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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덜어버린 걱정거리, 새로 생긴 걱정거리
21일 경기 결과: NC 다이노스 1-2 롯데 자이언츠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야수들의 스윙과 발걸음엔 거침이 없었고, 투수들의 공엔 힘이 넘쳤다. 역사적인 기록도 많았다. 테임즈는 팀 최초 히트 포 더 사이클과 20-20을 달성했고, 이호준은 KBO에 단 8명뿐인 300홈런 선수가 되었다. 이종욱도 10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런 과정들이 쌓여 우리는 1위를 넘보는 3위(46승 2무 34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제일 뼈아팠던 건 지난 3년간 NC를 먹여 살린 선발로테이션의 붕괴다. ‘노히터 투수’ 찰리가 구속저하를 극복하지 못하고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했다. 제구력을 잃어버린 ‘토종에이스’ 이재학도 전반기 2승에 그쳤다. 노성호는 아직도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손민한이 ‘회춘’하고, 이태양이 ‘영점조절’을 하지 못했다면 NC의 성적표는 더욱 암담했을 것이다.

‘선발투수 발굴’는 꼭 해결해야할 숙제다. 전반기는 팀 역사상 최고의 불펜진이 선발진의 부족함을 메워줬지만, 매순간이 승부처가 될 후반기는 이 체제로 버틸 순 없다. 후반기는 순위와 체력싸움이 심화된다. 막말로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해줘야한다. 선발투수에겐 ‘최다이닝 최소실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닝이터'와 '닥터 K'의 동시강림. 잃어버린 원투펀치를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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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기 진화하는 스튜어트의 피칭. 공룡가족들은 선발 걱정을 한시름 덜었을것이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경기를 완투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막아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우승을 목표로 다이노스의 승리에 반드시 기여하겠습니다.”

찰리를 대신해 공룡군단 일원이 된 스튜어트가 팬들에게 처음으로 보낸 영상메시지 일부다. 그는 이미 ‘최다이닝 최소실점’이라는 자신의 임무를 잘 알고 있었다. 영상메시지만큼 데뷔전도 인상적이었다. 3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150km대 강속구과 정교한 제구력도 뽐냈다. 마무리가 좋지 않아 다소 빨리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박수받기에 충분한 피칭이었다.

스튜어트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실점이야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많은 이닝을 책임진다는 약속만은 확실히 지켰다. 데뷔전 이후 4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내용도 점점 좋아졌다. 세 번째 등판에선 가장 많은 7이닝을 소화하고, 네 번째엔 최다 탈삼진(7개)을, 다섯 번째엔 최다이닝(7이닝), 최다 탈삼진(8개)을 기록했다. 후반기 첫 번째이자 시즌 여섯 번째 등판이 기대되는 건 당연지사였다.

NC가 걱정거리 하나를 덜었다. 잃어버렸던 원투펀치를 찾았다. 스튜어트는 이날도 믿음직스러운 피칭으로 희미하게 남아있던 찰리의 그림자를 지웠다. 6이닝 6피안타 1실점 9탈삼진. 세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도 경신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최선’의 피칭을 보여줬다. 스튜어트는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다. 퀵모션에서 약점이 노출된 듯 도루도 3개나 빼앗기며 4회를 제외한 모든 이닝에 득점권 주자를 내보냈다. 사실 4회도 아두치에게 피치아웃 하지 않았더라면 완벽한 도루성공이었다.

그의 진가는 위기상황에서 나타났다. 미국시절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경험이 빛났다. 1회말 1사 2루는 병살타로 가볍게 막아냈고, 2회말 무사 2루 위기도 모두 내야에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타자들은 3회초 선취점을 뽑아내며 스튜어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3회말부터는 닥터K의 면모를 보였다. 3,4이닝 아웃카운트 6개 중 4개를 삼진으로 매조지었다. 5회말은 1점을 내준 대신 삼진 3개를 뺏어냈다. 승부구는 전부 달랐지만 모두 헛스윙을 유도해낼 정도로 수준급이었다(142km 커터-145km 투심-146km 직구). 스튜어트는 6회말 2사 3루에서도 최준석에게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3~6회 마지막을 모두 삼진으로 장식했다.

이닝이터에 이어 닥터K 모습까지 보여준 스튜어트가 다음경기에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기대된다.

전력을 다한다는 말은 매순간 집중한다는 것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전반기에 한 건 잊어버리고 오늘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우리가 잘한 것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서 다부지게 경기에 임하고 싶다.”

