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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거침없는 공룡야구] 복 받은 NC팬이여, 이래도 마산구장에 안 올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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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팬은 한국 프로야구 팬 중 가장 복 받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물론 필자를 포함해서.


머나먼 옛날, 공룡은 적자생존을 위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고 2억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생태계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기존 8개 팀이 주름잡던 한국야구에 등장한 NC 다이노스도 적자생존을 위해 많은 진화를 거쳤다.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닌, 경기장 안팎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FA선수를 영입하고 스카우트 팀에 세이버 매트릭스 전문가를 배치해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왔다. (3년째 함께하고 있는 찰리와 해커(에릭)의 활약이 NC의 기틀을 잡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컨텐츠 본부에는 크리에이티브 서비스 팀을 따로 두어 ‘인생은 이호준처럼’, ‘STRONGBERRY’ 티셔츠 같은 상품과 포스트 시즌을 위한 ‘가을이야기’ 엠블럼, 다큐멘터리 ‘공감’ 시리즈 등 팬을 위한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NC는 미래를 염두에 두면서도 언제나 현실에 충실하다. 신축구장 부지선정 논란으로 연고지 이전설이 솔솔 풍기던 와중에도 연고지 팬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멈추지 않고 묵묵히 진행했다. 만약 연고지를 옮기더라도 ‘현재’ 팬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신축구장은 우여곡절 끝에 현 마산야구장 바로 옆에 짓기로 했다. 2018년 하반기가 완공예정 시기라 지금으로부터 4시즌만 지나면 새로운 러브하우스로 옮길 수 있다. 1군이 떠나면 C팀(2군)이 마산구장을 지키겠지만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힌 구장이기에 굳이 새로운 투자를 할 이유는 거의 없다.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바로 ‘팬’일 것이다.

필자는 이래서 NC를 사랑한다. NC는 지난겨울 팬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야구 관람을 위해 10억 원을 들여 구장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전체 좌석 수는 1만3,700석에서 1만1,000석으로 줄었지만 우리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1루 내야석을 900석 늘리고 나무데크 바닥을 넓혔으며 가죽쿠션과 등받이, 간이 테이블을 새로 넣었다. 외야는 기존 좌석 3400개를 없애는 대신 가족석을 만들고 외야 파티석을 확충했다. 누워서 야구를 볼 수 있는 매트리스 좌석과 버스시트석은 국내 최초다. 여기에 D-bear(생맥주), 감자튀김, 햄버거, 핫도그, 볶음밥 등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필자는 결국 유혹에 넘어갔다.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야구쟁이 아닌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새로 만든 좌석이 얼마나 편한지,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하기에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마산야구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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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이라는 이름의 딸기주스는 마산구장 대표 명물이다.


4월 12일, 6연승을 달리던 NC가 SK를 1승씩을 주고받았던 시리즈의 마지막 날이다. 선발투수는 에릭이란 선수명과 함께 불운도 날려버리며 2연승을 달리고 있던 해커였고, SK는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신기한 좌석과 맛있는 먹거리, 연승에 대한 기대를 품고 마산야구장에 입성했다.

마산야구장 앞은 다양한 상품들로 지름신의 강림을 재촉했다. 특히 최근 고양 다이노스로 바뀐 C팀의 티셔츠는 보자마자 지갑을 열고 싶을 정도로 탐났다. 다행히 다이노스 카페에서 ‘이재학’을 사는 걸로 지름신과 합의하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팬의, 팬에 의한, 팬을 위한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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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가 너무 안락해 경기관람 중 잠들어도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자마자 한 눈에 좌석 종류가 많이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외야 꼭대기는 가족석과 외야 파티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족석에서는 돗자리를 가져온 가족들이 피크닉을 즐기듯 편하게 야구를 즐기고 있었고 파티석에서는 다양한 음식들이 코를 자극했다. (SAFE 캠페인에 따르면 아이스박스 반입은 안 되지만 마산야구장은 외야 파티석에 한해 아이스박스 1개를 반입할 수 있다.) 바로 밑에서는 응원석의 커다란 함성소리가 귀를 찔렀고 단디봉의 향연이 펼쳐졌다. 응원단상도 응원석과 1루 내야석에 동시에 비치해 선수들에게 입체 사운드로 힘을 불어넣었다. 1루 내야석은 앞 뒤 간격을 넓히고 쿠션과 등받이를 설치해 외야석 보다는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응원 할 수 있었다.

