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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거듭된 패배에도 변명하지 않는 스테이시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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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루이스가 또 졌다.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의 연장전 패배라 내상이 더 클 듯 하다. 루이스는 지난 달 JTBC 파운더스컵에서 김효주에게 패한 뒤 스코어 텐트에서 눈물을 쏟았다. 이번 ANA 인스퍼레이션 패배에도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겁한 변명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보면 루이스는 진정한 스포츠맨이란 느낌을 준다. 맘에 안 드는 샷이 나오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르는 다혈질이지만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할 줄 안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연장전 끝에 브리태니 린시컴에게 패한 뒤 “좋은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린시컴은 루이스의 절친이다. 연장전에서 볼이 디보트에 들어가는 불운이 있었지만 이를 불평하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루이스는 2006년 여자골프 세계랭킹 시스템이 시작된 후 크리스티 커에 이어 두번째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미국선수다. 2013년과 2014년 대만의 청 야니를 끌어 내리고 21주간 세계랭킹 1위를 달린 루이스는 이후 박인비에게 1위 자리를 넘겼으나 미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존재감은 여전하다. 지난 해에는 올해의 선수와 베어 트로피(평균타수 1위), 상금 타이틀을 거머쥐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이런 성과는 정상이 아닌 몸으로 일군 결실이라 더욱 값지다. 11살 때 척추 측만증 진단을 받은 루이스는 고교 때까지 척추 교정기를 낀 채 경기하다 대학 1학년 때 척추에 철심을 받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이후 통산 11승중 10승을 거뒀을 정도로 안정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했을까?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은 이런 시간 속에 만들어 졌을 것이다. 린시컴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루이스는 64타를 친 날에도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 볼을 때렸다"고 증언했다.

루이스는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 보다 더 큰 그릇의 소유자인 듯 하다. 깍쟁이 같은 외모와 달리 후진 양성에 관심이 많다. 주니어 골퍼 육성을 위해 올 여름 아칸소에서 ‘KPMG 스테이시 루이스 주니어 올스타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키로 했다. 루이스는 지난 해 US여자오픈에서 미셸 위에게 2타차로 패한 뒤 “여자 골프 흥행을 위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그녀가 승부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멘트다.

루이스에게 2015년은 깨달음의 시간이 될 듯 하다. 우승 문턱에서 거듭되는 좌절로 영혼의 성장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척추 측만증이란 핸디캡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루이스에게 이런 불운은 시련이 아닐 수도 있다. 준우승이란 출전선수들중 두 번째로 잘 친 대회이기 때문이다. 3번의 준우승. 그 실력 어디 가지 않는다. 루이스는 “모든 게 나쁘지는 않다. (연속된 패배 속에서도)배우는 게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의 골프는 이런 깨달음으로 더욱 세질 것이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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