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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클라시코] 레알보다 높은 곳에 바르샤가 있었다
왜 엘클라시코가 지구촌 최고의 매치로 손꼽히는지 그대로 방증하는 경기였다. 카탈루냐와 카스티야, 메시와 호날두 등으로 대표되는 이 스토리에서 이번에는 바르셀로나가 웃었다.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는 23일(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펼쳐진 프리메라리가 28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이하 레알)의 대결에서 제레미 마티유와 루이스 수아레즈의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바르샤는 레알과의 승점차를 ‘4’로 벌리며 프리메라리가 왕좌 탈환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전반전, 롱볼 하는 바르샤? 점유율 축구 하는 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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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특유의 득점력을 전반에 뽑아냈다. 사진=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양 팀은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한다. 먼저 바르샤는 과르디올라 시절부터 이어온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의 전술)를 중심으로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한다. 여기에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부임하면서 더 이상 지공으로만 공격을 전개하지 않고 빠른 공수전환을 통해 많이 종적으로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한다.

반면에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레알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윙 포워드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이 양쪽으로 넓게 서고 중앙에 모드리치와 크로스는 공을 잡으면 좌우 측면으로 연결시킨다. 그런 후 호날두와 베일의 개인능력으로 상대 측면 수비를 벗겨낸 후 원톱 스트라이커인 벤제마와의 연계를 통해 득점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날 전반전만큼은 양 팀이 그동안의 것과는 상반된 스타일을 보여줬다. 우선 바르샤는 전방의 3톱의 수비가담을 최소화한 뒤 역습을 노리는 형태로 경기를 가져갔다. 네이마르와 메시가 양 쪽으로 넓게 서서 라키티치와 이니에스타의 롱패스를 받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는 의도한 것이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반내내 중원의 이니에스타-라키티치 조합이 체력적인 문제로 인해 제대로된 활동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레알의 중원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모드리치와 크루스의 전방압박에 당황한 나머지 바르샤 중원은 번번히 패스 미스를 저질렀고, 그것은 곧바로 레알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바르샤가 전반에 티키타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반면에 레알은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축구를 구사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모드리치와 크루스가 전반전에 중원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 티키타카를 펼칠 수 있는 근원이 되었다. 기존의 역습 능력에 티키타카가 가미되면서 레알의 공격은 매서웠다. 동점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바르샤가 코너킥을 시도한 이후 수비로의 전환이 늦어지자 레알은 빠르게 공격을 시도했고, 모드리치-벤제마를 거쳐 호날두로 이어지는 패스 플레이가 완벽히 맞아 떨어지며 득점에 성공했다.

답답하던 바르샤, 메시가 살아나면 다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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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가 살아나자 팀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사진= 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전반 내내 중원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였던 바르샤는 당연히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신체적인 조건에서 레알에 많이 밀렸고 또 그렇기 때문에 티키타카가 통하지 않으면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티유의 선제골과 피케의 엄청난 수비력이 없었다면 레알에게 몇 점을 더 헌납했을 수도 있을만큼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바르샤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다시 원래의 바르샤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전체적인 볼 점유율은 레알과 비슷했지만(바르샤가 상대팀과 점유율이 비슷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공격 점유율에서는 확실히 높았고, 공격의 효율성 또한 뛰어났다. 그 중심에는 역시 ‘메시아’ 리오넬 메시가 있었다.

메시는 전반 내내 마르셀루와 모드리치의 더블팀 수비로 인해 공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했다. 메시가 직접적으로 부진했다기보다는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가 동시에 부진하면서 볼을 소유할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마티유의 골을 도운 프리킥이 거의 유일한 메시의 활약이었다. 그러나 후반전에 들어오면서 바르샤 중원의 압박 강도가 높아졌고, 모드리치와 크루스가 체력적으로 문제를 보이면서 메시에게 다시 많은 기회가 연출됐다. 기존의 오른쪽 측면만을 고집하지 않은 채 적극적으로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가 직접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도맡았다.

레알의 압박강도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메시에게 공간이 생겼고, 메시는 지체 없이 드리블 돌파로 이어나갔다. 공간이 생긴 메시를 막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어려웠다. 공격을 차단하는 방법은 반칙밖에 없었다. 결국 이스코와 모드리치 등 중앙 자원들이 모두 경고를 받은 것도 이와 상통한다.

