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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골프기구 GEO-R&A의 미래 시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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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골프환경기구 GEO의 조나단 스미스 대표. [사진=스포티즌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지난 2011년10월19일 서울대학교에서 ‘지속가능한(Sustainable) 친환경 골프장 조성과 녹색 경영’을 주제로 한 국제 골프 심포지엄이 열렸다. 골프장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뒤 향후 진로를 고민하던 국내 골프업계에는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내용이 꽤 신선했지만, 개념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처럼 보였다.

골프환경기구인 GEO(Golf Environment Ogranization)가 주최한 이 세미나는 급증하는 골프장과 적절한 규제 사이에서 고민하던 정부에게는 좋은 정책 아이디어였는지 이듬해 골프장 환경기준 인증제를 만들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골프장 중에서 발빠르게 GEO를 적용하고 해외와의 연결 고리를 만든 곳도 있었다. 2014년에는 경기도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 골프장이 GEO의 첫 번째 인증골프장에 들었다.

6년이 지난 17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지속가능한 골프코스 리노베이션 및 유지관리 세미나’가 열렸다. GEO가 화두를 제시하고 모든 후원을 R&A가 하는 방식이었다.

GEO는 ‘친환경적인 코스이고, 경제적으로 유리하면서도 주변의 지역 사회와도 잘 소통할 수 있는 골프장’을 모토로 하는 비영리골프 기구다. 이를 쉽게 풀자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미래의 골프장 모델’이고 이걸 다시 한마디로 줄이면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버윅에 본부를 둔 GEO는 인증을 주는 방식과 친환경이라는 미래 가치를 영리하게 섞어서 사업화했다. 지난 2009년부터 골프장 건설부터 유지·보수까지 환경보전과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등 6가지 기준(에코 시스템, 물 절약, 에너지 효율화, 재생 및 생태계 복원, 환경의 질적 개선, 인적 네트워크)을 맞추는 골프장에 환경 인증 마크를 주고 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후원하는 GEO에는 35개국 290개 골프장이 가입돼 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 서닝데일 등의 명문 코스도 환경인증 마크를 받았다.

올해 두 번째 방한한 조나단 스미스 GEO는 “골프가 향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 관리지역을 넓히면서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세미나의 모든 비용을 후원하고 협찬하는 R&A의 스티브 아이삭 이사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세계 골프룰을 관장하는 일과 골프를 국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R&A는 지속가능한 골프장 개발과 유지관리도 권장한다”고 올해 세미나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오픈의 코스 관리를 그린링크스(Greenlinks)를 통해 최고로 운영한다면서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

2006년에 설립된 GEO는 골프계에서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인정받는 R&A와 합작해 골프의 미래 표준을 선점하는 장기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태국과 중국에서 지속가능성 세미나를 가졌다. 올해는 일본과 한국에서 세미나와 같은 교육, 계몽 프로그램을 통해 골프장 사업이 가장 활발한 아시아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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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네스트 호텔에서 R&A와 GEO가 주최한 지속가능성 골프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스포티즌 제공]


GEO에 가입하는 법은 쉽다. 홈페이지(www.golfenvironment.org)에 전 세계 어떤 골프장도 가입하도록 해두었다. 하지만 GEO로부터 ‘친환경 GEO 마크’를 인증받으려면 그들이 제시하는 33가지의 기준(온코스)을 충족시켜야 하고, GEO가 파견한 패널들에 의해 검사를 받아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GEO에 인증료를 내야 한다. 일단 GEO인증을 받고난 뒤에는 3년마다 제대로 ‘지속가능한 골프장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GEO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지속가능한 골프장’이란 화두를 제시하고 전 세계 코스의 이상적인 운영틀과 표준을 GEO-R&A의 우산 아래 두려는 셈법이 깔려 있다.

미래의 표준을 GEO라는 별도의 비영리 기구가 제시하고 R&A가 이를 후원한다. 그들이 제시한 ‘친환경’, ‘지속가능성’이라는 지고한 이상에 기업들도 흔쾌히 동참하고 있다. 파트너 혹은 서포터로는 유러피언투어, R&A, 라이더컵조직위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기업 파트너로는 롤렉스, UPS, 농기구회사인 제이콥슨 등이다.

스미스는 주장한다. “신흥 골프시장에서는 관광산업 부처를 비롯해 유관 기관 모두 이해시켜야 한다. 골프장 개발 주최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에게도 가치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미 GEO는 네덜란드에서 성공모델이 있다. 이를 한국에서도 우리의 지속가능성 노하우를 전파시킬 수 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도 지역사회에서도 미래 가치에서도 좋다.” 그는 한국에 5개 정도의 골프장을 GEO인증을 위해 점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국은 세계의 표준을 정하고 평가하는 데 뛰어나다. 기네스북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진귀한 것들을 평가하고 인증해준다. 사설기관인 기네스북은 마치 공적인 기구처럼 권위를 가지고 있다. 세계의 기발한 일을 도모하는 재주꾼과 기구는 기네스북에 인증받으려고 그들을 초청하고 기꺼이 인증료를 지불한다. 인증과 표준을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만든 게 기네스북이다.

스미스의 꿈은 기네스북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골프계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고 싶다.” 그의 말은 미래 골프장들을 하나의 가치 표준으로 줄 세울 수 있는 무서운 꿈이기도 하다. 향후 골프계에 애플이 되겠다고 주장하는 기구가 없다면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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