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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은 아두치다!' 아두치의 시범경기 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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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팬들이 아두치에 대한 기대를 담아 재미있게 합성한 이미지. 사진=롯데 자이언츠 갤러리

'짐(朕) [대명사] 임금이 자기를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가 그 예상을 깼다면 그에게 한 번쯤 희망을 품어볼만하다. 시범경기를 '임금의 대관식'으로 만든 롯데 자이언츠 짐 아두치가 그런 경우다.

롯데가 아두치 영입을 발표했을 때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통산 61경기 타율 0.189 1홈런 8타점에 그친 성적 탓이다. 롯데 프런트는 영입발표 때 '아두치는 정교한 타격과 수준급 주력을 갖춘 중장거리형 타자'라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902경기 타율 0.285 41홈런 358타점 188도루의 기록은 이를 뒷받침한다. 롯데 이종운 감독 역시 "홈런을 양산하는 거포형보다는 발 빠른 중장거리형 타자가 필요하다"며 아두치의 역할을 정했다.

아두치는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이러한 설명과 일치했다. 7할이 넘는 높은 타율을 기록하면서 A급 리드오프가 될 가능성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롯데의 숙원이던 '전형적인 똑딱이 1번타자'에 대한 갈증을 아두치가 해결할 듯했다.

하지만 아두치는 시범경기부터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다. 아두치는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 2차전에서 한국 무대 첫 홈런을 때려냈다. 예열을 끝낸 그는 kt 위즈와의 시범경기 3차전 9회말에 대타로 나와 추격의 만루포를 때려냈다. 1-6으로 뒤지던 경기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끈 홈런이었다. 아두치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도 이 홈런이 기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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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이종운 감독을 웃게 한 짐 아두치.

시범경기를 마쳤을 때 아두치의 위엄은 가히 임금에 버금갔다. 타율 0.314(5위) 4홈런(1위) 11타점(공동 1위) 9득점(1위). 10경기에 나선 아두치가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건 단 두 경기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KBO 리그 트렌드 중 하나는 '강한 1번타자'였다.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라이온즈)와 민병헌(두산 베어스), 정성훈(LG 트윈스) 등 '장타력을 겸비한 1번타자'는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를 안겨줬다. 물론 롯데도 황재균이 1번 타순에서 타율 0.343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하지만 아두치가 시범경기 모습을 그대로 정규시즌에 이어간다면 아두치-황재균-손아섭으로 구성될 1~3번 타순은 KBO 리그 어느 팀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물론 호사다마라고 걱정도 있다. 이종운 감독은 "아두치가 홈런을 친 뒤 스윙이 커진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자칫 시범경기 성적에 안주할 아두치에게 보내는 일종의 자극인 셈이다. 또 팀 사정 상 '강한 1번타자'도 좋지만 김주찬(KIA 타이거즈) 이적 이후 2년 째 자리를 찾지 못한 '전형적 리드오프'에 대한 갈증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해보자. 짐이란 단어에는 '임금의 일인칭 대명사'보다 흔한 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에겐 '수고로운 일이나 귀찮은 물건'을 뜻하는 짐이 더 익숙하다. 이 뜻은 야구팬들에게 관용적으로 쓰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를 일컬어 '짐 같은 존재'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아두치가 '임금'이 되느냐 '귀찮은 물건'이 되느냐는 올 시즌 롯데 타순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다. 아두치의 대관식은 이제 시작이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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