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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서른 경보맨’ 김현섭의 이유있는 변신, ‘42km만 넘어가자’

  • 기사입력 2016-08-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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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리우 올림픽 남자 경보 20km에서 힘차게 '걷고' 있는 김현섭(왼쪽 두 번째). [사진=삼성전자육상단]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지난해 8월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한국 남자 20km 경보의 간판스타 김현섭(31 삼성전자)은 20km에서 10위로 골인했다. 한국 육상 사상 최초로 3개 대회 연속 톱10이라는 나름 신기원을 달성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때 그는 한계를 느꼈다. 특히 자신과 함께 20km를 뛰던 다니 다카유키(일본)가 50㎞ 경보에서 3시간42분55초로 동메달을 따자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20km가 주종목이지만 스피드의 경연장인 여기서는 세계 10위권이 한계다. 지구력을 보완해 50km에 도전하면 다니처럼 우승경쟁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는가? 내 나이 서른. 경보인생에 큰 변화를 시도할 때가 된 것 같다.’

한국경보는 20km는 김현섭, 50km는 같은 삼성전자의 박칠성(34)이 각각 지배자였다. 둘은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김현섭은 스피드가 뛰어나지만, 박칠성은 지구력이 좋았다. 예전 동년배 마라토너 황영조-이봉주와 각각 닮은 꼴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김현섭의 스피드가 20km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세계 10위권이라는 사실. 그렇다면 50km로 전향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단, 지구력을 키워야 했다. 2012년 런던 올리픽 전에 한 차례 50km에 도전했지만 막판 체력저하로 완주에 실패한 바 있다. 이후에도 계속 전향을 권유 받았지만, 지구력에 자신이 없었던 김현섭은 선뜻 결심하지 못했다. 그러다 만 서른, 베이징에서 가서 마침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귀국 후 50km 훈련에 돌입했다.

변신의 성공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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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IAAF경보챌린지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박칠성(왼쪽)과 김현섭. 김현섭 첫 완주인 이 대회에서 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사진=삼성전자육상단]


그렇다. 같은 도로경기인 마라톤처럼 현대 경보도 ‘스피드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게브레실라시에 같은 1만m 선수들이 마라톤에 뛰어들어 세계 최고기록을 단축했듯이, 경보도 스피드 경쟁이 한창이다. 20km와 50km를 함께 뛰는 프랑스의 요한 디니츠(38)가 2014년에 50km(3시간34분13초)에서 2015년에는 20km(1시간17분02초)에서 각각 세계기록을 세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스피드는 좋지만, 지구력이 떨어지는 김현섭의 변신은 불과 1년 만에 주종목을 50km로 변경할 정도로 조짐이 좋다. 김현섭은 지난 3월 IAAF경보챌린지(두딘스) 50km 레이스에서 처음으로 완주에 성공(25위 4시간01분06초)하며 올림픽 출전권(4시간 3분 이내)을 따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랐어요. (김)현섭이가 42km지점까지 놀라운 스피드로 우승경쟁을 펼쳤거든요. 한국 최고기록은 따 논 당상이었고, 단숨에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설 수 있는 페이스였죠. 그런데 시쳇말로 한번에 훅 가버리더라고요. 스피드가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일반인들이 걷는 수준으로 간신히 레이스를 마쳤어요. 그러고도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으니 42km까지 얼마나 페이스가 좋았겠어요.”

김현섭의 첫 50km 완주에 대한 조덕호 부장(삼성전자육상단의 사무국장, 경보국제심판)의 회고다. 이 정도면 가능성은 대박 수준인 것이다. 앞서 2012년 완주에 실패할 때도 42km지점까지 페이스가 아주 좋았다. 당연히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김현섭은 지구력 향상훈련에 매진해왔다. 42km 위기만 넘긴다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최고기록(3시간45분55초 13위)를 세운 ‘50km 경보의 1인자’ 박칠성보다 메달 가능성은 더 높다고 평가 받는 것이다.

분위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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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이 한국 육상 사상 세 번째로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을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름 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육상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은 남자마라톤 2개 유이하다. 교과서에도 실린 1992년 황영조의 올림픽 제패, 그리고 1996년 이봉주의 애틀랜타 은빛질주. 이후 꼭 20년째 한국 육상은 올림픽 시상식에 태극기를 올리지 못했다. 세계선수권은 아예 메달이 없다.

김현섭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리우올림픽 남자 경보 20㎞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기록인 1시간21분44초로 17위로 골인했다. 이미 50km로 주종목을 바꾼 까닭에 20m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 컨디션 조절이 목표였고, 여차하면 중간에 기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 기록이면 컨디션이 제법 좋은 것이다.

김현섭은 “경보는 도로경기의 특성상 30대 중반 이후에 전성기를 맞는 선수들이 많다. 서른이 넘어 주종목 변경을 선택했고, 그 첫 도전이 리우 올림픽이다. 50km에서 스피드는 세계 정상권이라고 자신하는 만큼, 그동안 땀 흘려왔던 체력보완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낸다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올 것이다. 많이들 응원해달라”고 주문했다.

50km 경보는 42.195km의 마라톤보다 더 길다. 또 가장 오랜 시간을 여름태양 아래서 버텨야 한다. 그래서 결과는 예측하기가 힘들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레이스를 마치면 졸도하기까지 한다. 다행스럽게도 경보강국 러시아 선수들이 약물파문과 관련해 리우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 김현섭에게는 여러 모로 분위기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 육상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지도 모르는 리우 올림픽 50km 경보는 오는 19일 오후 8시(한국시간) 시작한다. 출발 및 골인 장소는 한국 양궁이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삼바드로무 경기장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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