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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의 축구화(靴/話)] (3) 혁신을 일으킨 제품들

패션 트렌드(유행)가 있듯이, 축구화에도 트렌드가 있다. 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 너도나도 따라서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다. 이렇게 축구화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또는 앞으로 이끌어갈 축구화를 몇 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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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출시된 아디다스 프레데터(왼쪽)와 2014년 출시된 아디다스 프레데터 인스팅트.


1. 아디다스 프레데터 시리즈 - 고무 돌기 축구화

‘고무 돌기가 달린 축구화’로 잘 알려진 아디다스 프레데터(Adias Predator) 시리즈를 설명하려면 시간을 1994년까지 돌려야 한다.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아디다스는 공과의 마찰력 높이기 위해 어퍼에 고무재질의 패널을 덧댄 축구화를 출시했다. 이후 공의 회전력을 높이고 정확한 킥과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콘셉트로 진화를 거듭하다가, 2015년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단종되었다.

이 시리즈는 베컴, 제라드, 지단 등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검은색 가죽에 흰색 로고와 고무돌기, 그리고 빨간색 포인트 컬러는 아디다스 축구화의 상징과도 같이 남아 있다. 또한 가벼운 무게보다는 정확한 킥과 컨트롤을 위한 제품으로 미드필더용 축구화, 컨트롤 계열의 축구화로 불린다. 이후 나이키의 토탈(Total), CTR360 시리즈에도 고무소재의 돌기가 사용되었고, 현재는 미즈노 이그니터스(Mizuno Ignitus)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고무패널을 부착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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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첫 선을 보인 나이키 머큐리얼 베이퍼. 초경량화 축구화의 효시쯤 된다.


2. 나이키 머큐리얼 베이퍼 - 초경량화의 시작


나이키 머큐리얼 베이퍼(Nike Mercurial Vapor)는 축구화의 ‘무게전쟁’을 일으킨 주역이다. 2002년 출시된 이 제품은 200g 정도의 가벼운 무게로 초경량화, 일명 스피드 계열 축구화의 시작을 알렸다. 1998년부터 ‘어떻게 하면 육상선수들이 신는 스파이크를 축구화에 적용시킬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나이키 머큐리얼 시리즈는 2002년에 출시된 나이키 머큐리얼 베이퍼로 그 정답을 제시했다.

레이스(끈)를 덮지 않는 짧은 텅, 봉제선이 거의 없고 아주 날렵한 형태의 얇은 어퍼, 뒷꿈치까지 감싸 올라오는 아웃솔. 당시 선수용 축구화라 하면 당연히 봉제선이 있는 천연가죽 축구화를 생각했지만 그러한 요소들은 전혀 볼 수 없는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또한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없는 요소를 모두 제거한, ‘미니멀리즘’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적극적으로 축구화에 적용한 제품이었다. 이 제품 이후로 2004년 아디다스는 이와 유사한 컨셉의 아디제로(Adizero) F50을 출시했고, 푸마는 2006년에서야 얇은 패브릭(Fabric) 소재를 적용한 초경량화 v시리즈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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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이 축구화? 2014년 출시된 푸마 에보파워 트릭스는 바치 서로 다른 축구화를 신은 것과 같은 느낌을 전했다.


3. 푸마 트릭스 시리즈 - 시각효과의 혁신

2014년 푸마는 기존 에보스피드, 에보파워 축구화에 한쪽은 핑크색, 한쪽은 하늘색을 적용한 짝짝이 축구화 ‘푸마 트릭스(Tricks) 시리즈’를 선보였다. 기능보다는 시각효과의 혁신이었다. 초록색 잔디위에서 트릭스 시리즈를 신은 선수들이 TV화면에 비칠 때마다 상당한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 아나운서는 선수가 축구화를 짝짝이로 신었다며 의아해 하기도 했다.

트릭스 출시 이후 나이키에서는 발 안쪽과 바깥쪽에 대비되는 컬러를 적용한 나이키 티엠포 레전드를 출시해 비슷한 시각효과를 느끼게 했다. 최근에 출시된 나이키 하이퍼베놈3도 안쪽과 바깥쪽이 대비되는 컬러를 적용해 한쪽편에서 보면 마치 짝짝이 축구화를 신은 것 같은 시각효과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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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출시된 나이키 마지스타 오브라(Nike Magista Obra). 니트소재로 양말에 스터드를 박은 개념의 축구화다.


4. 나이키 마지스타 시리즈 - 세상에 없던 축구화


2014년 나이키는 니트소재를 축구화에 적용한 마지스타 오브라(Magista Obra)를 선보였다. 사실 니트 소재를 처음으로 축구화에 적용한 것은 아디다스의 프라임니트 삼바(Primeknit Samba)이다. 하지만 한정판으로 출시되어 그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다. 비슷한 시기 나이키는 마지스타 오브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니트 축구화의 시작을 알렸다. 양말축구화라고도 불리는데, 양말에 스터드만 달아달라는 한 선수의 바람을 4년 동안의 개발 끝에 출시한 제품이다. 실을 짜서 제작된 갑피에 얇은 나이키스킨을 얹었고, 니트소재가 발목까지 올라와 감싸주는 새로운 형태의 축구화다. 나이키의 다른 시리즈인 머큐리얼, 하이퍼베놈에도 이 플라이니트 기술을 적용했다.

역시 이 제품 출시 이후로 아디다스, 푸마, 엄브로 등 많은 브랜드에서 니트나 스판덱스 같이 신축성이 있는 소재가 발목까지 올라오는 제품들을 선보였고, 앞으로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아디다스 에이스는 이를 잘 활용해 끈없는 축구화를 출시해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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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나이키 마지스타 오브라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지만 한정판으로 제작된 까닭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아디다스 프라임니트 삼바. 소재가 니트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다.



축구화는 변화를 거듭하고 진화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우리가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옷을 걸쳐도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화려하고 혁신적인 축구화를 신어도 연습없인 내 실력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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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이상현은 신발 아웃솔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 후, 현재 3D프린팅 맞춤인솔 전문회사인 ‘피츠인솔’에서 설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개인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와 축구팬의 관점에서 축구화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할 예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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