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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즌 중 감독 교체’ 극약처방 네 팀의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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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의 댄 제닝스 감독 (왼쪽) (사진=OSEN)


정규시즌은 제로섬 게임이다. 시즌이 끝나고 모든 팀들의 승(+), 패(-)를 합산하면 그 숫자는 0이 된다. 당연히 이기는 팀이 있으면 지는 팀도 있는 법. 세인트루이스와 같이 매년 승자인 팀도 있지만, 필라델피아처럼 지독한 암흑기에 빠진 팀도 있기 마련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치열한 제로섬 게임 속에 많은 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리고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들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흔히 꺼내드는 카드가 있다. 바로 감독교체다. 전반기 밀워키를 시작으로 이미 네 팀이 감독 교체 카드를 집어 든 가운데, 그들이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밀워키 / 로니키 7승 18패 (.280) / 카운셀 31승 34패 (.477)

가장 먼저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초반 질주 이후 시즌 막판 급격히 무너지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밀워키는 올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됐던 팀. 하지만 개막 4연패 포함 첫 15경기에서 2승 13패라는 최악의 출발을 했다. 당시 아타나시오 구단주는 감독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불과 약 열흘 후 로니키를 경질하고 크렉 카운셀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이에 올 시즌을 앞둔 3월, 2016시즌에 대한 옵션을 사용했던 로니키와의 연장 계약도 괜한 일이 되고 말았다.

생애 첫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카운셀을 향한 여론은 나쁘지 않은 상황. 부임 후 5할 승률에 조금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그나마 난파 직전의 팀을 잘 추스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에는 시즌 최다인 8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카운셀이 선수들에게 가장 우선시 하는 주문은 ‘서로에게 좋은 팀 메이트가 되라’는 것. 그는 이 같은 요소가 팀이 승리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는 카운셀이 선수 생활 당시에도 중요시 했던 덕목으로, 5개 팀에서 16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보낸 그는 언제나 팀의 톱니바퀴와 역할을 담당하곤 했었다.

밀워키의 시즌 성적은 38승 52패. 지구 선두 세인트루이스와 18.5경기, 리그 와일드카드 2위 컵스와는 10.5경기차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산된 상태다. 카운셀은 올 시즌 팀의 실패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는데 있어 어느 정도 자유로운 위치에 있으나, 그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챙기겠다는 입장. 하지만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주전 선수들의 이탈이 유력한 상황에서, 그는 내년 시즌 이후를 위한 밀워키만의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가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될 전망이다.

마이애미 / 레드몬드 16승 22패 (.421) / 제닝스 22승 29패 (.431)

로리아 구단주의 괴짜 행보는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 5월 중순 레드몬드 감독을 경질하고 단장인 댄 제닝스를 감독 자리에 임명한 것. 단장이 감독으로 자리 이동을 한 것은 기나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겨울 대대적인 선수 영입에 성공한 마이애미는 올 시즌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 첫 14경기 3승 11패 이후 9승 1패로 5할 승률을 맞춘 마이애미는 다시 연패에 빠졌고, 조급함을 느낀 로리아의 선택은 감독 경질 카드였다.

제닝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는 물론 코치 경험도 전무한 인물. 유일한 지도자 경력은 1980년대 고교 야구 코치 경험이 전부로, 주로 스카우트와 프런트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미국 현지에서조차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결국 제닝스의 감독 선임은 프런트 야구를
강화하기 위한 로리아 구단주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제닝스 선임 이후 마이애미의 성적은 22승 29패로 레드몬드 시절의 승률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지구 선두와의 격차는 6경기에서 11경기까지 벌어진 상황. 호세 페르난데스가 복귀했지만 스탠튼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도 불운 요소였으나, 제닝스 역시 감독으로서의 이렇다 할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 블랙 32승 33패 (.492) / 로버츠 1패 (.000) / 머피 9승 15패 (.375) * 임시 감독

전반기에 이뤄진 네 팀의 감독 교체 중 가장 실패한 카드가 되어가고 있다.
버드 블랙 전 감독이 경질 될 때까지 샌디에이고의 성적은 32승 33패로, 당시까지 지구 선두 다저스와의 격차는 6경기였다. 오프시즌 동안 켐프, 저스틴 업튼, 마이어스, 노리스, 실즈에 이어 개막 직전 킴브렐까지 영입하는 등 올 시즌 우승을 위해 팀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은 대대적인 투자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블랙의 경질에는 몇 가지 물음표가 붙었다. 일단 샌디에이고의 부진이 과연 감독 책임에 있느냐는 점이다. 엄청난 연봉 보조를 감수한 켐프의 영입은 재앙 수준이었으며, 프렐러 단장이 공격력을 위해 포기한 수비력은 샌디에이고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더군다나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내준 피터슨, 로스, 위슬러등의 유망주들이 타 팀에 가서 빛을 봄과 동시에 켐프의 반대급부로 이적한 그랜달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면서, 샌디에이고의 겨울 행보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이 고개를 들던 터였다.

또 한 가지. 경질의 시점 문제였다. 32승 33패의 성적이 시즌이 100경기 이상 남은 시점에서 감독을 경질할 만큼의 실망스런 성과였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블랙 감독이 지난 수년간 전반기보다 후반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왔다는 점도 샌디에이고 구단 수뇌부의 결정이 조급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했다.

물론 지난 겨울 대대적인 전력 보강 이후 블랙 감독이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만한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있었다. 하지만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결과다. 블랙 감독 경질 이후 로버츠 코치 감독 대행으로 한 경기를 치른 샌디에이고는 이튿날 팻 머피 트리플 A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2013년부터 샌디에이고 마이너 감독을 수행한 머피 감독은 밀워키의 감독 후보로도 거론되는 등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던 상황. 하지만 부임 이후 팀은 9승 15패로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전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다저스와의 격차는 10경기까지 벌어졌다. 이미 샌디에이고의 올 시즌은 실패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샌디에이고가 바이어가 아닌 셀러로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특별한 반등에 성공하지 않는 한, 블랙 감독의 경질은 실패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필라델피아 / 샌버그 26승 48패 (.351) 자진사퇴 / 매캐닌 3승 14패 (.176) * 임시 감독

표면적으로는 자진사임이나 경질 통보를 받기 전 미리 사표를 던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총체적 난국의 필라델피아. 파펠본이 공개적으로 ‘팀을 옮기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처럼 선수들이 어떠한 동기 부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구단에서 샌버그를 내치기로 한 것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샌버그가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는 등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 하지만 구단이 샌버그와의 이별을 준비한 것은 그의 능력부족 이전에 작금의 상황을 책임질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 1순위가 감독이었을 뿐이다. 물론 다음 타겟은 아마로 단장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며, 그에게는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팀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 필라델피아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현재의 성적도, 리빌딩의 과정도 아닌 해멀스와 파펠본으로 어떤 대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에 매캐닌 임시 감독 부임이후 3승 14패라는 초라한 성적에 비난을 가하는 것도 부질없어 보인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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