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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실패를 극복하는 운동, 실패를 가르치는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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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파는 CEO>의 표지.


# 흔해빠진 ‘성공학개론’ 책으로 분류될 수 있는 <김밥 파는 CEO>(2011년)라는 책이 있다. ‘가장 성공한 재미 사업가 10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신선 도시락 전문업체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53)이 쓴 책이다. 20대 초반에 맨손으로 미국으로 가 7번의 사업 실패를 딛고 매장 1,300여 개, 회사 가치 5,000억 원(책을 쓸 당시는 700억 원)이 넘는 성공을 이뤘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극히 빤한 성공요인들 중에서 가장 인상 기억에 남는 내용은 1장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실패한 사람이 처음 해야 하는 일…운동’이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좌절에 빠졌을 때, 먼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을 하라는 주문이었다. 좌절은 꼭 사업, 취직, 시험에 실패했을 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드라마 같은 삶을 산 독일의 유명한 외무상 요슈카 피셔는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라는 책에서 이혼의 아픔을 마라톤으로 이겨냈다고 밝혔다.

# ‘개념버거’로 유명한 토종버거브랜드 맘스터치를 일군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대표(57). 3번의 취업과 3번의 창업을 한 그는 마지막 창업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에 대해 “한국에서 실패 없이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재벌 2,3세밖에 없을 것이다. 작은 실패는 필수다. 내 삶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지금은 대학생들에게 ‘창업의 멘토’로 통하지만 30대 초반 그는 리모컨 사업(2번째 창업)을 크게 말아먹고 깊은 좌절에 빠진 바 있다. 자살 직전까지 간 절박한 상황. 의욕을 상실해 봄볕이 따스한 4월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다. 몸을 워낙 움직이지 않아 서 있는 것도 힘든 지경이었다. 이때 아파트 창가로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고, 몸을 일으켜 코트로 나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것으로 새로운 시작에 나섰다. 운동, 사람이 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지금 그는 레슬링, 휠체어농구, 골프 등 기회가 닿는 대로 스포츠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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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스포츠산업대상의 문화체육부관장상을 받고 있는 최익성 저니맨야구사관학교 대표(오른쪽).


# ‘저니맨’으로 유명한 야구의 최익성(46)은 은퇴 후(어쩌면 선수 때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다. ‘정면돌파’, ‘맨땅의 헤딩 정신’이라는 그의 모토처럼 배우 변신, 자서전 출판, 힘겨운 야구선수를 위한 야구사관학교 설립, 경찰청 청소년 야구리그 운영 등 옳다고 생각되는 일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밀어붙이고 있다. 나름 성공적이어서 지난해 12월 프로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의 개인 공로상 부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지금 사단법인 ‘스포츠인재육성회’를 만들고 있다. “선진국처럼 스포츠와 체육인이 존중 받는 사회”가 그의 목표다. 그래서 야구를 넘어 다양한 종목의 체육인을 섭외해 지속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괜찮은 사단법인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운동이든 나름의 가치가 있죠. 선수 입장에서는 죽어라고 운동할 때를 생각하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습니다. 거꾸로 일반인도 누구나 하나 이상은 즐기는 스포츠가 있을 때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이 평범한 진리가 현실에서 잘 이뤄지지 않아 속상한 겁니다.”

# 최익성은 최근 ‘체육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한국 최초의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김영호(47 로러스펜싱클럽 총감독)를 찾아가 만났다.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스포츠인재육성회’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김영호는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을 주도하고 있다. 로러스펜싱클럽은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을 미국의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호는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지만 펜싱도 몸이나 기술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총명해야 한다. 또 아이비리그 대학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선호하지 않는다. 스포츠활동을 통해 리더십, 협동심 등을 검증해야 좋은 인재로 평가받는다. 공부를 하면서도 운동을 해야 한다. 로러스펜싱클럽이 올해로 7년째 개최하는 한미엘리트펜싱 초청대회는 운동과 함께 세미나 등 공부도 함께 한다”고 설명했다. 이쯤이면 어느 정도 결론은 나왔다. 김영호는 최익성에게 어떤 식으로든 돕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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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와 로러스펜싱클럽이 주도하는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은 업계에서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 운동은 실패를 극복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그리고 스포츠는 실패를 가르치는 최고의 방법이다. 스포츠의 본질에 승패가 있고, 항상 이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만이 아니라 생활체육이나, 유소년클럽스포츠에서도 패배는 존재하고, 당사자는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운동과 스포츠를 장려한다. 생활체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의료비가 3.43달러나 줄어든다는 경제적 이유를 넘어, 이렇게 철학적인 장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명하다. 혹시 지금 뭔가 힘든 일이 있다면, 계속 힘들어하기보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운동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최소한 한 가지 운동을 가르치는 게 좋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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