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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펀펀한 런-생활체육 마라톤훈련기] #13 - 어쩌다 중앙서울마라톤 풀코스 도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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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중앙서울마라톤. [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양정수 기자] 어쩌다 뛰고, 어쩌다 기자가 되고, 어쩌다 칼럼까지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세 달이 지났다. ‘어쩌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젊은 기자는 사실 그렇게 계획적이지 않다. 언젠가 풀코스를 뛰게 되는 날이 오겠다 싶었는데,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젊은 기자는 10km 브랜드 대회나 참가하며, 기껏해야 하프(21km)를 한번 뛰고, 이 이상은 달려본 적 없는 초짜러너다. 그런데 풀코스(42.195km)라니…. 중앙서울마라톤대회는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과 함께 세계육상연맹인증을 받은 국내 3대 메이저 대회로 동호인이라면 당연히 참가를 원하는…, 이런 거창한 이유에서 신청한 것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가장 그럴듯한 대회를 참가하는데 마침 중앙서울마라톤이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풀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보다 단순했다. 중앙서울마라톤대회는 10km와 풀코스 두 부문으로 신청을 받는데 참가비가 같았다.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참가비면 많이 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덜컥 결제부터 해버린 것이다. 생각이 짧았다. 그렇게 일은 벌어졌다.

‘신청도 완료했으니 훈련을 시작하자!’는 무슨, 온갖 핑계들로 설렁설렁 적당히 준비하고 대회 날을 맞이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완주를 목표로 삼았지만, 4시간 안에 들어오는 욕심을 마음 한 켠에 묻어 두었다. 적당히 물품보관소 마감시간에 늦지 않을 정도로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다쳐서 돌아가지는 말자라는 생각으로 열과 성을 다해 몸을 풀었다. 앞서 말했듯 젊은 기자의 최장거리 러닝은 하프가 전부였다. 당시 15km지점 이후로 다리가 말을 안 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나름의 전략도 세웠다. ‘한 번에 42.195km를 달리면 분명히 완주를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10km를 4번 달린다고 마음먹었다.

출발~10km '자신감 충천'

젊은 기자는 이전 풀코스 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D그룹에 속해 이동했다. 처음 달려보는 풀코스이기에 완주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교차하는 설렘 속에서 스타트 라인을 밟았다. 4시간이라는 욕심이 있었지만 길게는 5시간 동안 달려야 했기 때문에 무조건 오버페이스에 주의하면서 평소보다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름의 욕심이 있어 1km당 5분 30초 페이스를 유지하고자 했다. 첫 코스는 잠실을 지나 천호사거리와 길동사거리를 우회해 올림픽공원으로 이어졌다. 사전 코스 답사도 안 했던 젊은 기자는 낯선 동네를 구경하며 달렸다. 달리던 중 10km 지점을 조금 못 가서 한국체육대학교 정문에 래핑 된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를 마주했다. ‘할 수 있다.’ 젊은 기자도 나지막이 마음에 새기며 10km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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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정문에 걸린 박상영 선수의 사진.


10~20km '아직도 완주쯤이야'

에너지 겔과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하고 다시 10km를 달리기 위해 다리를 풀어줬다. 코스는 송파를 지나 수서에서 심곡동 방향으로 이어졌다. 이 코스는 젊은 기자가 다녔던 고등학교 통학로였다.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20km까지 무난히 달렸다. 여기까지는 생각보다 달릴만 했기 때문에 중간에 ‘풀코스도 할 만한 것 같다’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 20km 지점을 달리는 동안 엘리트 선수들이 반환점을 지나 30km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쌩’ 하고 옆을 지나가는데 역시 선수는 선수였다.

20~30km '반응이 왔다'

20km에 도착해 다리를 한 번 더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다시 뛰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근육들이 슬금슬금 ‘곧이야’하며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25km 반환지점을 돌고 햄스트링이 땅겨왔다. ‘이제 절반 왔어, 왔던 길 다시 돌아가야 해’라며 스스로를 달래고 멈춰 서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15~35km 구간은 약 20km 왕복 코스로 초반 편도는 내리막 경사였다. 편하게 내려왔던 길을 거슬러 오르려니 여간 만만치 않았다. 어찌어찌 30km 지점에 겨우 도착했다. 마지막 12.195km를 대비해 보다 꼼꼼히 다리를 풀어주고 4번째 러닝을 시작했다.

30~42.195km '상상 그 이상의 고통, 그리고 기쁨'

30km 이후로는 매 km마다 지옥이 펼쳐졌다. 어떻게 여기까지 버텼는데, 이후로는 내 몸이, 내 다리가 내 것이 아니었다. 불과 20km까지만 해도 달릴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특히 35km이후부터 급격하게 피로가 쌓여 근육이 울부짖었다. 다리를 굽히자니 허벅지 앞부분이 당겨오고, 다리를 펴자니 햄스트링에 자극이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500m 달리고 다리를 풀어주기를 반복했다. 버텨온 정신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정말 멈춰 서고 싶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음 같지 않았다.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더 달리고 싶었는데 몸이 마음 같지 않았다. 마지막 5km를 남겨 놓고 다리가 터진 까닭에 4시간 안에 완주하겠다는 목표는 쉽지 않았다. 정말 ‘천근’ 같은 다리를 이끌고 40km를 넘어섰다. 이 다리를 이끌고 한 발, 한 발 딛였다. 마지막 잠실종합운동장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이를 악물고 하반신의 고통을 참아내며 달렸다. 마지막 트랙에 들어서고 골인 지점을 눈앞에 두고, 쥐어짜며 달렸다. 그렇게 4시간 2분 47초 만에 피니시 라인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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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풀코스 완주 메달과 그 기록.


사실 골라인을 들어오고도 완주했다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운동화를 벗고 그대로 드러누워서 한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절뚝거리며 움직이고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라톤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완주 메달을 받으면 그 동안의 고생을 보상 받는 느낌이 든다. 정말 초라한 보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뭐라고 4시간을 달리게 된다. 이상은 돈 주고 고생한 것에 대한 자랑질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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