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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트윈스, 지금이 가장 나쁜 상황일까?
10일 경기 결과: LG 트윈스 6 - 2 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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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에게는 말 그대로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닌 듯싶다.

INTRO - 트윈스의 현 주소는 무엇?

연패가 길어질 때 양상문 감독은 “한 시즌을 보내다 보면 팀이 어려움에 빠질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필자는 당시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연패 당시 필자는 ‘이게 일시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우리의 진짜 실력이 아닐까?’ 하는 절망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만약 양 감독의 말처럼 트윈스가 지금 겪는 고난이 한 시즌에 어느 팀이나 한두 번 겪을 수 있는 고난이라면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 올팀올(올라올 팀은 올라온다), 내팀내(내려올 팀은 내려간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라이온즈도 시즌을 치르는 중 연패에 빠진다. 하지만 결국 시즌이 끝나면 성적표 맨 위에는 라이온즈의 이름이 있다. 144경기 장기 시리즈의 장점은, 몇 차례 이변이 있을 수는 있어도 결국 실력대로 성적표가 나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트윈스의 최근 부진한 성적이 과연 ‘어느 팀이나 겪는 일시적인 부진’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주 한나한과 류제국이 복귀하면서 트윈스는 사실상 100%에 가까운 전력을 갖췄다. 우규민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도 다음 주에는 컴백할 예정이다. 냉정하게 말해 10개 구단 중 트윈스는 사실상 100%의 전력을 가동하는 몇 안 되는 팀이다. 그런데 류제국과 한나한이 복귀한 주말 3연전에서 트윈스는 신생팀 위즈에게 위닝 시리즈를 내줬다.

위즈가 주중 3연전에서 이글스를 위닝으로 누르며 기세를 올렸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번 시리즈에서 만난 위즈는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보다도 못한 기량을 보였던 과거의 그 위즈가 아니었다. 분명 트윈스는 올 시즌 가장 사기가 드높은 시기에 위즈를 만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그 핑계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 주말 3연전이었다. 위즈도 잘했지만 만루면 만루, 1사 2, 3루면 2, 3루, 찬스 때마다 어김없이 헛방망이질을 계속하는 트윈스는 너무도 약했다.

약한 점을 정비해야 하는데, 제3자인 필자가 보기에도 답이 없다. 지금 트윈스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핵심, 즉 찬스 때마다 헛방망이질을 하는 답답한 타선은 타격 코치를 바꾼다고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타순을 바꾼다고도 해결되지 않는다. 2군의 신진 선수들을 등용하는 것도 해답이 아니다. 그저 타자들 스스로가 이겨내야 할 뿐이다.

우울한 2주를 보내면서 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래도 열심히 응원하는 일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생팀에게 치욕적인 2연패를 당했는데도 수원 KT위즈 파크 구장에는 어김없이 트윈스의 팬들이 가득했다.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더 큰 책임감을 가져달라. 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선수들 스스로가 일어서는 것뿐이다.

최고의 선수 - 만루의 체증을 뚫은 박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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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8회초 2사 만루에서 통렬한 역전 싹쓸이 3루타를 때린 대졸 신인 박지규.

야구가 ‘멘탈 스포츠’로 불리는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야구는 투혼을 발휘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 스포츠다. 축구만 해도 후반 30분이 지나면 체력적 한계를 느낀다. 이때 팬들은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뛰어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야구는 선수들이 한 발자국 더 뛰어봐야 얻을 게 별로 없는 스포츠다. 불펜투수가 사나흘 연이어 나오는 것 역시 투혼이라 부를 수 없다. 당장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려면 정신력이 필요하겠지만 야구선수, 특히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리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돼 있다. '투수의 투혼'은 '혹사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래서 야구 선수들이 삭발 투혼을 발휘해도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는 때가 많다. 많이 지는 팀을 보면 “이기겠다”는 투혼이 부족한 경우보다,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너무 큰 경우가 잦다. 야구에서 투혼은 때로는 ‘승리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이기도 하다. 멘탈 스포츠 야구가 오묘한 스포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윈스는 만루 타율 1할대 초반의 처참한 기록을 시현 중이다. 이 난관을 뚫기 위해 선수들에게 투혼을 강조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나? 8회초 1사 만루에서 삼진을 당한 주장 이진영이 투혼이 부족해서 3구 삼진을 당했겠나?

놀랍게도 10일 만루의 체증을 뚫어낸 선수는 앳된 얼굴의 대졸 신인 박지규였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박지규는 팀의 연패 중에 SNS 활동을 해 오만 욕을 다 먹은 선수였다. 하지만 SNS와 투혼은 아무 상관이 없다. 야구 선수도 인간인 이상 개인의 사생활을 영위할 자유가 있다.

그가 10일 만루에서 통렬한 역전 3루타를 때렸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야구선수가 갖춰야 할 멘탈은 압박감과 같은 말이 아니다. 삭발을 하고 항상 눈빛을 번뜩여야 투혼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멘탈은 언제 어디서건 자신이 준비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담대한 마음가짐이다. 실력은 얼마나 준비했느냐에서 나오고, 멘탈은 자신의 정신적 리듬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서 나온다. 트윈스의 타자들이 이날 박지규의 스윙을 통해 자신들이 겨우내 준비한 것을 좀 더 편안하게 보일 수 있었으면 한다.

만약 트윈스가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면 5월 초 이 어려운 시기는 양 감독의 말대로 한 시즌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통상적인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도 지금 같은 모습이 변치 않는다면 이것은 우리의 실력이었을 것이다. 결과가 무엇인지를 알기까지 기다려보자. 부디 최근의 부진한 모습이 준비가 부족해서 나타난 실력 탓이 아니기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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