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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박성현' 루키 전우리 "데뷔전 목표는 에선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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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개막한 롯데렌터카여자오픈서 프로 데뷔전에 나선 전우리 프로(오른쪽)와 캐디로 나서는 전규정 프로. [사진=채승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제주)=이강래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여자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제주도 서귀포의 롯데 스카이힐 제주CC.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부산하게 연습라운드를 준비하는 부녀(父女)가 있었다. 전규정-전우리 프로다. 빗 속에서도 꼼꼼하게 코스 파악에 나선 딸은 선수로, 아버지는 캐디로 프로 데뷔전을 준비하느라 부산했다.

국내에서 프로골퍼가 부부의 연(緣)을 맺은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흔치 않다. 그중 대표적인 커플이 전규정(57)-노유림(58) 프로 부부다. 전남 구례 출신인 전 프로가 1960년생,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 노유림 프로가 1959년생으로 연상 연하 커플이다. 노 프로는 개명전 노환순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전-노 커플은 강남의 이글 연습장에서 함께 근무하다 사내 연애 끝에 결혼했다. 두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라 불릴 정도로 선량하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 딸이 루키 전우리(20) 프로다. 우리는 176cm의 큰 키에 260야드 이상을 날리는 장타자라 벌써부터 ‘제2의 박성현’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는 아버지에게 좋은 신체 조건을 물려 받았다. 부친 전규정 프로는 키가 186cm다. 타이거 우즈와 비슷한 키니 장타자의 기본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어릴 적 팔을 다치는 바람에 덩치 값을 하지 못했다. 친 형이 동생의 양 팔을 잡고 돌려 개울을 건네주려다 팔이 빠지고 말았다. 60년대 지리산 밑자락에 변변한 병원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뼈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군 면제까지 받을 정도로 팔이 기형으로 남았다.

전규정 프로는 ‘독사’ 최광수 프로와는 고향 친구다. 작은 체구의 최 프로도 거리가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었는데 40~50m씩 뒤에서 쳐야 했다. 정규 투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은 1997년 SK텔레콤오픈에서 거둔 3위였다. 당시 최종라운드에서 17번홀까지 5언더파를 쳐 공동선두까지 갔으나 마지막 18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우승컵을 박노석 프로에게 넘겨야 했다. 그 대회에서도 전 프로는 박 프로에게 드라이버샷 거리가 50m나 뒤졌다.

전규정 프로는 딸에게 골프를 가르쳐 주면서 거리에 대한 한(恨)을 갖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골프 채를 쥐어준 순간부터 “무조건 세게 치라”고 가르쳤다. 일단 거리를 만든 후 방향을 잡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딸 우리는 70%의 힘을 쓰고도 남들 보다 20야드 이상 더 거리를 낸다. 갈수록 코스 전장이 길어지는 추세의 KLPGA투어에서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는 장타는 축복이다.

전우리의 꿈은 우승이다. 프로 입문후 아직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의 부모도 현역시절 정규투어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루키 시즌을 앞두고 지난 겨울 말레이시아에서 실시한 전지훈련 때 방향성을 잡는데 주력했다. 딸의 전지훈련엔 부모도 함께 했다. 거리가 많이 나가는 만큼 간간이 나는 훅만 잡아준다면 유리한 조건에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우리 프로는 루키 신분 임에도 메인 스폰서(넵스)와 서브 스폰서(키움증권), 의류 스폰서(코오롱 왁) 등 지원군이 많다. 그 만큼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전 프로는 “프로 데뷔전이라 많이 떨린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며 “일단 예선통과가 목표다. 그 다음 주말 라운드에서 톱10 진입을 노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말은 그래도 든든한 지원군인 아빠가 로프 안에서 함께 하기에 딸의 표정엔 한결 여유가 묻어났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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