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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거스타내셔널은 왜 이웃 ACC로 넓히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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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설립된 ACC 입구.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PGA투어의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매년 개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주변의 주차장 부지를 사들인 데 이어 이웃 골프 코스 일부를 매입하려 공을 들이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인터넷판에서 오거스타내셔널이 12번 홀 그린과 13번 홀에서 이웃한 오거스타컨트리클럽(ACC)의 9번 홀 일부를 매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거스타내셔널은 타이거 우즈가 지난 1997년과 2001년에 마스터스를 압도적인 기량 차로 우승하자 코스 개조에 들어갔다. 당시 후티 존슨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은 “더 이상 장타자에게 농락당하지 않겠다”고 회원들에게 공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이는 시대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했다.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 증가에 맞춰 마스터스 주최측도 거리를 늘렸기 때문이다. 1934년 개장 이래 68년만인 2002년에는 전장이 6925야드에서 7270야드로 345야드 늘었고, 2011년에는 다시 늘려서 현재의 7435야드가 됐다. 하지만 유독 13번 홀은 파5지만 요즘 선수들은 쉽게 이글을 잡아내면서 아멘코너가 가졌던 위엄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리고 이제 코스에서 늘릴 수 있는 곳이라면 13번 홀 티잉 그라운드를 뒤로 빼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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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 클럽하우스.


역사 오랜 지역 명문 ACC
오거스타내셔널 중에 11번부터 13번 홀까지는 ‘아멘 코너’라 불리는 난이도 높은 3홀이다. 12번 홀 그린 앞을 흐르는 래(rae)의 개울물은 이웃한 ACC로 흘러간다.

개울 하나 혹은 담을 사이에 두고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오거스타내셔널GC은 세계 최대의 메이저 대회가 열리면서 미국 100대 코스 중에 항상 1,2위를 다투는 명문 회원제 코스다. 이곳 회원은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세계적인 부호들이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회원권을 살 수 없는 곳이다. 회원권을 후대에 상속하기 때문에 회원권이 시장에 나오지도 않는다.

반면 담장을 맞댄 ACC는 똑같은 녹음이 우거지지만, 그보다는 훨씬 덜 유명한 골프장이다. 그렇다고 얕봐선 안 된다. 오거스타내셔널보다 35년 전인 1899년에 지어지고 파인허스트의 설계가인 미국 코스의 거장 도널드 로스가 코스의 틀을 잡은 만큼 이곳 역시 역사적인 명소다. 처음에는 컨트리클럽오브오거스타였으나, 1921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오거스타내셔널과 함께 구릉 지형과 높은 소나무를 공유하고 있다.

ACC는 1340여명이 가입된 로컬 멤버십이고 기타 스포츠 시설이 갖춰진 곳이다. 회원 가입이 어렵지 않고, 수영장 등을 지역 주민이 쉽게 이용한다는 의미다. 컨트리클럽이라서 테니스 코트, 수영장, 체력 단련장, 결혼식을 치러도 될 정도의 클럽하우스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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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하단이 ACC 9번 홀 그린, 거기서 바로 위가 오거스타내셔널 13번 홀 티잉그라운드, 래의 개울을 건너 11번 그린이 있다. 12번 그린은 11번 그린과 ACC 9번 그린 한 가운데 위치한다.


래의 개울을 사이에 둔 두 클럽 사이의 차이는 대단히 크지만 이 둘 사이의 관계는 회원의 이너서클로 들어가면 의외로 친분이 두텁다. 오거스타내셔널과 ACC 동시 회원은 약 30명에 이른다. 마스터스 기간의 자원봉사단의 간부단이 여기에 있고 기꺼이 잔디 깎는 기계나 송풍기 등도 빌려주곤 해서 오거스타 지역민은 ACC와 오거스타내셔널이 상부상조 관계라고 믿는다.

두 골프장은 마스터스로 인해 더 끈끈하다. 마스터스로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이 약 3천만 달러(347억원)로 추산되며 ACC은 다양한 미디어단체들에게 골프장 공간을 빌려준다. ACC는 평소에는 2달러90센트(3360원) 하던 맥주를 거의 2주일 동안 5달러25센트(6100원)까지 두 배로 올려받을 수 있다.

ACC의 홈페이지에서는 ‘우리는 오거스타 지역에서 래의 크릭 너머로 샷을 날리며 마스터스에서 울려 펴지는 환성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코스’라고 홍보한다. 마스터스를 보러온 세계의 거물급 VVIP들이 마스터스가 열리는 바로 옆에서 똑같이 샷을 날린다. 전년도 연말이면 이미 ACC의 마스터스 주간 티타임 스케줄도 거의 채워진다. 포섬 그린피는 2천~2500달러(231만~289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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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는 마스터스 기간에 전세계 VVIP들을 위한 골프 놀이터로 바뀐다.


