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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원준은 롯데시절 정말 수비 덕을 못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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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긴 장원준.

장원준은 두산 베어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선 데뷔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하며 첫 승을 신고했다. 승리투수 인터뷰에서 그는 "구위가 좋지 않았는데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 역시 두산은 수비가 좋은 팀이라는 것을 직접 실감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물론 두산의 내야수비야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11년(군복무 기간 포함) 동안 동고동락했던 롯데 자이언츠 야수들의 기분을 자극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시즌 장원준은 롯데 야수들 탓에 손해를 봤을까? 기록으로 알아보자.

최근 투수의 성적을 평가하는 지표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건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다. 기존의 자책점 산정 방식은 야수들의 역량에 따라 안타와 범타가 갈리기 때문에 수비 탓을 받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FIP는 홈런, 볼넷, 사구, 고의사구, 삼진 등 야수의 도움과 무관한 지표들로 책정한다. 이렇게 FIP는 외부적 요소를 제외한 채 투수의 순수한 실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만약 평균자책점이 FIP보다 높으면 그 투수를 불운하다고 평가한다. 지난 시즌 장원준의 평균자책점은 4.59로 규정이닝 투수 중 15위였다. 하지만 FIP는 5.01로 17위에 해당한다. 바꿔 말해 수비 덕에 0.42점만큼의 이득을 봤다는 의미다.

더 자세히 살펴보자. 장원준이 마운드에 있을 때 롯데 야수들이 기록했던 실책은 7개다. 이는 이닝 당 0.05개(9이닝 당 0.40)개다. 즉 장원준이 등판 때마다 완투를 해야 2~3경기에 한 번 꼴로 실책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이는 롯데 야수들이 지난 시즌 기록한 이닝 당 실책 0.08개(9이닝 당 0.71개)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 시즌 KBO 리그의 이닝 당 실책은 0.08개(9이닝 당 0.72개)다. 작년 롯데 야수들은 장원준이 나왔을 때 다른 경기보다 더욱 집중했고, 그 결과는 리그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적은 실책으로 이어졌다는 뜻으로 해석가능하다.

심지어 장원준이 마운드에 있을 때 기록된 실책 7개 중 2개는 장원준 본인이 기록한 것이다. 흔히 투수를 '제 1의 야수'라고 부른다. 투수는 공을 던진 이후부터 야수 중 한 명으로 돌아가 수비에 기여해야 한다. 노경은(두산 베어스), 하이로 어센시오(당시 KIA 타이거즈) 등이 4개의 실책으로 투수부문 실책 1위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야수의 수비력을 논하기 전에 먼저 본인이 '제 1의 야수'로서 충실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점도 8점에 불과했다. 이는 규정이닝을 채운 23명의 투수 중 12번째로 적은 수치다. 찰리 쉬렉(20비자책점), 류제국(16비자책점), 김광현(11비자책점) 등 KBO 리그 대표 투수들이 10점 이상의 비자책점으로 고전했던 걸 감안하면 그리 나쁜 수준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2012시즌부터 3년 간 롯데에서 뛴 쉐인 유먼(한화 이글스)은 "롯데의 팬, 선수들과 함께할 수 없어 화가 난다"고 밝혔다. 야구에서 에이스라는 의미는 단순히 '공을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야구대백과>는 에이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에이스란 팀 동료들의 가장 큰 믿음을 얻는 투수다.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잘 던지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끝내 포기하지 않는 집념, 그리고 실패한 뒤라도 동료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을 보일 수 있는 넉넉함이 필수다. 믿음이란 그런 곳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팬과 동료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유먼과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팬심을 자극한 장원준. 과연 그동안 롯데 구단과 팬들은 누구에게 에이스 대접을 했던 걸까?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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