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유택 관전평] '포웰'과 '조직력'이 빚은 전자랜드 돌풍
6강 PO 2차전 :서울 SK(2패) 75-76 인천 전자랜드(2승)

이미지중앙

'우리 4강 가나봐' 11일 6강PO 2차전 승리를 확정지은 전자랜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전자랜드의 금의환향
전자랜드가 2승이라는 선물보따리를 안고 인천 홈팬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전자랜드의 2연승을 예상한 사람, 몇 명이나 될까요? 그것도 잠실 원정에서 말이죠. 프로농구 6강PO가 5전 3선승제로 굳어진 이후 초반 2연승을 달린 팀이 4강 진출에 실패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데요. 그만큼 이날 승리로 팀 역사상 네 번째 4강행 고지에 한층 가까워진 전자랜드입니다.

옛말에 ‘부지런한 새가 모이를 더 먹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날 경기의 수훈갑은 경기막판 전자랜드 벤치를 ‘들었다 놨다’했던 리카르도 포웰이겠지만, 결국 원정 2연승의 원동력은 유도훈 감독의 말처럼 ‘많이 뛰는 농구’를 표방하는 전자랜드의 팀컬러입니다.

실력 차이가 너무 난다면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능력 있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 프로농구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신장이나 전체적인 전력에서 다소 떨어진다 해도 결국 부지런히 뛰는 쪽이 이기게 되어 있다는 걸 전자랜드는 지난 두 경기에서 보여줬습니다.

전자랜드는 이날 올시즌 리바운드 1위팀 SK를 상대로 제공권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2쿼터 SK의 장신 포워드 숲에서 레더를 중심으로 12개의 리바운드(SK 2쿼터 리바운드 4개)를 건져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레더는 심스를 앞에 두고 2쿼터에만 11득점을 몰아치며 KBL 7년차의 관록을 자랑했습니다. 나이도 있고 점프력은 그리 좋지 않지만 특유의 영리함으로 던져넣는 미들슛이 일품이었던 레더입니다.

반면 SK는 이날 어딘가 불안하고 어설픈 모습으로 경기내내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스크린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는데도 플레이를 진행하는 등, 게임을 풀어가는 데 있어 섬세한 면이 전자랜드에 비해 다소 부족했던 게 홈 2연패라는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네요. 속공 때 누구는 뛰고, 누구는 뛰지 않아 쉬운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장면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미지중앙

'나 멋있죠? 나도 알아요, 사랑해요' 11일 경기후 팬들의 환호에 하트 사인으로 답하고 있는 리카르도 포웰.

포웰 너란 남자, 남자가 봐도 멋진 남자
이날 ‘해결사’가 무엇인지 보여준 포웰 얘기, 안 하고 넘어갈 수 없죠. 지난달 24일 SK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에서 헤인즈와 크게 한판 붙었던 포웰은([김유택 관전평] ‘장군’ 헤인즈-‘멍군’ 포웰, 멍군이 이겼다…농구는 타이밍 편) 이날도 마치 자신만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듯 경기막판 코트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포웰의 결승 득점이 터졌던 경기종료 6.5초 전, 엔트리에서도 빠진 채 관중석에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헤인즈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포웰의 강점은 내외곽을 겸비했다는 것입니다. 역시 영리하지만 외곽슛보다는 치고 들어가 득점을 만들어내는 데 능한 헤인즈나 제퍼슨과 다른 점이죠. 게다가 이날은 무리하는 모습 없이 침착하게 팀플레이를 살려주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4쿼터 정효근 등 국내선수들의 득점이 살아날 수 있었던 데는 포웰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한몫했습니다. 그러다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나만 믿으라는 듯 혼자 멋지게 해결해주니, 해결사의 정의를 몸소 표현해낸 포웰이네요.

반면 이날 경기를 지켜본 SK 팬분들 입장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그걸 지네.” 타이밍이 조금 빨라보였지만 어쨌든 천금같았던(종료 40초 전까지만 해도) 김선형의 3점포는 잠시 뒤 김선형과 박승리가 거짓말처럼 자유투 네 개를 연속으로 놓치면서 모든 헤드라인에서 사라졌습니다. 만약 먼저 파울작전으로 자유투를 얻었던 김선형이 두 개를 넣어줬다면 전자랜드는 이날 경기를 포기했을 터지만 당시 김선형에게 73.9%의 자유투성공률은 한낱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시소게임에서는 리바운드 하나, 실책 하나같은 집중력을 요하는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해결사가 있고 없고 차이가 승부를 가릅니다. SK에게 헤인즈의 공백이 아쉬운 이유죠. 이날 4쿼터 막판, 헤인즈가 있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미지중앙

2패를 떠안고 인천 원정길에 오르는 SK는 이때의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까.

벼랑 끝 SK, 3차전 키워드는 결국 '정신력'
코트니 심스가 31분59초를 뛰며 고군분투했지만 헤인즈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높이를 앞세워 10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지만, 밸런스가 좋지 않다보니 어렵지 않은 골밑득점을 수차례 놓쳤죠(야투성공률 40%). 심스에게 주어진 찬스를 꼬박꼬박 메이드해줬다면 SK가 좀더 쉽게 경기를 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벼랑 끝에 몰린 SK는 3차전을 앞두고 이날 3쿼터의 모습을 기억하면 좋을 듯싶습니다. 이날 3쿼터 SK는 심스를 잠시 빼고 국내선수들만으로 라인업을 구성해 역전을 일궈냈는데요. 용병이 없다는 걸 의식하고 선수들끼리 정신력을 발휘해 한발짝씩 더 뛰었던게 좋은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더 뛰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자랜드의 조직력이 무섭다는 건 이미 충분히 체감했을 SK이기에, 3차전부터는 그것에 맞불을 놓을만한 집중력을 준비해둬야 합니다. 플레이 하나하나 섬세하고 깔끔하게 전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헤인즈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부경-박상오 등 포워드진의 활발한 득점 가담도 절실한 SK입니다.

전자랜드는 반대로 SK가 고스란히 위와 같은 자세로 이를 악물고 인천으로 찾아온다는 걸 유념해야 하겠죠. 두 번 이겼다고 해도 SK는 전자랜드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팀입니다. 유도훈 감독도 얘기했듯 방심은 금물이고, 두 차례 원정에서 어떻게 승리했는지 되새기며 한결같이 경기를 운영해야 4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