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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최진호의 제네시스오픈 수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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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오픈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최진호.[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최진호(33)가 로스엔젤레스 리비에라CC에서 열린 PGA투어 제네시스오픈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끝에 기권했다. 첫날 5오버파 77타를 친 최진호는 비바람 속에서 열린 2라운드에선 11번 홀까지 버디없이 보기 6개에 더블보기 2개로 10오버파를 쳤다.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자 숙소로 돌아간 최진호는 다음 날 속개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최진호는 작년 코리안투어 제네시스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초청받았다. 세 아이의 아빠인 최진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PGA투어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아이 엄마가 로스엔젤레스에서 거주하던 교포 출신이란 점도 고려됐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길 원하는 야망이 있다. 지난 해 11월 열린 웹닷컴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으나 대상포진이란 불운이 겹쳐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최진호는 올해 재도전하기로 했다.

최진호는 아이언샷이 대단히 좋은 선수다. 승부욕도 강하고 집중력도 좋다.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작은 리비에라CC에서 좋은 경기를 할 것이란 기대감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코스를 너무 몰랐다. 그리고 우수한 캐디를 만나지 못했다. 차라리 유능한 하우스 캐디를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정적으로 드라이브샷 거리가 부족했다. 15~20야드는 더 쳐야 핀 공략이 수월했을 것이다.

파4홀인 12번 홀은 509야드에 달했다. 최진호의 경우 티샷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그린을 노렸으니 버디 잡기가 어려웠다. 페어웨이와 러프에 식재된 키쿠유 잔디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다. 그린에 조성된 포아나 잔디의 결도 생소한 환경이었다. 리비에라CC는 오래된 코스라 공략 노하우가 중요했으나 여러모로 부족했다. 비바람이 심해 상항은 더 어려웠다.

지난 2001년 서아람이 KLPGA투어를 대표해 샌프란시스코 히든브룩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 초청출전한 적이 있다. 서아람은 컷오프가 없는 당시 대회에서 피를 말리며 최종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볼 6개를 갖고 경기를 시작했는데 계속 워터 해저드에 빠뜨리는 바람에 경기 막판엔 볼 한 개로 버터야 했다. 서아람은 경기를 마친 후 “마지막 볼까지 잃어버릴 경우 경기를 포기해야 했기에 죽을 맛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고 서아람을 우습게 보는 기자는 없었다. 골프란게 워낙 변수도 많고 적응해야할 것도 많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진호의 제네시스오픈 성적으로 코리안투어의 수준을 폄하해서는 안된다. 최경주와 양용은, 배상문 등 코리안투어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PGA투어 정상에 섰기 때문이다. 16년 전 서아람이 미국무대에서 진땀을 흘렸지만 지금 미LPGA투어는 한국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처음 걷는 길은 언제나 낯설고 긴장된다. 하지만 누군가 도전해야 새 길이 난다.

최진호가 이번 제네시스 오픈 결과로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그 아래에서 열심히 기량을 갈고 닦으며 꿈에 도전할 기회를 노려야 한다. 올 9월 열리는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첫번째 도전대상이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에겐 내년 제네시스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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