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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인 4세 복서’ 마제니의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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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4세 복서'마제니가 20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KBF 오픈 경기에서 6라운드 TKO승을 거둔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일 김예준(코리안복싱)의 세계복싱연맹(IBF) 주니어페더급(55.34kg 이하) 아시아챔피언 1차방어전이 열린 울산 롯데호텔. 메인매치에 앞서 열린 오픈경기 라인업에 생경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대구정일체육관 소속으로 김현우(구룡복싱)와의 68kg급 경기에 나선 마제니(29)다.

범상치 않은 건 이름뿐이 아니었다. 짧은 목부터 직각에 가까운 어깨라인, 전체적으로 ‘네모난’ 느낌의 몸통이 각진 얼굴형과 어울리며 다부짐을 더했다. ‘목이 짧으면 맷집이 좋다’는 말이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마제니는 경기 내내 저돌적인 인파이팅을 구사하더니 상대를 6라운드 TKO로 제압해 버렸다.

마제니는 러시아 국적을 갖고 있는 고려인 4세다. 4년 전 나고 자란 블라디보스톡에서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넘어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프로복서로서 돈을 벌고 싶었단다. 19살 때부터 복싱을 했으니 벌써 10년차. 블라디보스톡에서는 당해낼 적수가 없을 정도로 실력도 좋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큰 대회로 갈수록 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패로 고꾸라지는 일이 많았다. ‘고려인’이라는 핏줄이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어 마제니의 앞길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미련 없이 마음을 다잡고 한국에서 새 삶을 시작했지만 역시 녹록치는 않았다. 복싱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로복서가 몇이나 될까. 막일을 전전하면서도 ‘한국 프로복서 마제니’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챔피언벨트를 차는 그날을 꿈꾸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9전 5승(3KO)3무1패의 전적에 KBC(한국권투위원회) 소속으로 슈퍼웰터급 랭킹 1위에도 올랐던 마제니는 우선 올해 안에 KBF(한국권투연맹)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 게 목표다. 워낙 힘이 좋아 강력한 레프트 펀치를 주무기로 파워 넘치는 복싱을 구사하는 마제니다. 몸통 공격에도 능해 체력과 몸놀림만 조금 보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20일 시합 후 마제니는 “오랜만의 시합이라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도 “하루빨리 한국챔피언, 동양챔피언을 넘어 세계챔피언까지 도전해 보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한국 나이로 서른, 빠르진 않지만 결코 늦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한국 국적도 취득할 생각이다. 마제니의 코리안 드림은 이제 시작이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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