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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국대를 움직이는 이상윤의 ‘칭찬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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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부로 모교에 돌아온 이상윤 감독이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최고라는 표시를 해보이고 있다.


“굿! 굿! 아주 좋아, 엑설런트(Excellent)!”

운동장에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주인공은 6월 1일부로 건국대학교 축구부에 공식 부임한 이상윤 감독. 건국대 무역학과 86학번 출신으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주역으로 활약한 이상윤은 20여 년 만에 모교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실 축구 팬들에게 이상윤이라는 이름은 해설위원으로 더 알려져 있다. 해설을 하며 붙은 특이한 별명도 많다. 소리를 지를 때 나오는 가래 끓는 목소리 탓에 ‘가레스 상윤’으로, 또 특정 선수를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사냐 아버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MBC 스포츠 플러스와 아프리카 TV 등에서 활동하며 특유의 샤우팅과 흥을 돋우는 입담으로 많은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던 그다. 2014년 성남FC의 수석코치와 감독대행을 역임했던 이 감독은 이제 모교의 지도자이자 교육자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 감독의 최대 장점은 건국대 편파 해설을 연상시키는 생생한 리액션이다. 경기 도중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칭찬과 격려는 선수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자극제이자 에너지원이다. 때때로 경기장에서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선수들에게 해소하는 지도자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바로 이 점을 꼬집는다. 그래서 욕설과 비방 없이 선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칭찬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감독 부임 이후 건국대는 팀 성적과 선수단 분위기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부임 3일 후 청주대와의 대학무대 감독 데뷔전에서는 패했지만 이후 2연승으로 리그 상반기를 마감했다. 선수들 역시 감독에게 듣는 칭찬이 생소하면서도 큰 힘이 된다는 반응이다. 1학년 수비수 박인서는 “감독님께서 경기 중에도 정말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이름이 불리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칭찬을 들으면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움직이죠”라며 이 감독 표 ‘칭찬의 힘’에 고개를 끄덕였다. 덧붙여 이 감독의 유행어인 ‘남바완이에요’를 흉내 내면서 이 감독이 전파한 유쾌 바이러스에도 반색을 표했다.

지난해까지도 프로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 온 이 감독이기에 아들 뻘 후배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낯설 법도 하지만 재치 있고 친화력 있는 모습으로 선수들과 적극 소통한다. 팀 내 상호 소통을 우선시한다는 감독답게 선수들과의 영상 미팅 자리에서 “자, 여기서 상대편 공을 뺏었지. 이건 ‘개이득’이야”라며 신세대들이 즐겨 쓰는 말로 분위기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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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미드필더 출신인 자신의 스타일을 녹여 과거 건국대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웃어보였다.


“뼈를 묻을 각오로 건국대에 왔습니다. 2년이 아니라 20년을 바라볼 거고요.”

모교로 돌아 온 이 감독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자신이 몸담았던 시절 대학축구를 평정한 과거 건국대의 명성을 되찾아오겠다는 것. 건국대 축구부도 숙소 복도에 건국대 출신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상, 대회 트로피와 상장을 전시해 둘 정도로 과거 업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감독은 기존의 공격성 짙던 4-4-2 포메이션에서 중원에서의 세밀함을 드러내는 4-2-3-1 형태로 전술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미드필더 출신인 자신의 특기를 십분 발휘해 제2의 건국대 전성기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제목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 격려가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골자이다. 권위적인 지도자가 아닌 관심에서 우러난 칭찬과 격려를 통해 친근하게 소통하는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 이상윤 감독이 건국대 축구부에 불러 올 변화의 바람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축구는 15일 추계연맹대회로 하반기 기지개를 켜고, 본격적인 리그는 9월에 재개된다. [헤럴드스포츠=김유미 기자 @ym161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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