‘해온 것보다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며 전반기 호성적에 취해있지 말자는 뜻. 하지만 이날 공룡군단은 세밀한 플레이에서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시작부터 아쉬웠다. 1회 선두타자 박민우는 기습번트와 보내기번트를 통해 2루를 밟았다. 타점을 밥 먹듯 하는 ‘나이테트리오’ 중 한명이 그를 불러들일 거라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밥상이 엎어졌다. 박민우가 도루를 시도하다가 레일리의 견제에 완벽하게 걸려든 것. 이는 선취점 기회를 날림과 동시에 박민우가 리그 도루자 1위(11개)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도루보다 득점에 신경써야할 상황에서 나온 아쉬운 플레이였다.

믿었던 타선도 풀이 죽었다. 1회부터 3회까지 선두타자가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1회 도루자, 2회 병살타로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3회엔 안타-도루-희생번트라는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주자를 3루에 보낸 뒤 김태군의 큰 땅볼로 간신히 선취점을 올렸다. 좋았던 초반 기세에 비해 1점은 조금 초라해 보였다.

15,16일 SK전에서 보여준 변비야구는 이날도 이어졌다. 적시타가 터질듯 말듯 하다 나오지 않았다. 5,6회는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고도 홈에 불러들이지 못했고 8회는 무사 1루에서 댄 희생번트가 병살타로 둔갑했다. 9회는 더욱 아쉬웠다. 선두타자 김종호가 좌전안타와 땅볼로 2루를 밟을 때까진 분위기가 좋았다. 테임즈가 고의4구를 얻어내 1루를 채울 때도 희망은 이어졌다. 하지만 희망의 불꽃은 공 하나로 끝났다. 모창민이 때린 초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완벽한 병살타가 된 것. 마지막 2이닝 연속 병살타로 인해 분위기가 완전히 롯데쪽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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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가 집중력만 유지해줬다면, 이민호는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왔을 것이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마지막 이닝은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9회말 무사 1루에서 최준석이 중견수 방면에 뜬공을 쳤다. 타구는 유격수-중견수-2루수 사이를 향했다. 다소 높이 뜬 공이기에 누군가가 확실히 콜 플레이만 했다면 아웃을 잡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 누구도 확실히 책임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 건 유격수 노진혁. 박민우는 공을 쫓다가 포기하고 멈춰 섰다. 이때 바람이 불었는지 타구가 2루수 쪽으로 향했다. 노진혁은 혹시나 하고 박민우를 쳐다봤지만 이미 박민우는 정지한 상황. 재차 쫓아가 팔을 뻗었지만 조금 모자랐다.

기회는 남아있었다. 2루와 가까운 곳에 떨어졌기에 외야수가 빠르게 잡아 송구하면 1루 주자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들 마음이 너무 급했다. 뛰어들던 나성범이 공을 튕겨내버렸다. 이종욱은 재빨리 잡아 2루를 쳐다봤지만 공을 한번 흘려버렸다. 결과는 여유로운 세이프. 어설픈 콜 플레이와 떨어진 집중력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아쉬운 수비는 이어졌다. 다음 타자 손용석은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기 위해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이때 NC 내야진은 이민호가 공을 뿌림과 동시에 번트시프트를 가동했다. 2루를 포기하고 유격수를 3루로, 2루수를 1루로 보냈다. 홈 플레이트로 뛰어든 투수-3루수-1루수는 타구가 조금이라도 빠르면 지체 없이 3루로 던지면 되는 작전. 그런데 믿었던 테임즈가 집중력을 놓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번트모션이 나온 뒤에야 스타트를 끊었고, 하필이면 공도 테임즈를 향했다. 결국 작전을 써본 노력도 없이 2,3루를 허용했다. 끝내기 밀어내기라는 ‘결과’보다는 2사 만루까지 가게 된 ‘과정’이 상당히 아쉬웠다.

반환점엔 ‘절반이나 지났다’라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온 만큼 돌아가라’는 뜻도 있다. 우린 상쾌하게 82경기를 치렀으나. 아직 62경기나 남았다. 수는 전반기(82경기)보다 적다. 하지만 후반기 1경기는 전반기 2경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렵고 힘들다. 자신의 장단점을 모조리 파악한 상대와 맞붙어야하고,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모든 순간이 승부처가 된다. 무더위와의 전쟁도 치러야 한다. 전반기에 잘하다가 후반기에 무너진 팀은 하나하나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2015년을 ‘행복한 전반기가 아닌 행복한 시즌’으로 추억하기 위해선 머릿속에서 행복했던 전반기를 잊어야한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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