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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축구] 숭실대 유지민, 겸손과 성실함으로 무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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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을 위해 묵묵하게 걸어온 숭실대 유지민. [사진=정종훈]


“얘처럼 착한 친구는 못 봤어요.”

그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평은 늘 일관됐다. 유지민(24 숭실대)의 이야기다. 사회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사람을 원한다. 그래서 자칫 ‘착하다’, 성실하다”와 같은 평가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유지민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진짜 칭찬이다.

그라운드에서의 유지민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만의 매력이 폭발하는 것이다. 유지민은 경기장에서 늘 바쁘게 움직인다. 유지민은 숨이 턱 밑까지 차면 힘들 만도 한데 팀을 위해 늘 한 발자국 먼저 뛴다. 묵묵하게 팀을 이끌고 있는 유지민을 안양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기본기를 다진 브라질에서의 유학생활

U리그 책자에 나온 유지민의 프로필을 보면 의문점 하나가 생긴다. 본래 4학년이면 94년생이어야 하는데 93년생으로 같은 학년의 선수들보다 한 살이 많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는 중학생 때 브라질로 3년간 유학 생활을 다녀왔다.

“사실 저는 유학 갈 생각이 없었어요. 근데 제 친한 친구 부모님께서 유학을 같이 1년만 보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그 친구와 함께 가게 됐어요. 친구는 1년만 하고 돌아갔는데 저는 브라질에서의 생활이 너무 좋아서 3년이나 있게 됐어요.”

사연도 참 ‘착하다’. 이어서 그는 “브라질에서 감각적인 부분을 배웠어요. 테니스공으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테니스공을 차다가 축구공을 차면 컨트롤에 자신감이 생겨요”라며 브라질생활을 설명했다.

유지민의 SNS 활동을 살펴보다 신기한 점 한 가지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외국 친구들과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저 포르투갈어 진짜 잘해요. 일상 대화는 무리가 없고 축구일지도 포르투갈어로 쓰고 있어요.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라며 으쓱했다. 어렸을 때 브라질 현지에서 배운 포르투갈어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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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민은 포르투갈어로 매일 축구일지를 쓴다. [사진=유지민]


■ 화려함보다 꿋꿋함

유지민은 17살에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에 입학하려 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았다. 그로 인해 1년 유급하여 한 살 어린 친구들과 중학교를 다니게 됐다. 1년 뒤 그는 장훈고로 진학했다. 하지만 축구부 학생이 아닌 일반학생으로 들어갔다. 중학교에서의 큰 활약이 없었기에 그를 데려갈 만한 고등학교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 학생으로 5개월가량 다니다가 체육부장 선생님의 권유로 축구부에 합류해 운동을 같이 하게 됐다. 그런데 이틀 만에 장훈고 이규준 감독(현 FC하남)은 유지민의 능력을 알아봤다.

장훈고는 김종민(수원삼성), 박지우(울산현대), 임상협(상주상무), 박종우(알 자지라 SC) 등 내로라하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또한 당시 장훈고 이규준 감독에 대한 미담이 줄을 잇는다. 유지민은 “사실 감독님께 많이 혼났다. 터치, 자세 이런 섬세한 부분을 많이 배웠고 다른 감독님도 가르치시겠지만 인성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강조하셨다”라며 스승에 대한 감사를 나타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이 감독이 하남고(FC하남)로 옮겨가면서 유지민도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하남고에서 약 5개월을 뛴 후에 현재의 소속팀인 숭실대에 입학했다.

어느새 성인무대 4년차에 접어들었다. 1학년 때는 주로 측면 미드필더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브라질에서 축구를 배웠던 까닭인지 한국 선수한테는 잘 볼 수 없는 센스와 양발의 능력을 겸비했다. 추계연맹전 결승전에서는 이태희(현 성남FC)의 골을 도우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2학년 때 그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고려대와의 시합 도중 무리하게 수비를 하는 과정에서 발목이 꺾여 인대가 다 끊어졌다. 이 부상으로 인해 2학년의 7개월을 쉬었다. 아직까지도 트라우마가 있을 정도로 큰 부상이지만 그는 다음해 2월 통영에서 열린 춘계연맹전에 복귀해 대회를 3위로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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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펼치는 숭실대 유지민. [사진=정종훈]


4학년이 된 올해, 유지민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일단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춘계연맹전에서 2년 연속 3위를 차지했다. U리그 5권역에서는 3위를 유지하며 왕중왕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밟고 있다. 그는 학년이 높아지면서 여유까지 겸비했다. 돌아설 때의 볼 컨트롤과 수비수의 발을 보고 드리블을 치는 능력을 자유롭게 뽐냈다. 권역리그에서 5골로 개인득점순위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전까지는 골문 앞에서 득점 기회를 동료들에게 내줬지만 올해는 숭실대 이경수 감독의 주문으로 과감해졌다.

■ 골(목표)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프로 진출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유지민은 “예전에는 수원, 서울, 전북과 같은 빅클럽이 좋았어요. 팬층이 두터워 볼 때마다 멋있더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가릴 처지가 아니죠. 저는 스타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그 팀에 가서 맞춰나가야 해요”라며 생각을 밝혔다.

누구나 꿈꾸는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그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대표 선수,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은 건 사실인데 아직 많이 부족해요. (이)동준이나 (이)상민이 같은 후배들을 보면 부러워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스타성도 없어요. 에이전트 사장님이 ‘너는 스타가 되는 것보다 롱런하는 선수가 되라’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롱런 하는 선수가 되려고요”라며 포부를 내비쳤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길을 걸으며 프로의 문턱까지 왔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일수록 자신을 빛내는 것을 좋아할 터인데 유지민은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더군다나 프로 입단을 앞둔 4학년이면 더욱 욕심을 부리는 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인터뷰 동안에도 그의 행동 하나 하나에 성실함과 겸손을 느낄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함으로 다져온 실력을 마음껏 보여줄 올해다. [헤럴드스포츠=정종훈 기자 @InsengIr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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