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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14) 비시즌, 기본기를 다져라 - 흔들리는 하체 잡기
무려 134일 만에 팀 훈련에 복귀했다. 못 보던 얼굴들도 생겼다. 끊임없이 이어진 부상 탓에 실력은 여전히 초보 수준이지만, 올해 5월이면 어엿한 여자야구 경력 1년이 된다. 새 얼굴들이 들어오니 숨어있던 조급함이 다시 고개를 든다. 내 페이스대로 내 길을 가고자했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발목 근육 파열 부상 이후 4달을 쉬었다. 휴식을 취하며 몸도 나름 좋아졌고 최근에 웨이트도 시작한터라 괜스레 마운드에 한 번 올라가고픈 마음이 생겼다. 코치님께 자세를 봐달라고 부탁을 드린 뒤 마운드에 올랐다. 힘껏 공을 던지고 난 뒤 영상을 보니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이론들은 어디로 죄다 증발해버린 걸까. 이러려고 출혈과 비용을 감수하며 야구를 했나, 자괴감이 절로 드는 몸뚱이다.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분석에 들어갔다. 한 선배의 말처럼 지극히 ‘상체 위주의 투구’였다. 하체 좌우 밸런스는 괜찮은 편이나 몸의 중심이 앞쪽으로 빨리 쏠리며 상하 밸런스가 와장창 무너졌다. 제대로 회전 운동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공을 던짐과 동시에 앞으로 튕겨져 나가는 희대의 몸개그 영상이 탄생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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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는 어디로' 이때만 해도 희대의 몸개그 영상의 주인공이 내 미래란 걸 모르고 있었다.


모든 스포츠의 기본은 하체 근력이다. 지지기반 자체가 흔들려버리면 다른 부분을 아무리 연마한들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농구도 하체 밸런스가 슛 정확도로 직결되며, 골프 역시 하체 중심이 안정돼야 임팩트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투구 동작이란 지면에서부터 발끝, 무릎, 골반, 허리, 어깨, 팔꿈치, 손가락 순으로 힘을 전달시킨 뒤 몸통 회전 운동으로 힘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이다. 특히 투수의 경우 와인드-업 과정에서 발을 들어 올렸다 내리며 중심 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하체가 안정되지 않으면 흔들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주말 팀 훈련을 제외하곤 공을 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몸으로는 백날 던진들 발전이 있을 수가 없는 상태다. 게다가 다쳤던 발목 근력도 완전히 회복 되지 않아 하체 불안정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기존의 재활 운동 프로그램(Y.T.I 운동 및 로테이트 커프)에 발목 재활 및 하체 근력 강화 운동 몇 가지를 더 추가했다.

우선 밴드를 이용한 발목 근육 강화 훈련을 중심으로 스쿼트(squat)와 런지(Lunge) 등의 맨몸 운동으로 하체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다. 여기에 가장 기본적인 코어운동인 데드버그(dead bug)를 추가했다. 데드버그 운동은 허리 근력 및 유연성 강화에 효과적이다. 반복이 필수인 이러한 운동들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재활과 웨이트 트레이닝이 일상이 된 선수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이 생긴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W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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