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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ONE DINOS’의 위대함을 보여준 두산 3연전
28일 경기 결과: 두산 베어스 0-5 NC 다이노스

올해 가장 뜨거웠던 주중 3연전이었다. 앞선 2경기에서 두 가지 의미로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사건이 터졌다. 좋은 의미로는 테임즈의 방망이가 화제였다. 26일 경기에서 테임즈가 첫 타석부터 4점-3점-1점 홈런을 연이어 때렸다. 4연타석 홈런과 미국에서도 더블A에서 딱 한 번 나온 사이클링 홈런 기록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네 번째 타석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의 '권유'에 따라 조평호와 자리를 바꾸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나쁜 의미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보도된 벤치클리어링이 나왔다. 27일 경기 중 나온 벤치클리어링은 오재원과 해커의 말다툼까진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병헌이 던진(초기엔 장민석으로 지목된) ‘위협구’로 인해 사태가 심각해질 뻔 했다. 하지만 NC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창단 첫 7연승을 달렸다. 덤으로 48일 만에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창단 최다연승’보다 빛났던 'ONE DI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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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INOS'의 연승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NC의 팀컬러가 무엇일까? 기자는 ‘수많은 사연을 품은, 그리고 기회의 소중함을 아는 선수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절실함과 끈끈한 팀워크'라고 생각한다. 이는 이번시즌부터 공룡군단의 모자와 헬멧에 붙어있는 ‘ONE DINOS’와 일맥상통한다. 2012년 첫 걸음마를 뗀 아기공룡은 4년 만에 위대한 'ONE DINOS'가 되었다. 그 증거는 앞서 언급한 테임즈의 교체와 벤치클리어링에서 확인할 수 있다.

# 3연타석 홈런을 치며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타격감, 2점 홈런만 추가하면 사이클링 홈런이란 대기록을 앞둔 상황. 갑자기 코칭스태프가 교체를 지시한다. 만약 당신이 선수라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리고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하는 불안한 신분이라면? 굉장한 고민이 드는 순간이겠지만 테임즈는 “알겠다. 전혀 문제없다”라며 쿨하게 교체를 승낙했다(감독의 고유권한인 교체에 대해 선수의 감정과 의사를 먼저 챙긴 김경문 감독의 배려심도 참 멋졌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대로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선수는 기록이라는 형태로 강력한 인상을 남기려한다. 특히 외국인 선수는 조금이라도 부진이 길어지면 짐을 싸야하는 불안한 위치이기에 기록에 더욱 민감하다. 하지만 ‘피부색만 다른 NC선수’ 테임즈는 팀을 위해 흔쾌히 기록을 포기했다. 힘없는 땅볼타구를 쳐도 항상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 질주하고, 팀을 위해 낯선 땅에서 낯선 포지션(1루수)에 도전하며, 멋진 홈런세리머니와 댄스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가장 NC스러운 타자’ 다웠다. 찰리와 해커도 팀을 중시하는 이타적인 모습으로 팀에 녹아들고 있다.

NC의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기준 중 하나가 인성이기에 세 선수의 빠른 적응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다른 나라와 문화에서 지낸 그들이 팀에 단기간에 융화 할 수 있는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긴 상당히 어렵다. NC는 이를 단 4년 만에 만들어 냈다.

#벤치클리어링의 발단은 심판의 아쉬운 판단이었다. 심판은 해커가 와인드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오재원의 타임을 받아들였다.투구 도중 갑자기 멈추면 투수는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해커는 백네트에 공을 던지며 불쾌함을 표했고 날카로운 기류가 조성되었다. 오재원이 1루 땅볼로 아웃 된 뒤 해커가 “Get in the box”라 외쳤고 이를 욕으로 오해한 오재원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두 선수가 달라붙자 자석에 이끌린 듯 모든 선수들이 1루로 모였다.

이때 ‘ONE DINOS’가 돋보였다. 두산 장민석이 해커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자 김태군이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석훈은 곧장 장민석을 끌어안은 채 뒤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태군은 발을 밟혀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지석훈도 몸부림치는 장민석의 팔꿈치에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자기 몸보다 에이스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 다른 NC선수들은 (민병헌이 해커를 향해 공을 던지는) 격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싸움을 말리는데 주력했다.

벤치클리어링은 예의에 어긋난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팀을 하나로 뭉치기 위한 자극제로도 쓰인다. 의도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날 벤치클리어링이 어떻게 종결되느냐에 따라 두산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민병헌의 행위로 인해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NC는 오히려 선수들이 한 번 더 똘똘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에이스 손민한만 나오면 무조건 이긴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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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어릴 때 사직야구장에서 했던 "에이스 손민한만 나오면 무조건 이긴다 아이가"는 말을 10년뒤 마산구장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손민한이 NC유니폼을 입을 때, 기자는 그의 커리어에 비해 기대치를 높게 잡지 않았다. 어깨수술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다가 롯데에서 방출 당했고, 팀을 구하지 못해 1년간 무적으로 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손민한은 입단과 동시에 필승조에 합류하며 NC의 허약한 뒷문을 걸어 잠갔다. 뒷문이 탄탄해지자 올해는 신생팀 혜택(외국인선수 4명 보유 3명 출전)이 끝나며 생긴 구멍 난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갔다.

원래 자리를 찾은 손민한은 ‘황혼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팀내 다승 공동 1위(6승), 최다이닝 2위(50⅓이닝), 평균자책점 5위(3.58)를 차지하고 있다. 체력관리를 위해 투구 수 제한(80~90구)을 둔 가운데에도 꾸준히 평균 5이닝 이상을 확실히 책임진다. 다양한 구종과 좋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며 볼넷도 단 6개만 내줬다. 이날 경기전까지 5월에 나선 3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었다.

손민한은 5월 마지막 등판에서 가장 안정적인 피칭으로 5월 전승을 달성했다. 6이닝 동안 단 82구만 던지며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4회를 제외하고 선두타자 출루가 한 번도 없었다. 또한 모두 단타였기 때문에 ‘점수를 주겠다’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병살로 막아낼까’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손민한이 나오는 날은 볼넷은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6회 2사 후 김현수-홍성흔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이날 제일 큰 위기를 맞았지만 양의지를 유격수 직선타로 막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손민한은 마지막 타자에 대해 “양의지를 볼넷으로 보내면 만루가 되고, 다음 이 왼손타자라 (내가) 교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 투수의 부담이 클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이 위기를 내가 극복해야 되겠다. 무조건 승부다,’하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몸 쪽으로 공을 뿌린 게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강타자를 상대하면서도 다음 투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승부를 보겠다라니. 역시 에이스다. 기자가 어릴 때 사직야구장에서 했었던"에이스 손민한만 나오면 무조건 이긴다 아이가"는 말을 10년뒤 마산구장에서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최고의 5월이다. 5월에만 18승을 거뒀다. 밑바닥에 있던 순위는 어느새 꼭대기로 올라갔다. 내용도 너무나 좋다. 박명환-손민한의 가세로 선발로테이션이 완성되었다. 불펜은 삼성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나성범-이종욱이 타격감을 완전히 되찾으며 1번부터 7번까지 타율 3할을 노리는 막강타선이 되었다. 백업요원 박광열, 최재원의 기량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퓨처스리그 중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양다이노스에선 모창민과 김태진이 불방망이를, 홍성용이 쾌투를 선보이며 승격을 기다리고 있다. 원조 마무리 김진성도 차근차근 복귀를 준비중이다. 지금의 NC는 잠시 좋은 분위기를 탄 게 아니라 진짜 강팀이 되었다. 그 배경엔 'ONE DINOS'가 있었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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