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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CL 4강] 유벤투스 승, 철저했던 알레그리와 방심했던 안첼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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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지시를 하고 있는 알레그리 감독. 사진=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승장은 철저했고 패장은 방심했다. 유벤투스가 6일(한국시간)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UA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레알마드리드(이하 레알)와의 경기에서 모라타와 테베스의 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었다. 유벤투스는 기분 좋게 홈에서 승리를 거두며 결승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었다. 반면에 레알은 불의의 일격을 맞으며 이번 시즌 무관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4강 대진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아니 이번 경기가 치러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모든 전문가의 예상은 레알의 승리였다. 유벤투스가 아무리 세리에A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고는 하나 전력상 레알에 뒤지고 UCL 4강까지 올라오는 데에도 대진운이 많이 따랐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레알은 ‘천적’ AT마드리드를 잡으며 안 좋던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리그 경기에서 호날두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다크호스’ 세비야를 물리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아무리 유벤투스 원정에 나약했지만 레알의 승리를 점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과는 180도 다른 결과가 초래됐다. 유벤투스는 기존의 수비조직력과 더불어 공격 빌드업에서도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레알을 밀어붙였다. 마치 레알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할지 미리 알고 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사전에 상대 공격을 차단했고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 역시 유기적이었다.

알레그리 감독의 철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안첼로티 감독이 사전에 피를로에 대한 극찬을 하면서 경계심을 표한 것을 보고 빌드업의 중심을 피를로가 아닌 비달로 바꿨다.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비달이지만 이날만큼은 수비 아래쪽까지 직접 내려와서 피를로가 독점하던 후방 플레이 메이킹을 같이 도왔다. 피를로에 대한 집중견제를 타파한 명확한 묘수였다.

수비조직력에 있어서도 그의 영리함은 돋보였다. 호날두-베일 조합은 강력한 개인능력과 스피드를 자랑하지만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니기 때문에 공간이 나지 않을 경우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높았다. 알레그리 감독은 이를 잘 이용했다. 철저하게 수비라인을 패널티 박스 인근까지 내리며 뒷공간 허용을 최대한 막은 채로 경기를 진행했고 자연스레 호날두는 고립됐다. 수비라인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완벽한 존 디펜스를 서며 중앙에서의 빈틈을 최소화했다. 중앙에서의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자 레알은 반강제로 측면 크로스를 고집했지만 공중볼 능력이 뛰어난 키엘리니-보누치 센터백 라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 안첼로티 감독은 방심한 나머지 알레그리 감독의 전술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옛 제자였던 피를로를 막는 데에만 신경 쓴 나머지 다른 선수들에 대한 대처방안이 전혀 없었다. 베일에게 피를로 전담마크를 맡기며 피를로가 평소보다 뛰어난 실력을 과시지 못하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대신에 마르키시오와 비달이 완전히 살아났다. 심지어 자신이 키웠던 모라타에 대한 대처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기를 뛴 것은 선수들이었지만 전술싸움에서도 패배한 레알이었다.

감독의 전술능력이 얼마나 팀을 좌우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 경기였다. 결코 안첼로티 감독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그 역시 세계최고의 명장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축구IQ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방심한 것 역시 사실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UCL 4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2차전 역시 양 팀 사령탑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알레그리 감독의 2연승이냐 안첼로티 감독의 반격이냐. 벌써부터 그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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