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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첫 시각장애인대회 D-8] 종목 파헤치기 (2) 역도
역도는 ‘수행(修行)의 스포츠’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리기 위해, 역도인은 항상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한다. 몸보다는 정신 무장이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강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이 종목, 경쟁 상대는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라 고독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고독을 떨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면, 비로소 한계는 극복된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정직한 결과물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역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비장애인 역도와 다르고, 패럴림픽 역도와 또 다른 시각장애인 역도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의 역도 종목은 파워리프팅(Powerlifting) 경기다. 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세 가지 자세로 바벨을 들어 성공한 무게의 총합을 겨루는 방식으로, 비장애인 역도의 웨이트리프팅(Weightlifting,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방식, 인상과 용상으로 구분)과 다르다. 벤치프레스 방식만 채택하는 패럴림픽(Paralympic Games, 장애인올림픽)과는 또 다른데, 역도를 하는 데 있어 시각장애는 하반신마비와 같은 신체장애에 비해 그 제약요소가 비교적 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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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프팅 종목인 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왼쪽부터). 그림=국제파워리프팅연맹

스쿼트 종목에서 선수는 심봉이 목 뒤쪽에서 어깨를 가로지르도록 바벨을 든 뒤 고관절 부위의 다리 상단 표면이 무릎의 상단보다 더 낮아질 때까지 앉았다가 일어나야 한다. 충분히 무릎을 구부리고 신체를 낮추지 못하거나, 일어설 때 더블 바운스(한 번에 올라오지 못하고 두 번 이상 회복 시도를 하는 경우)를 하면 해당 무게는 실패로 판정된다. 자세를 마친 후에도 심판의 지시 전에는 바벨을 바닥에 내동댕이쳐서는 안 된다.

벤치프레스에서는 벤치에 누운 상태에서 바벨을 들어올리게 된다. 머리, 어깨, 엉덩이는 벤치에, 발은 바닥에 밀착하여야 하며, 심판의 신호를 받은 후 바벨을 가슴이나 복부까지 내렸다가 팔을 곧게 뻗어 바벨을 들어올려야 한다. 이 때 팔을 균등하게 펼치지 못하거나 팔꿈치가 고정되지 않으면 실패로 간주한다.

데드리프트는 허리를 굽혀 발 앞에 놓인 바벨을 잡았다가 직립자세를 취하면서 들어올리는 종목이다. 일단 리프트가 시작되면 곧게 서서 무릎이 고정될 때까지 바벨이 다시 내려가서는 안 된다. 허벅지로 바벨을 지탱하거나, 어깨나 무릎을 곧게 펴지 못할 때에는 실격 처리된다.

각 종목당 세 번씩의 기회가 주어지며, 그중 가장 무거운 중량을 최종 성적에 합산한다. 남자는 10체급, 여자는 9체급으로 나뉘며, 체급별로 동점자가 생기면 체중이 적은 선수를 승자로 한다.

비장애인 역도감독이 전하는 시각장애인 국가대표들의 근성과 투혼

역도 종목에서 시각장애인 선수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몸무게의 두세 배, 혹은 그 이상 중량을 들어올리려면 정확히 밸런스가 갖춰져야 하지만 자세가 어떤지, 쓰고 있는 근육의 형태가 어떤지 스스로 보지 못하니 그만큼 무게중심을 잡기 어렵다. 전적으로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력을 안 해서 안 되는거야 어쩔 수 없지만, 비장애인보다 노력을 두 배로 더 해도 (장애 때문에)안 되는게 가장 안타깝죠.”

시각장애인 국가대표팀 박근영 감독(한국대학역도연맹 전무이사)의 말이다. 비장애인 역도지도자로 이미 잔뼈가 굵었던 박 감독은 2013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역도선수권대회 때 처음으로 장애인역도지도자로 나섰고,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맞아 처음으로 구성된 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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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팀 박근영 감독(왼쪽)이 벤치프레스 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시각장애인 역도는 처음 접하는데, 국제대회를 위해 국가대표팀이 꾸려진 것 자체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니라서 그런지, 지원이 미비했죠. 사실 지금 우리 대표팀엔 역도경력 20년씩 된 선수들이 많습니다. 맨날 국내에서 전국체전 15, 16연패씩 해온 선수들인데, 국제대회는 이번이 첫 출전인 겁니다. 이번 대회 성적이요? 기량은 사실 입상권에 미치지 못하죠. 유럽 쪽에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가 강세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패럴림픽과 상관없이 매년 오픈대회를 열고 선수들이 계속 대회 참가하며 기량을 겨룹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협회에서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죠. 우리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갈 여력이 없죠. 매번 4-500만원씩 들여 자비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선수들은 현재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합숙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3~4회 훈련스케줄을 소화한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이 꾸려졌기에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아진 것이지, 평소 때 이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하기도 벅차다. 바로 먹고사는 문제, 생업 때문이다.

“선수들 대부분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초수급자도 많고요. 밤에 안마시술소에서 안마사로 일하고, 새벽에 잠깐 잤다가 낮에 운동하고…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지금 성적이 굉장한 거죠. 안마사로 일하거나 어디 공단에서 일해 봐야 한 달에 100-150만원 버는데, 사실 혼자 먹고살기도 빠듯하거든요. 그럼에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대단한 겁니다. 그야말로 운동이 ‘좋아서’ 생활이 어려워도 계속 버티는 건데요. 사실 비장애인도 갖기 힘든 근성이죠.”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 대표팀의 객관적인 기량을 5위권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내심 대표팀 에이스 안동수(강원장애인역도연맹)를 주축으로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안동수는 원래 75kg급 선수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체급을 한 단계 낮춰 67.5kg급에 출전할 계획이다. 현재 체중조절과 더불어 메달권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 스스로 목표의식이 확고하기에,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만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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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 안동수.

“장애인체육은 비장애인들의 관심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 선수들, 관중들이 경기장에서 응원해주는 목소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항상 시합에 나가보면 경기장엔 선수와 심판만, 우리들만의 리그일 때가 많습니다. 이번 대회는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열리는 첫 시각장애인종합국제대회입니다. 큰 의미가 있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선수들을 위하는 길은 그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근성과 투혼에 박수를 보내는 일입니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역도 종목은 오는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 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열린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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