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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MAX FC 챔피언 이지훈의 사부곡 “아버지 힘내세요!”
입식격투기단체 MAX FC의 웰터급 챔피언 이지훈(인천정우관)은 지난해 웰터급 4강전 출전 때 챔피언이 되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타이틀은 ‘반드시 챔피언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19일(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MAX FC 07대회에서 이지훈은 동체급의 떠오르는 강자 고우용(K-MAX짐)을 꺾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하지만 그렇게도 다짐했던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시합이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휩싸이며 챔피언벨트 수여식까지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마감되었기 때문이다. 시합 도중에 발생한 버팅으로 인해 고우용이 충격을 받았지만, 충분한 회복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경기가 속개되며 허무한 KO로 승부가 갈린 것이다.

물론 이지훈의 잘못은 없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심판의 정당한 시합 속행 지시에 의해 공격을 진행한 것이었고, 결과는 이지훈의 승이었다. 하지만 같은 선수로 링 위에서 쓰러져 있는 고우용을 보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시합 후, 이지훈은 상대 고우용을 먼저 걱정했다. 자신이 챔피언 벨트를 두르고 나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해서도 “따로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애써 말을 아꼈다. 사람 됨됨이가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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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사연을 밝힌 MAX FC 챔피언 이지훈.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논란이 된 판정도 대회사 측이 재발 방지 및 후속 대책에 대한 공지를 하며 일단락됐다. 그리고 조금은 마음의 짐을 놓은 상태에서 챔피언이 되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이지훈이 입을 열었다(본인의 이야기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그의 멘트를 가감 없이 옮겼다).

“아버지는 늘 두려움 없이 강직하게 사신 분이다. 우리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내 인생의 멘토로 생각하며 살아 왔다. 사실 아버지께서 투병 중이시다.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강한 분이셨다. 오히려 우리 가족을 위로하셨다. ‘금방 일어날 수 있다. 걱정 말라’며 아버지답게 별일 아닌 것처럼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은 그 말을 곧이 곧 대로 믿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더 살아서 무엇 하겠니. 너희에게 짐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아버지라고 해 준 것도 없는데 더 이상 가족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구나. 남아있는 보험금이라도 남기고 가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껏 보아왔던, 그렇게 강인하다고 믿어왔던 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자 한 없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당신은 끝까지 자신의 짐을 내려놓지 않고 우리들을 위해 버티고 버텨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훌륭한 선수가 아니었다. 벨트도 없고, 링에서 KO도 당해봤다. 시련과 좌절을 극복해 나가며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든든한 아버지의 버팀목이 컸다. 챔피언이 되어서 이제는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의 버팀목이 되어드리겠다고 말씀 드리고 싶었다.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을 때, 나의 영웅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제는 이 아들이 아버지의 영웅이 되겠다. 챔피언을 낳은 아버지가 쉽게 포기하실 리 없다.”

끝으로 이지훈은 아버지를 향한 짧은 메시지를 덧붙였다.

“아버지, 아들이 드디어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챔피언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보며 달려왔고, 벨트를 안았습니다.이제는 아버지가 저를 보시고 힘내서 병마와 싸워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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