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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동부의 강점은 모비스에도 있었다…부제: 허웅의 재발견
챔피언 결정 4차전: 원주 동부(4패) 73-81 울산 모비스(4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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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챔프전 3연패(통산 6회)에 성공한 울산 모비스.

3차전 데자뷰?…부제: 허웅의 재발견
결국 모비스가 적지인 원주에서 사상 최초의 3연패라는 대기록을 썼습니다. 4전 전승, 보는 사람이나 동부 입장에선 맥없이 끝나버린 챔피언결정전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모비스는 저력 있는 팀이었다는 걸 확인한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네요.

이날 동부의 초반 분위기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윤호영이 빠진 엔트리에 김현중을 투입, 앞선 수비 자원을 확충함으로서 더 이상의 ‘양동근 시리즈’는 허락하지 않겠다고 나선 동부입니다. 양동근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새 골밑에서 차곡차곡 득점을 쌓아간 사이먼 덕에 동부는 1쿼터를 상큼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늘 그랬듯 지친 동부는 분위기를 타려고 할 때 확 잡아채는 면모가 부족했습니다. 반대로 모비스는 기복 없는 플레이로 꿋꿋이 자신들의 농구를 밀고나가 리드를 빼앗아왔죠. 작전타임 이후 전열을 정비한 모비스는 초반 어려운 상황에서 라틀리프가 꾸준히 득점을 만들어냈고, 1쿼터 후반 휴식을 취한 양동근이 2쿼터에 기지개를 켜면서 동부는 9점 뒤진 채 전반을 마쳤습니다.

후반은 지난 3차전의 데자뷰였습니다. 3쿼터 동부가 지폈던 추격의 불씨는 이날도 4쿼터에 번지지 못했죠. 허웅이 살려놓은 분위기는 4쿼터 출발할 때 차고 나가지 못하자 막판까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모비스가 차곡차곡 득점을 쌓아가자 동부는 공수전환이 느려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겠죠.

루키 허웅의 활약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수비에서부터 신인다운 파이팅을 보여줬고, 공격에서도 자기득점을 꼬박꼬박 해주는 가운데 추격의 발판을 놓으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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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 동부는 내가 이끈다!' 4일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20득점으로 맹활약한 루키 허웅(오른쪽).

움직임을 보면 허웅의 컨디션은 지친 동부 선수들 중에서 확실히 돋보였습니다. 웨이트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스피드, 볼 핸들링, 슈팅 능력까지 가드로서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허웅인만큼 다음 시즌 동부는 충분히 기대를 걸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성실하게 농구에 임하는 자세가 허웅의 매력이죠.

동부의 강점은 모비스에도 있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주로 모비스 리드-동부의 추격-고비를 넘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는 양상의 반복이었는데요. 이는 높이와 짠물수비로 대표되는 동부의 강점이 모비스에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부는 정규리그 때 높이를 앞세워 골밑에서 우위를 잡거나, 그게 통하지 않으면 수비로 만회하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해 왔습니다. 짠물수비로 수비 후 속공 찬스를 노리거나, 아예 상대의 득점을 줄여버리는 식으로 승리를 따내는 팀이었죠. 외곽포가 없어도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높이와 수비력은 모비스도 충분히 갖고 있는 무기였습니다. 모비스엔 라틀리프라는 걸출한 골밑 장악능력을 보유한 선수가 있었고,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수비 역시 모비스의 팀 컬러 중 하나였죠. 체력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결국 동부의 강점은 결코 모비스에 비해 전력상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동부는 양동근에 필적할 만한 앞선을 갖고 있지 못했고, 외곽 자원 역시 모비스가 더 풍부했습니다. 김주성의 부진에 윤호영의 부상은 동부산성을 주춧돌부터 흔들어놨고 이는 내외곽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외곽포는 더더욱 말을 듣지 않았네요. 시리즈 판도가 일방적으로 흘러간 이유입니다.

이날 4차전도 동부는 수비에 비해 공격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허웅과 사이먼을 제외하곤 뚜렷한 득점루트가 없었죠. 윤호영의 공백은 생각만큼 컸고 김주성은 세월을 탓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태영-함지훈 정도 신장을 앞에 두고서라면 사실 더 적극적으로 1대1 득점을 만들어줘야 할 김주성이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양동근의 체력이 새삼 놀랍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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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7시즌만의 우승에 실패한 동부 선수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코트를 떠나고 있다.

고개 숙이지 말자, 작년엔 꼴찌였다
비록 결승 무대에서 씁쓸한 패자로 기록된 동부지만, 최하위를 기록했던 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올시즌 준우승은 충분히 괄목할 만한 성적입니다. 특히 두경민-박병우-허웅 등 능력 있는 어린 선수들을 전력화한 게 동부로선 큰 수확이죠. 이들처럼 젊은 가드진이 외곽 득점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더 키우고, 김주성이 다음 시즌에도 건재한 모습을 과시한다면 동부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모비스가 올시즌 통합우승을 거머쥔 원동력은 결국 성실한 플레이와 강한 팀워크라는 팀컬러일 것입니다.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모비스를 우승권으로 점친 전문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비스는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그들만의 색깔을 계속 유지하며 그들만의 농구를 펼쳐 나갔습니다.

양동근이라는 대한민국 넘버원 가드와 포스트를 장악한 라틀리프, 전천후 공격수 문태영의 삼각 편대에 화려하진 않지만 제 역할을 다해준 식스맨들은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단 장악능력을 등에 업고 볼에 대한 집중력, 적은 실책과 기복이 적은 경기력으로 KBL 최초의 챔프전 3연패와 역대 최다 우승 기록(6회)을 만들어냈습니다. 유재학 감독은 다음 시즌 전력이 올해만 못할 거라고 했지만 굳건히 다져진 모비스는 분명 돌아올 가을에도 건재할 것입니다.

P.S. [김유택 관전평]을 마치며
지난 1월 15일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스의 정규리그 4라운드 경기부터 이날까지 총 22회 관전평을 썼습니다. 항상 보편적이면서도 가끔은 색다른 각도에서 농구를 바라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관전평을 보실 농구팬 여러분이 농구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바라면서 말이죠. 관전평의 내용 중에는 농구팬 여러분께서 익히 공감할 만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보는 사람마다 시각이 달라 생기는 관점의 차이도 분명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읽어주신 모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 시즌 또 찾아뵐 것이고, 그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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