추가 코스 부지 매입 문제
하지만 래의 개울을 사이에 두고 양 골프장 사이에는 갈등도 있다. 2015년 1월 ACC에서 있었던 연례회의에서 큰돈이 걸린 두 골프장간 협상이 조만간 체결될 예정이었지만 갈등은 없어지지 않았고 불만이 오히려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오거스타내셔널의 땅에 대한 욕심이 그 중심에 있다. 현재 11년째 재임하고 있는 빌리 페인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은 주차시설을 늘리고 보안을 강화하고 미디어 센터와 토너먼트 본부를 새로 건설하기 위해 인근 부지를 마구 사들였다. 대개는 간단히 경매에 응찰하면서 목적을 이뤘다.

페인이 회장으로 있는 최근 10여년 동안 오거스타내셔널은 큰 장벽이 세워진 듯하다. 골프장 주변으로 땅을 대거 사들여 귀빈들을 위한 주차장을 만든 데 이어 5번 홀 뒤에 오거스타내셔널의 귀빈들을 위한 버크맨스 플레이스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3개의 오거스타내셔널 그린을 축소해 놓은 ‘퍼팅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 가면 흰 캐디복을 입은 사내가 실제 퍼팅을 해보도록 한다.

남아있는 가장 큰 부동산 이슈는 오거스타내셔널의 12번 그린과 13번 티잉그라운드와 맞닿은 ACC의 오르막 경사의 파4 9번 홀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은 파5 13번 홀의 티를 뒤로 옮기거나 아니면 비싼 용지를 밀어 코스정비 차량용 도로를 낼 지도 모르고 아니면 회원용 시설을 지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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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 9번 그린 오른쪽이 끝이 오거스타 13번 티다.


ACC 입장에서는 이 홀을 팔아도 큰 장애가 되지 않아 보인다. 새로 9번 홀을 건설할 충분한 공간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꺾인 또 다른 오르막 경사의 파4 홀로 그린으로부터 10번 홀의 티까지 거리도 적당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코스는 서로 가격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가격에 대한 인식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에 오거스타내셔널은 통행량이 많은 워싱턴로드의 코너의 제이스뮤직&사운드슈퍼센터 뒤편 3천㎡의 부지를 535만 달러(61억9천만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최근엔 워싱턴로드에 있는 자동차정비소인 펩보이스를 690만 달러(79억8천만원)에 구입했다.

부동산거래로 본다면 이 금액은 미래에 해당 지역에서 거둘 수 있는 수익에 대한 기회비용이자 보상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ACC의 9번 홀은 2만4천㎡ 부지다. 따라서 전례에 비춰 그 시세를 다 친다면 아무리 오거스타내셔널이라 할지라도 부담스럽다.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서 오간 액수는 1800만 달러(208억원)였다고 한다.

ACC의 누군가는 오거스타내셔널에게 말했다. “우리 홀의 가치에 대해 합의를 할 수 없으니 당신들의 입장에서 봅시다. 12번 홀 그린은 얼마면 팔 것인가.”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논의보다는 감정의 문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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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 9번 홀은 오르막으로 되어 있어 보비 존스가 지나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던 곳이다.


오거스타 탄생의 기원 제공자
둘의 관계는 오거스타내셔널 설립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 창립자인 보비 존스는 20년대에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 그는 골프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던 1930년 4월초에 ACC에서 열린 사우스이스턴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대부분 프로들로 구성되었던 출전 선수, 특히 장래 마스터스 챔피언이 되는 호튼 스미스와 진 사라센을 13타 차이로 꺾은 것이다. 그의 승리 행렬의 첫 2라운드는 ACC에서 기록한 것이다. 비록 공동 창립자 클리프 로버츠의 공식적인 클럽 역사는 ACC의 친구인 토마스 배럿 주니어가 임원들에게 존스의 꿈의 코스를 소개시켜 줬다고 밝히고 있지만 존스가 사우스이스턴오픈을 치르며 9번 홀을 향해 걸어 올라가던 중 어느 순간 래의 개울을 건너다보았을 것이다.

존스가 30년 4월에는 현재의 11번과 13번 홀 사이의 페어웨이, 아주 적은 수의 소나무, 그리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수원에서 살아남은 수십 그루의 꽃나무와 관목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건 아마 천국처럼 보였을 거다. 존스와 로버츠, 그리고 친구들은 그해 가을 7만 달러(8천만원)을 들여 그 부지를 사들였다. 그게 오늘날 오거스타내셔널이다.

1981년부터 1라운드 전에 샘 스니드와 함께 시타를 하던 바이런 넬슨은 마스터스에서 두 번 우승했다. 마스터스 주간이면 넬슨은 ACC에서 시타를 위해 화, 수요일에 라운드를 했다. 그게 두 곳의 역사다. 땅을 가지고 싸우거나 할 정도로 신경전을 하는 것이 오히려 긴 안목에서 보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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