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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L] 지킬 앤 하이드도 울고 갈 수원의 전·후반 경기력
브리즈번 로어만 만나면 폭발하는 수원의 공격력을 재차 확인하는 경기였다. 수원 삼성(이하 수원)이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리즈번 로어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에서 3-1로 완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2승 1무 1패(승점 7점)를 기록하게 된 수원은 우라와 레즈 원정에서 비긴 베이징 궈안(승점 10점)에 이어 2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되었다.

최악의 전반전, 실패로 돌아간 새로운 중원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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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고차원.

서정원 감독은 이날 다시 한 번 색다른 중원조합을 시도했다. 산토스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더블 볼란치인 권창훈-김은선에게도 휴식을 줬다. 이들이 빠진 자리에는 각각 고차원, 이상호, 오범석이 위치했다. 새로운 선수들이 중원을 구사하면서 포메이션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기존의 4-2-3-1 대신에 4-1-4-1 형태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오범석이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그 앞쪽에 이상호와 고차원을 일자 형태로 배치했다. 2선의 숫자를 늘리는 공격적인 배치였다.

그러나 이 조합은 어떤 효과도 보여주지 못했다. 2선에서의 연계 플레이에 크게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날 2선에 배치된 염기훈-고차원-이상호-서정진은 모두 측면 플레이에 능한 윙어들이다. 이상호의 경우 멀티 플레이어로서 다양한 위치를 소화하지만 고차원의 경우 그렇지 않다보니 중앙에서의 공격전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패스 보다는 드리블 돌파에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 중앙에 배치되다보니 서정원 감독이 추구하는 짧은 패스 플레이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오범석 역시 한계를 드러냈다. 본업이 수비수인 만큼 수비력에 있어서는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1차적인 공격전개를 맡아야 하지만 브리즈번 선수들이 특유의 신체조건을 활용해 강력한 포어 체킹을 해오자 멀리 걷어내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빌드업에서 문제점이 생기자 최전방의 정대세는 자연스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공중볼과 파워에 강점이 있는 정대세지만 신체조건이 탁월한 호주 선수들 앞에서는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슈팅도 몇 차례 없었다. 전반 18분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서정진의 헤딩 슈팅과 전반 42분 골키퍼의 킥 실수로 이상호가 맞이한 1대1 찬스가 유일한 장면이었다. 그나마도 모두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득점에 실패했다.

권창훈 투입 후 완전히 살아난 ‘청백적 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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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취득점에 성공하는 권창훈.

이번 시즌 들어 최악의 경기력으로 전반전을 마치자 서정원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칼을 빼들었다. 낯선 자리에서 별 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고차원을 빼고 권창훈을 투입시킨 것이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한 패스 플레이가 장점인 권창훈을 투입함으로써 정상적인 빌드업을 구축하겠다는 서정원 감독의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완전히 수원이 경기를 주도했다. 권창훈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담당하면서 모든 포지션이 확고해졌다. 전반 내내 애매한 위치로 고생했던 이상호가 완전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서면서 살아났고 오범석도 빌드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며 수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양쪽 윙어들도 권창훈의 안정된 볼 배급 속에 조금 더 위협적인 몸놀림을 선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득점으로 이어졌다. 첫 골의 주인공은 역시 권창훈이었다. 후반 5분 정대세의 패스를 받은 권창훈은 페인팅으로 상대 수비를 제친 뒤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21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전에서의 몸놀림이 침착했다.

막내의 발끝에서 첫 골이 터진 후 수원의 골 폭풍이 시작됐다. 후반 14분 이상호가 상대 수비진을 바보로 만드는 킬 패스를 성공시켰고 이를 ‘브리즈번 킬러’서정진이 수비 한명을 간단히 제친 후 왼발 슈팅으로 연결시키며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정대세-이상호-서정진으로 이어지는 콤비 플레이와 서정진의 순간적인 재치가 아우러진 완벽한 골이었다. 서정진은 지난 브리즈번 원정 2골에 이어 이날도 골을 성공시키며 자신이 ‘브리즈번 킬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완전히 주도권을 가져온 수원은 3번째 골까지 성공시키며 완전히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후반 19분 얻어낸 프리킥을 염기훈이 엄청난 왼발 슈팅으로 성공시켰다. 직접 슈팅을 시도하기에는 다소 먼 거리였지만 캡틴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고종수 코치에게 특훈을 받은 효과가 톡톡히 나타났다.

여전히 남은 보완점: 세트피스 수비와 중원 플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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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복귀한 오장은.

후반전 공격력이 폭발하면서 완승을 거둔 수원이지만 여전히 보완점은 남아있다. 우선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수비력을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이날 유일하게 허용한 실점도 바로 프리킥 상황에서 발생했다. 상대 키커가 킥을 했을 때 염기훈이 제대로 마크를 하지 않으면서 루크가 완전히 노마크로 헤딩을 시도할 수 있었다. 지난 베이징 궈안과의 경기에서도 데얀을 완전히 놓치면서 실점을 허용했던 전례도 있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지역방어 보다는 대인방어를 많이 활용하는 수원의 전술상 선수를 놓치는 것은 그만큼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중원에서의 플랜B를 설정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죽음의 일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수원으로서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불가피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서정원 감독은 매 경기마다 조금씩 선수구성을 바꿔 가며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원의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김은선-권창훈 라인이 나왔을 때의 강력함을 다른 조합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고차원-이상호-오범석으로 이어지는 역삼각형 형태의 조합이 완전한 실패를 맛봤다. 플랜B가 아직 제대로 구성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가지 희소식은 오랜 부상 끝에 ‘오짱’ 오장은이 복귀전을 치렀다는 것이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오장은은 이날 후반 27분 오범석을 대신에 투입되며 추가시간까지 약 2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아직까지 완전한 컨디션은 아닌 것으로 보였으나 수원에게는 오장은의 복귀가 반갑기만 하다. 기존의 수비형 미드필더 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우측 풀백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오장은이기 때문에 서정원 감독이 스쿼드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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