1루 쪽으로 이동하자 NC다이노스에서만 볼 수 있는 좌석이 등장했다. 바로 1루 매트리스석이 보였다. 자리 주인이 오기 전에 살짝 누워보았다. 아침 햇살에 따듯하게 덥혀놓은 매트리스에 누우니 잠이 솔솔 오면서 순식간에 내 집 안방인줄 알았다. 4D영화를 보는 게 이런 기분일까? 애써 밀러오는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버스시트 석을 향했다. 최근 구단 버스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재학-김진성-모창민-손시헌이 직접 사용하던 좌석을 경기장으로 가져왔다. 착석느낌은 마치 비행기 비즈니스석 혹은 고급 리무진 버스(당연히?) 좌석에 앉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국을 누비느라 버스좌석에 많이 앉아본 필자에게 익숙한 느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온기(?)를 함께 느낄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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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시트석은 기존 좌석과 비슷한 색이라 의외로 찾기 어렵다. 좌석을 쉽게 찾는 힌트는 '1C'


전체적으로 팬을 위해 상당히 애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 야구장은 계단이 가파르게 되어있어 올라갈 때는 ‘아이고’ 소리가 났고 내려갈 때는 ‘여기서 헛디디면 몇 초 만에 1층으로 떨어질까?’라고 생각이 들며 가끔 겁났다. 올해는 계단 사이사이에 나무계단을 설치해 보다 편하게 경기장을 다닐 수 있도록 팬을 배려한 흔적이 엿보였다. 또한 테이블을 갖춘 좌석을 많이 만들어 치킨을 무릎 위에 올리고 먹는 불상사를 막았다.

치킨의 독주를 막아서는 마산구장의 새로운 먹거리!

경기장을 한 바퀴 돌고나니 금세 배가 고팠다. 앞서 야구장 입구에서 멀리했던 지름신을 모셔올 시간이다. 올 시즌 NC는 보다 다양한 먹거리를 구장에 배치했다. 떡볶이, 오뎅, 라면 같은 기본 아이템은 물론 핫도그-햄버거-나초 등 신세대의 입맛을 공략한 음식들이 지갑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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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소고기치즈스테이크(가운데)가 너무 그립다. 이렇게 야구장 갈 구실을 또 하나 찾았다.


한국인은 밥심! 제일 먼저 야채 볶음밥+닭볶음 세트를 먹었다. 밥은 꼬들꼬들한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느낌이었지만 부드럽고 새콤한 닭 강정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성인 남성에게 2% 모자란 양이 살짝 아쉬웠다. 다음으로는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빵 삼형제’를 맛보았다. 제일 왼쪽에 있는 핫도그는 잡자마자 느껴지는 퍼석한 촉감에 실망했다. 하지만 소시지는 옳다. 단, 소스에 너무 욕심 부리면 소스를 먹는 건지 소시지를 먹는지 헷갈릴 수 있으니 주의 할 것! 다음은 불고기치즈스테이크. 단어 조합을 따로 떼어 놓아도 맛있는데 합치면 어찌 맛이 없을까. 불고기는 달콤했고 치즈는 고소했으며 양배추는 아삭했다. 기름기가 많아 휴지를 꼭 챙겨야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다음에 와도 이건 꼭 먹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맛 본 소고기 패티버거는 군대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햄버거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입에 집어넣는 순간 ‘아, 얘 소고기였지?’라는 생각이 들며 부드러운 식감에 게 눈 감추듯 입 속에 밀어 넣었다.