메시가 완전히 살아나자 바르샤 선수들도 대부분 같이 살아났다. 레알의 수비진들이 메시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네이마르와 수아레즈는 수시로 수비 뒷공간을 노렸고, 호르디 알바와 다니엘 알베스는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섰다. 뒤지고 있던 슈팅 숫자도 후반에 역전하면서 완전히 페이스를 찾은 바르샤에게 유일한 옥의 티라면 네이마르의 아쉬운 골 결정력이 전부였다.

모드리치만 돌아오면… 라모스만 돌아오면? 돌아와도 풀리지 않은 레알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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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스가 마티유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며 선취점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바르셀로나 홈페이지

많은 축구팬들이 알다시피 최근 레알의 분위기는 침체되어 있다. 승승장구를 펼치던 작년과는 달리 마가 끼었는지 2015년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엄청난 골 폭죽을 터트리며 메시를 제치고 2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한 호날두는 폭행 사건 이후 완전히 침체된 모습이다. 골 숫자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동료를 활용하는 연계능력이 많이 약해졌다. 최근 들어 다시 득점 횟수를 늘려가고 있지만 경기력은 여전히 신통치 않다.

레알의 경기력 저하에 대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모드리치가 부상 공백이었다. 현존하는 선수 중에 공수 밸런스가 가장 완벽한 미드필더로 손꼽히는 모드리치가 있었기 때문에 호날두 또는 베일에게 찬스가 많이 갔다. 호날두와 베일의 부진시기가 모드리치의 공백 기간과 맞닿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모드리치가 돌아오면서 레알의 경기력은 어느 정도 회복하는 낌새를 보이기도 했다.

엘 클라시코 전반전이 대표적으로 모드리치 효과가 드러난 장면이다. 딥라잉 플레이메이커와 박스 투 박스를 오고 가면서 전체적인 공격을 조율했다. 레알의 동점골 장면도 역시 모드리치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수비에서도 바르샤 중원을 강하게 압박 시키며 메시에게 연결되는 볼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러나 체력이 문제였다. 후반 들어서 모드리치의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중원 압박은 둘째 치더라도 2선으로 향하는 패스조차 정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패스가 짧았는데 이는 체력이 떨어졌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전반에 너무 오버 페이스를 한 탓이었다. 잘되던 탈압박 조차 제대로 되지 않으며 번번히 메시에게 공을 헌납했고 이는 MSN라인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하나는 알고 둘은 알지 못했던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의 오점이 드러난 셈이었다.

미드필더 쪽에서는 모드리치를 기다려왔다면 수비에서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복귀가 최대 화두였다. 라모스가 2월 중순부터 부상으로 빠지면서 레알의 수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페페가 부상에서 복귀하며 터프한 수비를 보여줬지만 스피드 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공중볼과 스피드가 모두 탁월한 라모스의 복귀는 레알에게는 마른하늘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많은 기대 속에서 경기를 치른 라모스는 오히려 실망스런 플레이를 펼쳤다.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마티유를 완전히 놓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두 번째 실점장면에서도 수아레즈에게 공간을 완전히 허용하며 팀 패배의 원흉이 되었다. 알베스가 패널티 박스 앞쪽으로 길게 찔러 주었을 때, 라모스는 라인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않으며 수아레즈에게 완벽한 찬스를 허용하고 말았다. 수아레즈의 라인 브레이킹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라모스 정도의 수비수라면 이를 저지했어야 했다. 따라가는 반응 속도도 이미 한 박자 지난 후였기에 수아레즈의 골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 오아시스를 내려줄 것 같았던 모드리치와 라모스가 나란히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며 레알은 엘클라시코에서마저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어느새 승점은 4점까지 벌어졌고, 라리가 우승에 대한 기대는 허위로 끝날 위기에 놓여 있다. 두 선수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이 숙제를 안첼로티 감독이 언제쯤 풀 수 있을 것인지가 레알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 엘 클라시코 경기 결과
FC 바르셀로나 2-1 레알 마드리드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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