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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철의 생체세상] (2) 기사를 쓰다가, 직접 글러브를 낀 ‘야미녀’ - 정아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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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기사를 쓰면서, 직접 야구도 하는 정아름 씨.


동화 <파랑새>가 시사하는 것처럼 때로는 애타게 찾는 것이 가까이에 있는 경우가 있다. 유명한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 스포츠를 삶의 활력소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이 칼럼의 두 번째 인물은 ‘스포츠 여기자’다. 그것도 기자와 함께 근무하는 동료인 까닭에 그의 처절한 야구사랑을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야구에 미친 여자(야미녀)’ 정아름 씨(28)는 2015년 기자를 시작했다. 170cm의 큰 키 덕에 학창시절부터 달리기 등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엘리트 선수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동네체육이나마 스포츠와 가까워지는 계기는 충분했고, 이후 야구 축구 등 남자들의 세상을 좋아하게 됐다. 대학에서 관광컨벤션학을 전공한 후 이것저것 진로탐색을 했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기자가 됐다.

야구와 가까워진 계기는 사실 스포츠기자가 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우연히 고교야구 대회 현장을 찾았고, 이때 야구라는 스포츠에 푹 빠지게 됐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야구 소식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아마야구’가 더 매력적이었다. 스포트라이트만 받지 못할 뿐 야구라는 공놀이에 담겨 있는 희노애락은 아마 무대에서도 생생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냥 야구가 좋았어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내가 직접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욕망이 생겼죠.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여자가 무슨 야구냐?’라는 인식 때문에요. 야구는 아직도 금녀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양성평등에 따라 2012년에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복싱까지 거의 모든 종목에서 남녀의 장벽이 허물어졌는데, 야구는 아직이에요. 소프트볼이 있지만 남자는 야구, 여자는 소프트볼이라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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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씨(1열 왼쪽 다섯번째)가 속한 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2017시즌 프로필 사진.


2016년 4월. 정아름 씨는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인터넷을 통해 여자야구 팀에 대해 정보를 모았고, NC팬이라는 인연이 강하게 작용해 NC구단이 후원하는 다이노스 여자야구단(구 W다이노스)에 입단을 타진했다. 한 달간의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5월 4일자로 정식 팀원으로 전환됐다. 한국여자야구연맹에 등록된 어엿한 선수가 된 것이다.

시작의 기쁨도 잠시. 지난 1년간 정아름 씨는 야구를 한 날보다 부상으로 야구를 쉰 날이 더 길었다. 어깨 회전근 염증부터 턱 밑 열상, 발목 근육 파열까지. 흔히 말하는 ‘유리몸’이었다. 지독히 운이 없기도 했고, 의욕만 앞섰다가 몸에 고장이 나기도 했다. 정말 제대로 부딪히고 깨지며 야구를 배운 셈이다.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난관이 들이닥쳤다. 팀원들 간에 갈등이 생긴 것.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사회인 야구를 떠나 생활체육에선 흔한 일이라지만 ‘팀 스포츠’에 대한 환상을 품고 야구판에 뛰어든 정아름 씨에겐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 마음을 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정아름 씨가 쓰고 있는 여자야구 칼럼인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였다. 여러 일과 부상으로 ‘야구를 계속 해아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칼럼의 존재는 쉽사리 야구를 그만둘 수 없게 만들었단다. 직접 야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아마야구 선수 및 관계자들을 다루는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라는 칼럼도 시작했다. 이 칼럼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언론사칼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아름 씨는 늘 글러브와 야구공을 곁에 둔다. 점심시간이나, 회사 MT 때 캐치볼을 하며 실력향상을 꿈꾼다. 얼마전 처음으로 전국대회에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사구 2도루 2득점을 기록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친 유격수 쪽 땅볼타구가 생애 첫 안타(내야안타)가 아닌, 유격수 실책으로 판명되자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남자들도, 야구기자들도 야구를 직접 하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저는 어쨌든 야구선수입니다. 야구선수이면서 기자죠. 그렇기 때문에 야구선수들의 훈련과 플레이가 결코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이쯤이면 스포츠로 삶을 바꾸는 생체인으로 손색이 없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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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경기에서 타격을 하고 있는 정아름 씨.


* 스포츠는 엘리트선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죠. 하지만 스포츠미디어는 자본의 문법에 따라 인기종목과 스타선수만 주목합니다. 이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은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 스포츠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가는 모습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생활체육 전문칼럼인 '유병철의 생체세상'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또 생활체육과 관련해 알리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einer6623@naver.com으로 언제든 연락 바랍니다. <편집자 주>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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