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엘클라시코] 바르샤 완승, ‘라이벌’이란 단어가 무색했던 클래스 차이
가장 뜨겁고 치열한 더비지만 양 팀의 클래스 차이는 이미 벌어져 있었다. FC바르셀로나가 22일(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12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흐름이었고 최소한 현 시점에서는 바르샤가 훨씬 우위라는 것을 증명했다. 리오넬 메시는 두 달만의 복귀전을 치르면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신의 귀환’을 알렸다.

완벽한 중원장악, 수비형 미드필더의 유무가 차이를 갈랐다
이미지중앙

크로스를 원천봉쇄하는 부스케츠. 사진=라리가 홈페이지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미드필더 라인만큼은 양 팀 모두 베스트 멤버로 구성했다. 바르셀로나는 부스케츠를 아래 꼭짓점에 배치한 채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를 앞 선에 위치시켰다. 흔히 말하는 ‘역삼각형 구조’였다. 수비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부스케츠에게 맡긴 채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가 공격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였고, 보다 높은 위치에서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레알은 ‘정삼각형’을 택했다. 베니테즈 감독이 가장 아끼는 가레스 베일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시키고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를 그 아래쪽에 일자 라인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오른쪽 측면에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투입시키며 가레스 베일, 토니 크로스 등과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의도했다. 바르셀로나의 강도 높은 중원압박을 개인의 능력보다는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벗겨내겠다는 베니테즈 감독의 뜻이었다.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 수 있듯이 결과는 바르셀로나의 압승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가 라인을 잘 형성하면서 레알의 공격수들을 부스케츠 쪽으로 유인했고 부스케츠는 자신에게 들어온 선수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공격 전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부스케츠는 레알의 강력한 전방압박을 특유의 탈압박 능력으로 뚫어냈고 이니에스타는 템포 드리블과 중거리 패스 등을 통해 기회창출에 성공했다. 그 결과는 바르샤의 골 수가 말해준다.

이에 반해 레알은 수준 이하의 중원 플레이였다. 스코어가 말해주듯이 중원에서의 수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유무의 차이였다. 레알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인 카세미루를 제외하고 베일-크로스-모드리치 라인을 택했다. 이름값만으로는 세계최고지만 바르샤 상대로 이름값은 필요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크로스와 모드리치를 일자로 배치하다 보니까 이 라인이 위로 올라서게 되면 센터백과 미드필더의 간격이 벌어졌고, 이 라인이 뒤로 물러서면 2선과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간을 허용했다. 가뜩이나 드리블이 좋은 이니에스타에게 공간을 줘버렸으니 완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라이벌? MSN은 물론 SN에게도 상대가 안 된 BBC
이미지중앙

메시가 없어도 수아레즈(좌)와 네이마르(우)는 최고였다. 사진=라리가 홈페이지


양 팀의 대결이 재미를 모으는 것은 메시와 호날두로 대표되는 공격진이 있기 때문이다. 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로 이어지는 MSN조합과 베일-벤제마-호날두로 이어지는 BBC는 현 세대뿐만 아니라 역사상 최강 공격조합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위용을 자랑한다. 물론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가 두 번째로 트레블을 달성하면선 MSN의 우위를 점치는 사람이 많지만 유일하게 이들에게 대항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BBC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계기로 대항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너무 많은 차이가 났다. 바르셀로나는 부상에서 막 회복한 메시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채 수아레즈와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공격을 진행했다. 여기에 세르히오 로베르토를 메시 대신 투입했다. 비록 메시가 없지만 절정에 오른 네이마르와 수아레즈는 그들의 능력만으로 충분히 레알의 수비진을 농락할 수 있었다. 개인 드리블 능력과 연계능력을 십분 발휘했고 골 결정력마저 타고났다. 단순히 수아레즈가 2골을 넣고 네이마르가 1골을 넣었다는 수치는 그 둘을 이해하는 하나의 분류에 지나지 않았다.

로베르토의 투입도 신의 한 수였다. 원래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로베르토는 이날 메시를 대신해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전했다. 그동안은 산드로나 무니르가 주로 출전하던 자리다(물론 메시가 빠져있을 때). 중앙 미드필더 성향이 여전히 드러나긴 했지만 로베르토는 훌륭했다. 중앙으로 짤라 들어오는 움직임이 탁월했고 드리블 돌파 능력 역시 나쁘지 않았다. 수아레즈의 첫 골 장면에서도 로베르토는 과감히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수아레즈에게 완벽한 골 기회를 창출했다. 그 이후에도 적절히 수비에 가담하며 호날두를 완전히 지우는 데 일조했다.

