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원 극장] 이래서 빅버드는 언제나 염기훈을 외친다
이미지중앙

패널티킥을 성공 시키고 기뻐하는 산토스. 사진=한국축구연맹

배경은 빅버드였고, 영화 속 주인공은 염기훈이었다. 수원 삼성(이하 수원 )이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처진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염기훈의 결승골로 2-1로 승리를 거두었다. 수원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마음 편히 호주 원정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모두 침체기 속에 있던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했다. 수원은 베이징 궈안과의 ACL 경기와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연달아 패했고, 인천은 승격팀인 광주FC와의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전체적인 주도권은 역시 수원이 잡아갔다. 인천의 불안한 수비가 한 몫 했다. ‘용병’ 요니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으로 수비를 이끌었지만 토종 선수들이 이를 따라가 주지 못했다. 특히 양쪽 풀백인 권완규와 박대한이 수원 윙어들의 돌파를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

선취점의 주인공 역시 수원이었다. 전반 9분 산토스가 볼을 가로챈 뒤 중앙으로 쇄도하던 레오에게 롱패스를 넣어주었다. 권완규가 이를 알고 먼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나 어정쩡한 수비로 레오에게 공을 다시 내주었고, 다시 막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해 패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키커로 나선 산토스는 이를 잘 성공시키며 인천 전 6경기 연속골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후반 들어 인천은 측면 공격수인 이천수와 김인성을 동시에 투입하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중원에서 수원의 권창훈-김은선 라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측면으로 활로를 바꾼 것이다. 반면에 수원은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권창훈의 체력안배를 위해 백지훈으로 교체해줬다. 호주 원정을 감안한 선수교체였다.

양 팀의 선수 교체는 전혀 다른 방향은 경기의 큰 영향을 끼쳤다. 인천의 선수교체는 대성공이었다. 이천수와 김인성은 빠른 스피드를 통해 측면을 휘저었고, 크로스를 통해 케빈의 머리를 노렸다. 전반전에 공격가담이 잦았던 수원의 측면 수비수들은 체력이 고갈된 탓에 이천수와 김인성을 쉽게 차단하지 못했다. 결국 후반 29분, 김인성이 헤딩 동점골을 넣으면서 경기의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반면에 수원의 교체카드는 실패였다. 권창훈 대신 ‘돌아온 파랑새’ 백지훈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중원 장악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거 수원의 우승을 이끌었던 백지훈은 없었다. 중원압박은 느슨했고, 공격전개 또한 주춤되는 모습이었다. 김은선과 산토스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이미지중앙

수원을 구한 것은 역시 염기훈이었다.

위기에 빠진 수원을 구한 것은 역시 ‘캡틴’ 염기훈이었다.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염기훈은 후반 20분 패널티킥을 얻어낸 레오를 대신에 경기장을 밟았다. 투입되자마자 염기훈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옛날보다 스피드는 많이 떨어졌지만 산토스와의 연계플레이가 돋보였고, 안정된 볼 소유로 수원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날카로운 왼발 킥은 기복이 없었다. 프리킥과 코너킥 전담 키커로 나서며 정확한 킥력을 선보였다. 후반 24분과 후반 32분 각각 맞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카이오와 김은선의 머리에 정확하게 갖다 주었지만 모두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득점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여러 차례 아쉽게 도움 기회를 놓친 염기훈은 결국 본인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경기 종료직전 정대세의 키 패스를 받아 왼발로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수원 극장을 완성시켰다. 정확한 침투 타이밍과 슈팅에 수차례 선방을 보여주던 유현도 어쩔 수 없이 골문을 열어야 했다.

대접전 끝에 승리한 수원은 쉴 틈도 없이 바로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로테이션 멤버들을 투입하며 체력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승리도 쟁취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수원이다. 이 기세를 호주 원정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지 다가올 브리즈번 로어와의 경기에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