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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짜노 예까지 왔는데" 린드블럼의 역투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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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는다' 롯데 린드블럼 (사진=롯데 자이언츠)

응답 말라 1984.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은 1984년 한국시리즈. 당시 롯데 사령탑은 강병철 전 감독이었다. 강 전 감독은 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팀의 에이스였던 안경잡이 투수를 불러 1, 3, 5, 7차전 등판을 준비하라는 무리수를 주문했다. 이에 그 투수가 난색을 표하자 강 전 감독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던졌다. "동원아 우짜노. 예까지 왔는데"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두며 팀과 자신의 오른팔을 바꾼 불세출의 에이스, 故 최동원을 상징하는 일화다. 이 이야기가 팬들에게 알려진 뒤부터 "우짜노. 예까지 왔는데"라는 문구는 고생하는 투수에 대한 안쓰러움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여 왔다. 그리고 오늘, 롯데 팬들은 또 한 명의 우완 에이스에게서 "우짜노. 예까지 왔는데"를 떠올리며 탄식했다.

당초 수많은 의문부호가 달렸던 롯데 선발진은 모두의 예상을 깨며 순항 중이다. 그 중심엔 조쉬 린드블럼이 있다. 린드블럼은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팀 간 4차전에서 9이닝 3실점 완투로 5-3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번 시즌 린드블럼은 5경기에 등판해 3승(공동 1위) 1패 평균자책점 2.78(6위)로 KBO 리그 연착륙에 성공한 듯 보인다. 그가 빼앗은 삼진은 35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린드블럼의 활약이 더욱 반가운 건 불펜이 난조를 넘어 엉망에 치닫는 상황에서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인다는 점이다. 린드블럼은 등판한 다섯 경기에서 모두 100구 이상 던졌다. 가장 적은 공을 던진 날은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31일 LG 전으로 6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1실점 호투했다. 완투승을 따낸 24일 경기에서는 124구를 던졌다.

린드블럼의 경기 당 투구수는 111.6구로 리그 1위다. 최근 KBO 리그에서 경기 당 세 자리 투구수를 찾으려면 5년을 거슬러야 한다. 2010년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류현진(LA 다저스)이 25경기에서 경기 당 113.4구를 던진 이후 단 한 명의 투수도 경기 당 100구 이상 던지지 못했다.

투구수가 많지만 볼넷 허용은 7개뿐이니 자연히 소화이닝도 늘어난다. 린드블럼은 현재까지 35⅔이닝을 던져 리그 최다이닝을 기록 중이다. 경기 당 투구이닝 역시 7.13이닝으로 리그 최선두다.

이렇듯 엄청난 이닝 소화가 마냥 반갑지는 않다. 린드블럼이 9이닝 완투승을 기록한 것은 24일 경기가 생애 최초였다. 그는 지난 2년 간 마이너리그 34경기에 선발등판해 186이닝을 소화했다. 경기 당 5.47이닝을 던진 셈이다. 물론 리그가 달라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이닝 소화능력이 빼어나다고 칭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바꿔 말하면 연이어 많은 이닝에 나서는 건 린드블럼에게 자칫 무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팀 사정이 린드블럼 어깨에 짐을 얹고 있다. 이는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안다. 린드블럼은 지난 18일 두산 전에서 8이닝 2실점 호투하고도 불펜의 방화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책임지는 이닝이 많아질수록 승리와 연을 맺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린드블럼은 24일 경기 직후 구단 자체방송 GIANTS TV와의 인터뷰에서 "9회 2사에서 염종석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 팬들이 화내는 모습(mad)을 보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롯데 염종석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찾았을 때 팬들의 야유가 사직구장을 뒤덮었다. 행여나 투수교체를 해 '요 며칠 보여줬던 불펜 공포를 다시 느끼게 하진 않을까'하는 염려였다.

린드블럼의 시즌 초는 '노 프라블럼(No Problem)'이다. 린드블럼을 포함한 롯데 선발진 모두 지금처럼 '노 프라블럼'을 외치려면 결국 불펜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선발 투수에게 과도한 이닝을 맡겨 승리하는 방식은 이제 프로야구는 물론 고교야구에서조차 지탄받고 있다. 이종운 감독은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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