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꼭 고환에 충격을 받지 않아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를 혈정액증이라 부르는데, 이런 일을 겪게 되면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비뇨기과를 찾곤 한다. 새빨간 피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지만, 피가 굳어서 커피색의 응고된 덩어리가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바라만 봐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 남성이라면 다 알고있을 것이다.
40세 이상의 중년층에서는 요로계 암의 가능성도 꼭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정액이 지나가는 통로인 전립선에 암이 있을지 모르므로 전립선 피검사와 초음파 등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전립선 비대로 인한 혈정액증도 가능하다.
따라서 혈정액증이 있을 때에는 전립선, 고환, 부고환, 정낭 등 정액의 생성과 배출에 관여하는 기관에 대한 신중한 검사가 필요하다. 균배양 검사, 초음파, 요도 및 방광 내시경, 전립선암 검사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검사에도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혈정액증을 특발성이라고 부른다.
치료는 대개는 혈정액증의 원인에 맞춰 치료하면 된다. 만일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경과 관찰을 하거나 경험적 항생제를 사용해 보기도 한다.
많은 남성들이 정액 속의 피를 보는 순간 공포심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러나 혈정액증은 비교적 흔한 현상이며 대개는 적절한 치료 혹은 경과 관찰로 호전된다. 따라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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