야구장 먹방 투어의 마지막 주제는 생맥주였다. 마산구장에는 두 종류의 생맥주를 판다. 하나는 복도에서 파는 생맥주였고 다른 하나는 NC 기획 상품인 D-beer이었다. 먼저 맛 본 ‘복도 생맥주’는 탄산이 적고 시원한 청량감이 인상 깊었다. 함께 마신 지인은 ‘청포도 맛이 느껴진다.’라는 대장금스러운 평을 남길 정도였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거의 무알콜 맥주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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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초와 맥주의 궁합은 언제나 환상이다.


다음은 1루 매장과 1루 내야석 상단에 위치한 D-beer. 한 마케팅 팀 직원이 마이너리그 연수 동안 보았던 Bottom's up beer를 그대로 가져왔다. 맥주를 잔에 ‘따르는’ 것이 아닌 컵 바닥에서 ‘차오르는’ 모양새다. 컵을 기계에 꽂는 순간 바닥의 자석이 살짝 들리고 그 사이로 맥주가 순식간에 들어간다. 자석에는 'DINOS' 중 알파벳 하나가 적혀있는데 'DINOS'를 완성하면 한 잔을 서비스로 준다. (호기심에 맥주가 든 상태에서 자석을 만지면 작은 워터파크가 열리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꼭 잔을 비우고 자석을 만지길 바란다.) D-beer라는 이름은 거꾸로 올라오는 맥주의 특징을 착안하여 '거꾸로'의 경상도 방언인 '디비다' 또는 '디비'를 담았다. 맛은 앞서 마신 ‘복도 생맥주’ 보다 맥주 본연의 맛과 탄산이 잘 느껴졌다. 생맥주의 파트너로는 나초와 감자튀김이 있다. 나초는 약간의 처세술만 잘 부리면 ‘나초반, 치즈반’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감자튀김은 이미 많은 스몰비어를 통해 검증된 생맥주 파트너다. 단, 감자튀김에 소금간이 되어있기에 무턱대고 소스를 올린다면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다보니 제대로 야구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3회말이 끝났다. 0의 행진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해커와 김광현이 선발이니 ‘역시 오늘은 투수전이구나’라는 기대를 했다.

경기는 SK쪽으로 흐르고, 하지만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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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터진 조영훈의 홈런포. 결과는 아쉽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NC의 모습을 봐서 기뻤다.


양 팀 선수들은 필자의 예상을 무참히 꺾었다. 제대로 경기를 지켜보자마자 최정과 브라운의 연타석 홈런이 터졌다. 다음 타자 박정권의 평범했던 안타성 타구를 나성범이 허술한 수비로 뒤로 빠트리며 주자가 3루까지 갔다. 나성범은 즉각 김성욱과 교체되었고 이후 손시헌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4회초에만 6점을 줬다. 5회에는 사사구 2개와 안타 4개를 허용하며 5점을 더 내줬다.

우리도 꾸준히 쫓아갔다. 하지만 말로 주고 되로 받았다. 4회말 김종호와 김성욱의 연속안타, 이호준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이종욱의 2루수 땅볼과 김광현의 폭투로 두 점을 쫓아갔지만 솔직히 아쉬움이 많았던 순간이었다. 5회에는 1사 1,2루에서 김성욱이 가운데 담장을 바로 때리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이어 테임즈가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하지만 이후 SK 불펜진에게 10타자 연속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공룡군단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9회말 대타로 나선 최재원이 좌중간 2루타를, 조영훈이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아치를 그리며 3점차까지 쫓아갔다. 9회초 3점차라는 황금 세이브 기회를 잡으러 나온 윤길현에게 세 타자가 막히며 경기는 다소 아쉬운 11-8로 끝났다.

팬을 위한 마음을 가득 담아 리모델링한 마산 야구장을 직접 보았다. 라면과 치킨에 한정되었던 선택의 폭을 확 늘려준 수많은 메뉴도 직접 맛보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보여줬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더할 나위 없이 값진 하루였다.

사랑하는 팀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NC팬이여. 올해는 꼭 한 번 배는 가볍게, 지갑을 두둑히 하고 야구장을 찾아 모든 재미를 맛보길 바란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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