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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이슈] 그렇게 깊은 뜻이... ‘선수교체의 미학’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유미 기자] 토트넘 경기 킥오프 1시간 전, ‘손흥민 교체명단’이라는 문구를 확인한 한국 축구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때로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는 감독에 대한 질타도 따라붙는다. 많은 팬들이 교체출전보다는 선발출전, 15분 활약보다는 풀타임 활약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선수나 팬의 입장에서는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30여 명의 선수단 가운데 경기에 나설 18명 엔트리에 속하는 것, 그리고 선발 11명 혹은 교체 3인에 속한다는 것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다. 감독은 선수교체를 통해 한 시즌 내에서만 적어도 수백 가지가 넘는 조합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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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아웃될 때 포체티노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손흥민(오른쪽). [사진=뉴시스]


경기흐름을 바꾼다

선수교체를 단순한 경기 상황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교체는 이미 팀 분위기를 바꾸고 전반적인 스타일까지 바꿀 수 있는 전술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축구는 각 팀 감독들의 지략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이는 명장들이 모여든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지난 1월 22일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맨체스터시티와 토트넘 경기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을 투입했고 팀의 전반적인 색깔이 달라졌다. 손흥민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2점 차로 뒤지던 경기를 2-2 무승부로 이끌었다.

선수교체는 득점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주로 교체로 출전하지만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선수를 뜻하는 ‘슈퍼 서브’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과거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는 슈퍼 서브의 원조인 군나르 솔샤르가 있었고, 최근에는 프리미어리그 6경기 선발, 11경기 교체로 출전해 60분마다 공격포인트 1개를 올리고 있는 아스날의 올리비에 지루가 슈퍼 서브로 맹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도 전남드래곤즈의 신인 한찬희과 허용준이 슈퍼 서브로 이름을 알렸다.

컨디션 체크

또한 감독들은 선수교체를 통해 주요 부상 선수들의 복귀 시점을 타진하기도 한다. 물론 의학적인 검사와 주중 트레이닝을 통해 충분히 선수의 상태를 살피지만, 중요한 경기더라도 섣불리 선발로 내보내기 보다는 교체로 출전시켜 실전 감각을 체크하고 다음 경기 선발 출전 여부를 판단하고는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적 선수들의 데뷔전도 대부분 교체 출전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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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교체는 단순히 매 경기 일어나는 경기 현상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술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감독들의 감정적인 차원으로 작용한다.[사진=AP 뉴시스]


금전적 배려

교체에는 전술적인 측면 외에도 ‘선수 배려 차원’이라는 감독의 깊은 의도가 담겨있다. 첫 번째는 선수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교체다. 각 팀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구단은 선수들에게 연봉 외 승리 수당, 무승부 수당, 득점 수당, 연승 수당 등을 지급한다. 선수의 대외비 수익으로 구체적인 액수나 조건은 알 수 없지만, 1분을 뛰더라도 출전 수당은 지급된다. 당연히 출전경기 기록도 1경기 늘어난다.

또 하나의 예시가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명보 당시 올림픽 대표 팀 감독은 18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김기희를 후반 44분 교체로 내보내 군 면제 혜택을 안겨줬다. 김기희는 마지막 경기에서 3분 남짓을 뛰었지만 다른 17명의 선수와 동등한 대우를 받았고, 군 입대라는 제약에서 자유로운 그는 최근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박수타임

두 번째는 금전적 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선수에 대한 감독의 배려와 믿음을 보여주는 교체다. 팀이 앞서는 상황에서 골을 넣었거나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가 경기 종료 10여 분을 남기고 교체돼 나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교체는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위한 체력 안배가 목적인 때도 있지만, 그보다도 선수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벗어나도록 해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팬들은 박수, 때로는 기립박수로 선수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며 선수 역시 관중석을 향해 손을 들어 응답한다. 감독도 선수와 악수를 나누고 등을 두드리는 등 신뢰를 드러낸다.

응원하는 선수가 스타팅 멤버라고 해서 기뻐할 이유도, 서브라고 해서 안타까워할 이유도 없다.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더라도 최하위 평점을 기록할 수도 있으며, 교체로 출전해 단 한 번의 터치만으로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릴 수도 있는 것. 이것이 축구 그리고 교체의 묘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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