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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연세대 지역방어의 승리…허훈, 김선형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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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20 연세대)이 18일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SK와의 경기에서 김선형(왼쪽)을 앞에 두고 패턴 플레이를 지시하고 있다. [사진=OSEN]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8강 경기 결과(18일): 서울 SK 84-96 연세대학교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유독 질긴 연을 이어간 SK와 연세대인데요. 연세대가 드디어 세 번째 맞대결에서 ‘형님’ SK를 잡았습니다. 기다려온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요. 악에 받친 듯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였던 연세대입니다. 그리고 그 의지는 고스란히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조직력, 패기, 경기 운영 모두 연세대의 완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연세대 완승’의 키워드는?
‘2015 최강전 연세대 완승’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지역방어였습니다. 'SK가 연세대의 지역방어를 깨지 못해 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SK는 경기 내내 연세대의 수비에 고전했습니다. 물론 대인방어를 주로 사용하는 프로팀에게 줄기찬 지역방어는 낯설 수도 있습니다. 또 한창 시즌을 진행중인 대학생들에 비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컨디션 탓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선 이날 SK는 외곽포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SK가 그리 느린 농구를 하는 팀도 아니기에 공격 템포를 빨리 하여 지역방어를 깨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속공 시 아웃렛 패스가 늦는 등 도무지 지역방어를 깨기 위한 활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허훈, 김선형을 넘다
존 디펜스 뿐만이 아닙니다. 연세대는 이날 앞선 싸움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코 허훈(20 181cm)이 있었습니다. 허훈은 이날 25점 7어시스트 5가로채기를 기록하며 공수 모두에서 연세대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2쿼터 초반을 비롯, 수차례 강력한 프레스 맨투맨에 이은 알토란같은 가로채기로 경기 분위기를 연세대 쪽으로 끌어당기는 데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천기범과 짝을 이룬 투 가드 시스템은 천하의 김선형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현재 KBL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는 김선형이 그렇듯, 허훈 역시 갖고 있는 개인기량이 탁월한 선수입니다. 앳된 외모답지 않은 강심장과 승부근성도 허훈의 매력이죠. 잘하는 선수는 무엇보다도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는데, 허훈이 딱 그렇습니다. 작은 신장이 흠이긴 하나 워낙 농구 센스가 뛰어난 만큼 향후 프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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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U대회 대표팀에도 선발됐던 박인태(20 연세대).

아니, 박인태가 언제부터 이렇게 잘했지?

원래 SK는 ‘장신 포워드 군단’으로 유명했던 팀입니다. 여기에 이번 비시즌동안 이승준-이동준 형제를 동시에 영입,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됐죠. 김민수-이승준-이동준-박승리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생각만 해도 그 무게감이 대단합니다. 외국선수가 뛰지 못하는 대학팀과의 대결에서도 SK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연세대의 높이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최준용(21 202cm)-박인태(20 203cm)-김진용(20 200cm)으로 이어지는 대학리그 최고의 장신 군단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죠. 최준용이야 워낙 농구팬들에게는 알려진 선수지만, 이날은 유독 박인태의 몸놀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애초에 하드웨어는 갖춰진 선수였습니다. 학년이 올라가고 점차 팀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는 영리하게 포스트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역할, 센터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일 텐데요. 이날 박인태는 그 역할을 정말 잘 해줬습니다. 외국선수가 골밑에서 득세하는 프로에 오면 분명 지금보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을 테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SK의 과제
올시즌 그야말로 ‘호화 라인업’의 정점을 찍은 SK입니다. 하지만 수년간 정상 문턱에서 SK의 발목을 잡았던 문제, 바로 조직력인데요. 이를 생각하면 문경은 감독은 머리가 조금 더 아파질 지도 모르겠네요. SK 선수들은 이날도 경기가 안풀리자 너도나도 1대1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경기가 안될 때일수록 개인 플레이는 '독'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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