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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21) 첫 전국대회, ‘확신의 힘을 깨닫다’

3회말 2아웃 주자 1, 3루. 경기시작 1시간 50분 이후에는 새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경기규정에 따라 사실상 마지막 이닝이었다. 프로야구로 치면 9회말 2아웃 주자 1, 3루와 같은 상황. 만화 속 한 장면과도 같았던 그 순간 내 타석이 돌아왔다. 대기 타석에서 상대투수의 공을 분석한 결과 ‘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선발투수와 비교해 볼 때 구속이 느려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받쳐놓고 친다면 충분히 외야까지 타구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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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멀리 1루에 희미하게 보이는 필자. 아웃 선언 후 애꿎은 헬멧을 패대기치며 분풀이를 했다. 못났다 참.


하지만 ‘멘탈’이라는 것이 참 얄궂다. ‘할 수 있다’라고 긍정적인 생각에 단 1%의 의심만 들어가도 틈이 생기고 동작에는 제동이 걸린다. 내 경우가 딱 그랬다. 몇 개의 공을 보내고 드디어 내가 정해놓은 존 안으로 공이 들어왔다. 힘껏 스윙했지만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아, 이거 아웃이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공의 방향을 확인하고 뛰었으나 이미 늦었다. 세이프까지 딱 한 걸음이 부족했다. 1초의 망설임이 결국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우고 만 것이다.

지난해 4월 야구를 시작하고 공식전 출전은 단 2번. 그마저도 리그 경기였지 전국대회 출전은 꿈도 못 꿨다. 시즌 첫 공식전이자 생애 첫 전국대회 선발 포지션은 중견수였다. 올해 주로 3루수와 포수 연습을 해왔던 터라 잠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지난해 외야에서 뛴 경험을 살려 적극적으로 백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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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국대회 오더지.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적절한 긴장감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것도 넘치면 ‘과유불급’이다. 1회 중견수에서 3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그 때가 딱 그랬다. 수비위치며 백업플레이까지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3-유간으로 오는 타구에 집착해 잡지도 못하는 걸 따라갔다가 베이스를 비우기 일쑤였고, ‘날 좀 잡아줘’하며 아주 느리게 굴러오는 평범한 타구마저 알을 깠다.

수비에서는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공격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2타수 무안타 1사구 2도루 2득점. 앞서 언급했던 마지막 타석을 제외하고 멀티 출루와 도루, 득점을 올렸다. 첫 타석은 유격수 실책, 두 번째 타석은 몸에 맞는 공이었다. 사실 첫 번째 타석은 내야안타를 줄 수도 있는 타구라 생각해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공식 기록은 유격수 실책. 아쉽게도 공식전 마수걸이 안타의 행운은 따르지 않았다.

어찌 보면 무안타로 보잘 것 없는 성적이지만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다. 확신의 힘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 것도 그렇고, 배트에 공을 맞춰나갔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었다. 지난해 공식전 3타수 무안타 2삼진과 비교해보면 이는 장족의 발전이다. 도루 성공률 역시 100%(2번 시도, 2번 성공)를 유지했다. 실수에 얽매여 자책하는 것은 하루면 충분하다. 이제 리그 경기를 통해 잘했던 것은 더욱 살리고, 못했던 것은 보완할 차례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2016년 5월부터 서울 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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