예상 외로 카림 벤제마가 선발출전하면서 완전체 BBC라인을 가동한 레알은 실망스런 모습만 남겼다. 중원이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진에 의해 완벽히 제압당하면서 공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최악이었다. ‘에이스’ 호날두는 공을 잡는 횟수조차 몇 번 없었고 베일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가 어울리 않았다. 기본적으로 치고 달리는 능력이 우수한 선수이기 때문에 중앙에서의 탈압박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그로 인해 부스케츠에게 완전히 제압당했다. 벤제마 역시 ‘경기장 내에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신계 대결’이라고 일컫는 에이스 맞대결에서도 바르샤는 압승을 거뒀다. 먼저 메시는 후반 12분 라키티치를 대신에 교체투입 되어 들어가면서 겨우 33분만을 뛰었지만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오른쪽 윙포워드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롤을 맡은 메시는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감각을 보여줬다. 탈압박 능력과 감각적인 패싱능력은 후반에도 바르샤가 레알을 압도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에게 경기감각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호날두는 앞서 언급했듯이 몇 차례 스텝오버만 보여줬을 뿐 그 외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메스, 마르셀루 OUT? 이해할 수 없는 베니테즈의 교체전술
이미지중앙

인사를 나누고 있는 엔리케 감독(좌)과 베니테즈 감독(우). 사진=라리가 홈페이지


전반부터 바르샤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베니테즈 감독은 교체전술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수가 모두 최악이었기 때문에 ‘누구를 빼고 누구를 넣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경기 내용을 봤을 때 BBC라인이 전반적으로 모두 부진했고 중원의 크로스, 모드리치도 둘 중의 한 명은 빠져야 했다. 수비라인에서는 네이마르에게 계속 뒷공간을 허용했던 다닐루가 교체대상 1호로 예상됐다.

그러나 베니테즈 감독의 판단은 보편적인 생각과 조금은 다른 것처럼 보인다. 후반 10분 이스코를 통해 공격력 강화를 노린 베니테즈 감독은 교체대상으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택했다. 충격적인 선택이었다. 지지부진했던 레알의 공격진 중 유일하게 제 몫을 해낸 것이 하메스였다. 베일과 스위칭 플레이를 시도해 중앙으로 자주 치고 들어오면서 유효슈팅까지 연결했던 유일한 선수가 하메스였다. 그런 선수를 왜 빼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가 없다. 아무리 에이스 라인이라고 할지라도 BBC 중에 한 명을 빼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이후 베니테즈 감독의 두 번째 교체카드는 카르바할이었다. 어느 정도 맞는 판단처럼 보였다. 이 날 다닐루는 철저히 뒷공간을 허용하며 네이마르에게 농락당했고 오버래핑 상황에서도 번번이 호르디 알바에게 저지당했다. 공수전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도 단점이었고 전반적인 움직임도 투박했다. 공수 밸런스가 좋고 저돌적인 돌파가 인상적인 카르바할은 다닐루의 약점을 메워줄 수 있는 최적의 카드였다.

이런 예상은 다시 한 번 빗겨갔다. 카르바할과 교체되어 나가는 선수는 다닐루가 아니라 저돌적인 돌파를 보여주던 마르셀루였다. 마르셀루는 이날 전혀 부진하지 않았다. 부상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듯 했지만 여전히 수준급 오버래핑을 보여줬고 수비력도 준수했다. 로베르토가 그나마 중앙으로 잘라 들어오는 움직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마르셀루의 훌륭한 측면수비가 밑바탕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결과 역시 처참한 실패였다. 카르바할 투입 이후에 오히려 바르샤의 공격력은 더욱 강해졌다. 메시가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았고, 레알이 공격에 치우친 탓에 바르샤가 역습하기가 더욱 용이해졌다. 역습상황에서 나오는 뒷공간 허용은 당연히 다닐루와 카르바할이 지켜야 할 양쪽 측면이었다. 수아레스가 기록한 마지막 골 역시 라인체킹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허용한 것이다.

감독으로서 베니테즈는 이날 최악에 가까웠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의 기본 전술싸움에서 완패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부분전술도 전무했다. 부분전술이 부족하다보니 공격전개가 될 리 없고 조직적인 압박이 될 리도 없었다. 교체전술마저 기본적인 예상을 안 좋은 방향으로 벗어남으로써 팀을 대패로 몰아넣었다. 벌써부터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감독 교체론이 대세를 이룰 정도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장은 그런 자리다. 단 한순간도 최고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베니테즈는 그 자리를 맡기에는 여러모로 맞지 않아 보인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