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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월드컵] 감격의 16강 진출, 측면공격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
힘들 것만 같던 태극낭자들의 16강 진출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한국이 18일(한국시간) 오타와 렌스다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스페인을 2-1로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여자월드컵 역사상 첫 승이자 첫 16강 진출. 코스타리카 전에서 아쉽게 놓친 승리를 한 수 위인 스페인 상대로 거두며 기쁨을 더했다.

■힘들었던 전반, 지나치게 내린 수비라인이 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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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한국은 중원에서의 숫자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진=FIFA

전반전만 두고 봤을 때는 최근 몇 년 간 최악의 경기였다. 코스타리카 전에서 경기막판 라인을 올리다가 통한의 실점을 한 것을 너무 의식했다. 수비라인을 너무 내리다 보니 중원의 숫자싸움에서 완전히 스페인에게 밀렸고 공격전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스페인은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래까지 내려와서 중원의 수를 늘렸고 중앙 수비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전력분석 대결에서 완패했다. 스페인 여자축구는 남자와는 달리 티키타카가 아닌 측면돌파를 활발히 펼치는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수비라인을 내리다 보면 중원에서 측면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기 힘들다. 측면으로 길게 찔러주는 타이밍에 오프사이드 트랩을 걸어야 하지만 수비라인이 뒤에 있다 보면 트랩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점 장면도 역시 이러한 문제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왼쪽 측면에서 김혜리가 코레데라에게 측면돌파를 너무 쉽게 허용했고, 쇄도해 오던 부케테에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김혜리가 뚫렸을 경우 한 명의 선수만 백업을 가고 나머지 선수들은 중앙에 들어오던 선수를 봐야했지만 이러한 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취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한국은 좀처럼 주도권을 빼앗아 오지 못했다. 전반 32분에는 나탈리에게 완벽한 찬스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김정미의 슈퍼세이브로 위기를 모면했다. 지속적으로 한국의 오른쪽 측면이 뚫리는 것이 문제였다. 김혜리는 피지컬고 스피드를 두루 갖춘 스페인 선수들을 상대로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강유미가 도움 수비를 내려와야 했지만 이미 공수 간격이 멀어진 상태에서 도움을 주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작전변경 통해 대반전 성공, ‘측면에는 측면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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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이 동점골을 터트린 뒤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FIFA

윤덕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두 개의 작전을 변경했다. 먼저 하나는 수비라인을 과감히 올렸다. 전반전 수비라인을 내린 까닭에 오히려 중원싸움에서 완전히 밀렸고 측면마저도 내주어야했던 것에 대한 처방전이었다. 반드시 승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에 득점을 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기도 했다.

두 번째 작전은 전반 내내 고전하던 김혜리를 빼고 김수연을 투입한 것이다. 국내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 꼽히는 김혜리지만 이날 전반전만큼은 그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하드웨어가 탄탄하고 스피드마저 좋은 스페인을 상대로 김혜리는 고전을 거듭했다. 실점 장면 이외에도 너무 많은 기회를 허용했기 때문에 윤덕여 감독 입장에서는 더 이상 김혜리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 두 가지 작전으로 한국은 대반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우선 수비라인이 올라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중원에서의 숫자싸움도 밀리지 않게 되었고 ‘에이스’ 지소연과 조소현이 공을 잡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김수연은 과감한 오버래핑을 통해 강유미의 부담을 덜어주며 공격에 큰 보탬이 되었다.

확연히 달라진 태극낭자의 공격에 스페인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고 동점골을 터트리는 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측면에는 측면이었다. 후반 8분 중앙에서 볼을 잡은 지소연이 치고 들어가다가 오른쪽 측면의 강유미에게 내줬다. 강유미는 과감히 문전으로 크로스를 날렸고 패널티박스 안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조소현이 방향만 바꿔놓는 재치 있는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한 번 찾은 페이스를 태극낭자들은 좀처럼 놓치지 않았다. 포어체킹과 중원압박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스페인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보다 공격적인 수비를 가져가자 스페인이 자랑하던 측면공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도권을 쥐고 있던 윤덕여 감독은 박희영까지 투입하면서 공격력을 더욱 강화했다. 측면을 절대로 내주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이기도 했다.

결승골 역시 측면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전가을의 패스를 받은 김수연이 과감히 올린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른바 ‘슛터링’으로 불리는 킥이었는데 앞으로 나와 있던 골키퍼를 속수무책이었다. 의도한 것이었든 아니든 간에 골은 인정되었고, 여자대표팀의 첫 승을 안겨준 귀중한 골이었다. 윤덕여 감독의 묘수가 제대로 통하며 한국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 숨은 MVP 김정미, 그녀가 있기에 뒷문은 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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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에서 김정미의 활약은 눈부셨다. 사진=FIFA

이날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전반 내내 고전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날 한국은 스페인에게 무려 18번의 슈팅시도를 허용했다. 아직까지도 수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1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던 데에는 골키퍼 김정미의 공이 컸다.

이날 수훈선수(Player Of the Match)에는 지소연이 뽑혔지만 김정미도 이에 못지 않았다. 대표팀의 맏언니 김정미는 부케츠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이후 2차례 슈퍼세이브를 기록하며 태극낭자의 골문을 지켰다. 특히 전반 32분 나탈리아가 시도한 슈팅을 막은 것은 마치 남자 선수를 연상케 했다. 여기에 더불어 안정적인 공중볼 캐치능력으로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스페인 선수들을 무력화시켰다. 여자 골키퍼로서 훌륭한 신체조건(178cm)과 경험이 쌓이면서 완전체 골키퍼로서 거듭나고 있다는 평이다.

대표팀의 16강 상대는 프랑스로 결정됐다. FIFA 랭킹 3위이자 독일, 미국 등과 함께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6득점을 기록하며 막강 화력을 자랑했다. 그만큼 김정미의 활약이 더욱 절실해졌다. 비록 16강에 진출했지만 여기에서 안주할 수 없다. 8강 그 이상을 바라볼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테랑의 노련한 리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김정미의 활약이 프랑스 전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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