는 이에 대해 “시우는 선두에 나서면 압박감이 줄어드는 보기드문 선수”라고 설명했다. 김시우가 불안한 리드 속에서도 침착하게 경기할 수 있었던 힘은 이런 특이하고도 강한 정신력이 한 몫 했다.

김시우와 같은 조로 경기한 루이 우스트하이젠은 “김시우는 마치 5~6년째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같았다”며 “이날 경기는 그가 얼마나 좋은 골퍼인 지, 그리고 얼마나 침착한 지를 잘 보여줬다. 그는 단 한번도 허둥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홀의 멋진 보기로 우스트하이젠과 공동 준우승을 차지한 이안 폴터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 완벽한 경기를 한 김시우의 골프에 존경심을 표해야 한다. 모두가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자”고 말했다.

김시우는 이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 외에도 많은 화젯거리를 제공했다. 무빙데이인 3라운드 도중 14번홀 카트도로 옆 러프에서 드라이버로 세컨드샷을 해 268야드를 날리며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최종라운드에서는 같은 홀에서 드라이버로 359야드를 날려 이번 대회 최장타를 기록했다. 김시우는 또한 ‘마의 홀’인 17번홀(파3)에서 작년과 올해 8번 티샷해 모두 볼을 그린에 올렸다.

김시우를 처음 본 건 주니어시절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했을 때였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김시우는 최종라운드에서 우승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9번홀에서 벙커 플레이를 하다 홈런 볼을 치는 바람에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태국 후아힌에서 실시한 동계훈련을 옆에서 지켜본 적도 있다. 당시 김시우는 평범한 주니어 골퍼였다. 체격은 크지 않았고 몸은 유연성이 떨어졌다. 드라이브샷 거리도 길지 않아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김시우는 예상을 깨고 큰 선수가 됐다. 고난이 그를 강하게 키웠다. 4년전 17세의 어린 나이에 미PGA투어 Q스쿨에 응시해 최연소 회원이 됐던 김시우는 나이로 인한 출전 제한으로 시드 유지에 실패해 2부 투어로 떨어졌다. 그리고 2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와신상담했다. 결국 빅리그로 돌아왔고 작년 8월 윈덤챔피언십 우승으로 보상받았다. 올해는 허리와 어깨부상으로 한동한 슬럼프를 겪었으나 이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새로운 골프세상으로 진입했다.

김시우는 벌써부터 오는 10월 뉴욕의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의 출전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2년전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맹활약했던 우스트하이젠은 이날 동반플레이를 마친 후 “김시우는 젊고 침착하다. 다가올 프레지던츠컵에서 좋은 팀메이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시우의 이번 우승으로 한국 남자골프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김시우가 허문 세계의 벽을 향해 수많은 제2, 제3의 김시우가 도전장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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